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스포츠 명가'를 찾아서] 권오갑 사장 남다른 축구사랑
▲ 권오갑(오른쪽) 현대중공업 사장이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DB

프로스포츠 구단이나 연맹 경영진은 일반 기업의 CEO와는 다른 특수성을 갖는다. 스포츠에는 감동과 같은 인간적인 요소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CEO가 일반적인 비즈니스 논리로 접근했다간 낭패 당하기 십상이다.

구단 경영진 가운데는 스포츠 마니아들이 많다. 권오갑(64) 현대중공업 사장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현대중공업스포츠 대표이사이자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이다. 축구계의 큰 손인 셈이다.

권오갑 총재의 축구사랑은 남다르다. 2013년 2월 제10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선임된 그는 K리그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권 총재는 지난해 K리그 개막전이던 성남FC와 수원 삼성의 경기 때 직접 입장권을 구매해 관전하는 성의를 보였다. 총재 취임 직후에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 한 2부 리그 K리그 챌린지 경기를 보기 위해 줄을 서서 입장권을 사 들어갔다. 총재로서 무료로 귀빈석에 앉아 경기를 볼 수도 있었지만, 구태여 직접 돈을 내고 입장권을 샀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축구팬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축구를 통한 선행에도 앞장섰다. 그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임직원들이 급여의 1%를 사회에 기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울산 현대는 2012년 10월 김호곤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임직원들이 급여의 1%를 축구나눔재단에 기부했다.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상금 중 1억 원도 이듬해 1월 축구나눔재단에 전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축구계에 신선한 기부 바람을 몰고 왔다. 프로축구연맹과 프로축구단들은 매월 급여의 1%를 기부하는 사회공헌활동인 ‘급여 1% 기부 캠페인’을 펼쳤다. 캠페인에는 각 구단 선수단과 직원, 연맹 사무국 직원, 심판 등 K리그 구성원 모두가 참여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위해 기금은 별도의 재단법인 대한민국축구사랑나눔재단에 전달됐다. 권 총재는 스포츠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려 노력했다.

K리그 축구의 날 행사에서도 권 총재의 축구사랑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주요 사업인 ‘문화가 있는 날’(문화체육관광부 시행)과 K리그 구단의 학교 방문 프로그램을 연계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진행하는 행사다. 이날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와 함께 K리그 경기장을 찾으면 입장권 현장 구매시 부모와 자녀 모두 50% 할인된 가격에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권오갑 총재는 2004년 울산현대호랑이축구단 단장을 역임했다. 2009년 9월부터는 현대중공업 스포츠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2010년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직에 오른 그는 이듬해부터 K리그와 손 잡고 국내 축구발전과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권 총재는 현대그룹 한 축인 현대중공업의 거물급 인사이지만, 자신의 역량을 스포츠를 발전시키는 데 아낌없이 투자한 인물이기도 하다. 진정 축구를 좋아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들을 꾸준히 해왔다. 축구 발전을 위한 그의 남다른 행보가 향후 축구계에 어떠한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 줄지 기대를 모은다.

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