내용요약 계리사 최소 3000명 이상 필요 전망...시험 어려워져 합격자는 '급감'
보험사들이 세 국제회계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계리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Freepik.com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국내 보험사들이 보험계리사 모시기에 나섰다. 보험계리사는 보험사의 전반적인 위험을 분석하고 평가, 진단하며 보험상품 개발에 대한 인·허가 업무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등을 산출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전체 생명·손해보험사 소속 보험계리사는 지난 2008년 468명에서 지난해 말 976명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보험계리사의 숫자가 부족한 상태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국내 보험사들이 IFRS17을 충족하기 위해선 최소 3000명 이상의 보험계리사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만큼 보험계리사는 '귀한 몸'이 됐다.

보험사들이 계리사 직원을 늘리려는 이유 중 하나는 2022년 1월 도입될 IFRS17과 K-ICS(신 지급여력제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IFRS17 도입시 보험부채 평가 기준은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보험사들은 미래에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의 일부를 적립금으로 쌓는데 그동안에는 계약한 시점에 약속한 금리에서 계약 시점 시장금리 등을 반영해 보험사의 예정이율을 뺀 부분만 부채로 인식해 자본금을 쌓았다.

그러나 IFRS17에서는 현재 시장금리를 반영해야 한다. 저금리 상황에서 보험사의 이익이 줄었지만 과거 판매한 상품들 중 고금리 확정형 상품은 보험사가 지불해야 할 부채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부담이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연 9.0%대 저축성보험을 팔았을 경우 과거에는 지급 시점에서 연 9.0%대 수익을 낼 것으로 가정한 후 적립금을 쌓았다면 IFRS17에서는 1%대 저금리로 줄어드는 운용수익을 감안해 더 많은 적립금을 쌓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계리 작업이 증가하고 복잡해지기 때문에 보험계리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 각 보험사 보험계리사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화재 128명 ▲삼성생명 126명 ▲교보생명 63명 ▲DB손해보험 63명 ▲현대해상 62명 ▲한화생명 55명 ▲KB손해보험 51명이다. 신한생명(36명)과 메리츠화재(31명), 한화손해보험(28명), 농협생명(22명), 미래에셋생명(21명) 등도 두자릿수 보험계리사를 두고 있지만 더케이손해보험(3명), MG손해보험(2명),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2명) 등 회사 규모에 따라 격차가 큰 상황이다.

외부 충원이 더딘 만큼 보험계리사를 직접 키우는 보험사들도 있다. 한화생명은 사내 직원들에게 계리사 시험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삼성화재 역시 시험 응시료와 교재비를 지원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아예 합숙교육을 제공하는 '보험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해당 합격자들은 인사 고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저금리 기조로 인해 보험료에 대한 정확한 통계산출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미래 손익에 영향을 미칠 대내외 경제환경 영향을 분석해 상품에 반영하는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험계리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계리사 자격증이 없더라도 계리 업무는 볼 수 있다"며 "때문에 계리사가 현저하게 적은 보험사들도 업무에는 지장이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금감원에서도 보험 상품 분쟁을 관리하기 위해 보험계리사 출신 직원을 증원했다. 2016년 37명에서 올해 2월 기준 43명으로 인원을 늘렸다.

이처럼 직업 유망성이 높지만 시험이 어려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거엔 매년 120명 내외를 선발했지만 지난 2014년엔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면서 합격인원이 '0'명이었다. 이후에도 합격자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금융감독원에서 실시하는 보험계리사 자격증 취득 시험은 객관식으로 치러지는 1차시험과  약술형 또는 주관식 풀이형으로 치러지는 2차 시험을 거쳐야 한다.

1차 시험과목은 보험계약법, 경제학원론, 보험수학, 보험원리, 영어 등이 포함되며, 2차시험 과목은 계리리스크관리, 보험수리학, 연금수리학, 계리모형론, 재무관리 및 금융공학 등이 포함된다. 업계에선 수학과 통계학, (금융)보험학, 경제학 등을 전공하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편, 2017년 기준 보험계리사 하위 연봉은 5140만원, 평균이 6617만원이다. 상위 25%는 7176만원의 연봉을 받을 정도로 고연봉 직업군으로 분류된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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