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보다 더 파격적…관행 깬 '부산 갈매기의 실험' 이번에도 통할까
롯데마트보다 더 파격적…관행 깬 '부산 갈매기의 실험' 이번에도 통할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9.0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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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한국스포츠경제=박대웅 기자] '당연히 그러하겠지'와 같은 일정한 격식을 깬 행동 또는 행보를 '파격(破格)'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파격'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이 '파격 할인', '파격 세일' 등 문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대형마트다. 

단적으로 롯데마트는 '통큰치킨'·'극한한우' 등 '노마진' 수준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 편에선 싸고 질 좋은 제품을 소비할 수 있어 좋지만, 마트로선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과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이커머스에 대항하기 위한 파격이자 고육지책이다. 

파격은 비단 롯데마트 등 소비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야구판에도 파격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 롯데 자이언츠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3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 성민규 스카우트를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는 3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 성민규 스카우트를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 /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3일 성민규(38)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환태평양 스카우트를 이윤원 전 단장 후임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활발한 출루에 기반한 도전적 공격야구'라는 팀컬러를 명확하게 하고 이를 실천할 적임자로 메이저리그 출신 성민규 단장을 선택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KBO 사상 최연소 단장이자 첫 스카우트 출신 단장이다. 한 마디로 파격적인 인사다.

사실 롯데는 위기마다 파격을 시도했다.

'8888577'. 비밀번호 같은 이 숫자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롯데가 거둔 성적이다. 4년 연속 꼴지이자 7년 연속 포스트 시즌 탈락이라는 유례 없는 성적표다. 특히 2002년 성적은 치욕에 가깝다. 이 시즌 롯데는 35승1무97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승률은 0.256로 일반적으로 꼴지 팀도 4할을 웃도는 한국 야구계에서 다시 나오기 힘들 대기록(?)이다. '야구의 도시' 부산의 분노한 팬들은 '야구장 안 가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최악의 암흑기동안 롯데엔 '꼴데'(꼴지 롯데)라는 비아냥이 따라붙었다. 결국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롯데는 자이언츠를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 놓은 강병철 감독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제리 로이스터 감독(67)을 선임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이다. 로이스터 전 감독은 메이저리그 밀워키에서 감독을 했고, 샌디에이고 인스트럭터,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에서도 사령탑을 맡으며 지도력을 검증받았다. 

제리 로이스터(오른쪽)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2007년 부임 후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제리 로이스터(오른쪽)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2007년 부임 후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로이스터 전 감독 이전까지 국내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감독은 선수 및 코칭스태프와 소통 문제, 문화적 차이 등을 이유로 기피 대상이었다. 그래서인지 롯데와 로이스터 전 감독을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각이 많았다. 여기에 매끄럽지 못했던 선임 과정도 구설에 올랐다. 로이스터 전 감독의 영입을 밀어붙인 건 신동빈 현 롯데그룹 회장이다. 오너가 구단을 믿지 못하고 감독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며 뒷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성적으로 세간의 우려를 단박에 씻었다. 롯데는 로이스터 전 감독 부임 후 2008~2010시즌 황금기를 맞았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4강에 오르며 가을야구의 단골손님이 됐다. 또한 로이스터 전 감독은 번트를 비롯한 감독의 작전에 의존하는 세밀한 야구 대신 장타를 선호하는 메이저리그식 '빅볼'을 선보이며 부산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었다. 

로이스터 전 감독 이전에도 파격적인 인사는 또 있었다. 송정규(67) 전 단장은 야구인 출신이 아니다. 한국해양대 항해과 출신 도선사이자 롯데팬이다. 1990년 송정규 전 단장은 '필승전략-롯데 자이언츠 탑 시크리트'라는 책을 냈고, 민재영 당시 롯데구단 사장과 신준호 구단주는 1991시즌을 앞두고 단장직을 제안했다. 송정규 전 단장은 이를 수락했고, 2대 롯데 단장에 올랐다. 당시에도 파격적인 인사였다. 

파격적 인사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롯데는 송정규 전 단장 취임 다음 해인 1992년 한국시리즈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우승 직후 롯데는 송정규 전 단장을 사장으로 임명하려 했지만 야구인의 화합을 해친다는 반대 여론이 퍼졌고, 송정규 전 단장은 자진 사퇴했다. 

도선사 단장과 첫 외국인 감독을 거쳐 30대의 스카우트 출신 단장을 영입한 롯데의 파격이 이번에도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 야구계 안팎의 시선이 관행을 깬 부산 갈매기들의 새로운 실험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