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건설 유통 레저에 항공산업에 도전
자체 현금 1조6000억원 보유에 미래에셋 우군으로 재무적 부담은 적어
증권가는 시너지 효과 두고 신중 판단
정몽규 HDC 회장이 12일 용산CGV에서 열린 BT프로젝트 워크숍에서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HDC현대산업개발

[한스경제=조윤성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그룹의 ‘제2의 캐시카우’로 항공산업을 택했다. 정 회장은 건설 및 유통 레저 영역에서 한발 성큼 나아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변혁기적 청사진을 시장에 내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예비입찰 마감 결과 애경그룹, 미래에셋-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 KCGI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인수전에 나섰다.

정 회장의 항공산업 진출 의지는 재무적 투자자(FI)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손을 잡았다는 데에서 확고히 읽혀진다.  건설과 금융 영역에서 나름 공성과 수성을 일구고 지켜온 두 오너 경영진의 파트너십 체결을 두고 재계에서는 다소 놀란 듯한 분위기다.

박 회장측에서 정 회장측에 먼저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통인 박 회장이 뚝심 경영인 정 회장에게 손 을 내민 것은 승산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이 서서 두 손을 잡은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들 한다.  두 그룹(회장)간 비지니스적 인연 및 신뢰도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과 박 회장은 인연은 과거 미래에셋대우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114’를 현대산업개발에 매각한 인연에 기인한다.

정몽규 회장은 미래에셋대우를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시키고 HDC가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자금은 미래에셋이 구성하고 사업에 대한 미래구상을 HDC가 맡는 구조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 인수시 건설보다는 면세점과 호텔, 리조트사업과의 시너지를 염두해 둔 것으로 보인다. HDC는 기존사업모델에 대한 다각화를 꾀했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온다.

그는 용산 HDC신라면세점과 HDC아이파크몰 등의 유통과 아이파크호텔, 마리나리조트 등 의 레저사업을 아우르는 사업아이템을 고민해 왔다. 유통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면세점 사업에 나섰지만 실적은 신통치 않은 상태다.

정몽규 회장은 이런 부진을 떨어내고 HDC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는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정 회장은 최근 건설로는 더 이상 그룹의 미래를 논할 수 없다는 생각에 디벨로퍼로서 사업모델 전환을 꾀하며 오크밸리 지분 49.59%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등 변신을 도모중이다.

건설을 시작으로 유통, 리조트에 이어 항공산업까지 인수하면서 글로벌 항공유통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비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을 중심으로 경영진이 미래 먹거리 창출, 그룹의 외형 확장을 위해 꾸준히 투자·인수 대상을 발굴해 왔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운송 기능이 현대산업개발그룹이 추구하는 유통산업과 융복합 개발사업을 통한 수익창출 등과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인수전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제 인수참여 의사를 밝힌 단계에서 장밋빛 낙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 회장은 시장의 우려를 불식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추진을 두고 ‘불확실성 증가'라는 우려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단적으로 현 주력 무대인 건설과 항공의 접점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 회장이 기대하는 시너지 창출의 크기에 대해 시장의 눈높이 다소 낮은 것 같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KB증권은 “기존 주력사업과 항공운수업의 연관성이 낮고 주력인 주택사업이 비우호적인 업황을 맞이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이 지속되는 동안은 부진한 주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TB투자증권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는 "아쉬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KTB는 "인수 시 아시아나항공과 HDC신라면세점 간에 사업 시너지가 나올 수는 있겠으나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와 불안정한 잉여현금흐름(FCF) 등을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조6000억원 수준이고 부채비율이 114.7%에 불과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충분한 재원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오는 만큼 항공산업 진출여부와 진출시 성과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조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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