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낙연·홍남기 연이은 반대에 도입 어려울 수도
“도입여부 명확히 해야”…시장 혼란만 가중
서울지역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시기를 놓고 정부부처 간 이견을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소 혼란과 혼선에 빠진 모양새다. 수요자들은 공급 위축 우려에 너나 할 것 없이 청약 시장으로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청약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내의 오피스텔과 아파트 등 가릴 것 없이 청약 경쟁률이 치솟았다. 한편, 정부 부처간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조율이 매끄럽지 않자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도 불거진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한 방송사 프로에 출연해 "분양가 상한제 시행령이 마련되는 10월 초에 바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여건이나 거래·가격 동향 등을 고려해 관계 부처 협의로 시행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국토교통부의 분양가 상한제 도입 시기와 관련 계획에 제동을 건 것이다. 앞서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작동 시기를 10월경으로 예고한 바 있다.

홍 부총리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에도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상황이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실제로 민영주택에 적용하는 2단계 조치는 관계부처 간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과 관련해 두 부처 사이에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반면 이와 달리 부동산 정책 실무 부처인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공식 자리에서 수차례 분양가 상한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 상한제 이슈가 처음 불거질때 그 시행시기를 10월께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미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나섰으며, 제도 도입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 장관의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 도입 시기에 대해 이견을 제기한 데 이어, 야권의 반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는 이유는 공급위축과 경기가 쪼그라들 우려가 있어서다.

분양가 상한제 과거 정부도 실패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에 시공업체들의 적정이윤을 더해 분양가를 결정하는 제도로, 실제 분양가 제어에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분양가 제어효과가 뛰어난 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시행과 폐지를 반복했다.

실제 이 같은 현상은 과거 정부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들썩이는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바 있으나, 세계 금융위기와 함께 주택 공급 물량이 급격하게 줄고 주택시장이 쪼그라들었다.

이후 2015년 박근혜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과 공급위축 우려에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시행이 연기되거나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김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의 경우 과거 전례도 있는데다가 부처 간 파열음도 내고 있고, 여론의 반응도 부정적"이라며 "이 상황에서 김 장관이 도입을 강행하기에는 힘들 듯 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여부를 명확히 알려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재 청약시장이 청약 과열 양상을 띠는 등 혼란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견본주택 현장./사진=황보준엽 기자

 

서울, 수도권 과열양상 확산

최근 서울과 수도권 내에서는 오피스텔과 아파트 등 가릴 것 없이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수요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청약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진행된 힐스테이트 과천 중앙 청약접수 결과 319실 모집에 총 1341명이 신청해 평균 4.2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피스텔임에도 우수한 청약 성적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을 그대로 증명했다.

한 분양 관계자는 "오피스텔 치고는 성적이 괜찮게 나온 편"이라며 "분양가 상한제로 신축 희소성이 부각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에서 진행된 오피스텔 역시 아파트 못지않은 성적을 남겼다. '브라이튼 여의도 오피스텔'은 당초 분양가(3.3㎡당 4305만원)가 너무 높아 청약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됐지만, 849실 공급에 총 2만2462건이 접수돼 평균 2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동작구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1순위 청약에서도 89채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1만8134명이 신청했다. 평형별 최고 경쟁률은 84m²A로 1가구 모집에 548명이 신청했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204대 1이었다.

서울 강북권 분양 최대어로 꼽힌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는 1순위 해당 지역 청약 경쟁률이 평균 14.4대 1을 기록했다. 1195가구 모집에 1만7229명이 몰렸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타입은 전용면적 84㎡H로 13가구 모집에 964명이 신청해 74.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최근 청약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띠는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로 신축 공급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제도 시행 전 '내집마련'을 위한 행동에 나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예고에 따른 신축공급축소 우려를 바탕으로 한 희소성이 커졌고 그간 주택시장은 주택가격상승은 신축이 주도했다”며 “이에 가격상승면에서 투자시장에서도 매력적이고 실거주입장에서도 기술력상승으로 기존주택과의 차별성이 주거만족도를 상승시켰기에 청약시장의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도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발표로 인한 공급위축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강화된 분양보증심사 등으로 수요자들이 지금 ‘내집마련’ 시기로 판단한 듯 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분양가 상한제를 예상하고 선취매 수요가 형성되고 있지만 정부는 부처간, 고위 당국자간 최소한 시기에 대한 다른 목소릴 내고 있는 국면이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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