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증권가, 현대산업개발 사업 방향성 안맞아...애경은 인수자금 우려
금호산업이 지난 3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마감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산업은행이 흥행을 자신했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SK와 한화 등 대기업이 예비입찰에 불참한 가운데 입찰참가 신청서를 낸 기업들이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4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에 따르면 전날 마감된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엔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FI, 재무적투자자), 애경, KCGI, 익명의 사모펀드 2곳 등 총 5곳이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와 KCGI가 FI로 참가함에 따라 현재 SI(전략적투자자)는 현대산업개발과 애경 뿐이다.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은 앞서 1곳 이상의 적격인수후보만 참여하면 유효경쟁이 성립한다고 밝힌 바 있어 유찰은 면했다는 평가다.

다만 FI 단독인수는 불가하다는 입장 역시 밝힌 바 있어 KCGI는 별도의 SI와 손잡아야만 한다. 미래에셋대우는 현대산업개발과 손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 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자회사를 통매각하는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된다.

하지만 당초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이 원했던 거물급 인수자가 등장하지 않음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통매각과 이를 통한 경영정상화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총 인수 금액이 1조5000억원 안팍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수 금액 외에도 부담은 또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분기말 기준 약 9조6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인수자가 누가 되더라도 이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86대 중 12대를 제외한 대부분이 리스(임대) 항공기라는 점도 향후 비용면에서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증권가에선 앞다퉈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현대산업개발이 미래에셋대우(FI)와 손잡았다고 해도 기존 주력사업과의 시너지가 적고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는 아쉬운 결정"이라며 "그간 추진해온 사업 다각화 방향성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은 운송업종 특성상 실적 변동성이 큰 데다 개발 사업과의 연관성도 작다"고 강조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 역시 "(현대산업개발이) 재무적으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력이 있다"면서도 "기존 주력사업과 항공운수업의 연관성이 낮고 주력인 주택사업이 비우호적인 업황을 맞이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이 지속되는 동안은 주가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 반응 역시 부정적이었다. 전날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 소식이 전해진 이후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전날 9% 이상 급락한 현대산업개발 주가는 4일에도 1% 가량 하락했다.

다른 인수 후보들 역시 아시아나항공을 품기엔 힘이 부친다는 평가다.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은 사업측면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자금여력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KCGI와 기타 사모펀드의 경우 사업을 끌고갈 SI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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