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홍 서울 감독/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월드컵경기장=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옛말이 있다. 무슨 일이든지 단번에 만족하거나 이룰 수 없다는 의미다. 황선홍(48) 서울 감독의 데뷔전도 그랬다. 황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17라운드 성남FC와 홈경기에서 1-3으로 역전패했다. 서울은 9승3무5패 승점 30으로 2위를 유지했지만, 선두 전북 현대(9승8무 승점 35)와는 승점 차가 5점으로 벌어졌다. 황 감독의 숨가빴던 경기 전후 4시간 상황을 시간대별로 정리해봤다.

 

◇기대 반, 우려 반(18:30~19:30)

경기 전 감독실에서 만난 황 감독의 표정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황 감독은 “기술적인 축구 못지않게 열정적인 축구도 좋은 축구다. 성남전 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진 않았다. 선수들이 열정적인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주문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물론 그는 “훈련장과 경기장, 유니폼까지 모두가 다 생소하다. 솔직히 부담된다. 감독 타이틀을 단 이상 부담되지 않을 수 없다”고 속내를 밝혔다. 황 감독은 ‘원하는 축구는 언제쯤 할 수 있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 “시기를 말하는 건 좀 그렇다. 어쩌면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분위기가 지나치게 진지하게 흐르자 황 감독은 “어제 최용수(43) 전 감독과 통화했다. 전화기를 켜놓는다더라. 최 감독 도움 좀 받아야지”라고 농담해 주위를 웃게 했다. 적장 김학범(56) 감독은 “최 감독의 서울은 굉장히 까다로운 팀이다. 황 감독의 서울도 차차 색깔이 나타날 것이다”고 기대했다.

 

◇우려가 현실로(19:30~21:30)

출발은 좋았다. 서울은 전반 13분 아드리아노(29)가 선제 헤딩골을 터뜨려 앞서나갔다. 하지만 황 감독은 방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선제골에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평점심을 유지하려 애쓰는 듯 보였다. 황 감독은 서울이 상대 공격수 티아고(전반 19분)와 황의조(전반 33분)에게 골을 먹자 고개를 떨구며 수심이 많은 표정을 지었다. 황 감독은 후반 8분 골키퍼 유상훈(27)의 자책골 이후 3분 만에 윤일록(24)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후반 19분 데얀(35)을 가까이 불러 작전 지시를 하는 가하면, 종종 파울이 아니냐며 심판에게 제대로 된 판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황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팔짱을 끼거나 턱을 괸 포즈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황 감독은 후반 1분과 후반 24분 잠시 벤치에 앉았다. 90분이 넘는 경기시간 중 2분을 제외하곤 서서 그라운드 선수들에게 분주한 지시를 내렸다.

 

◇우려를 희망으로(21:30~22:30)

황 감독은 이날 역전패를 당하고도 덤덤했다. 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K리그는 역시 녹록치 않다”면서도 “실망할 상황은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황 감독은 "생각했던 것과 실제 경기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그 차이를 좁혀나가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관건일 것 같다"고 밝혔다. 패인을 설명할 때도 냉정했다. 그는 “선수들이 심적으로 조금 서둘렀던 것 같다. 지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빠른 패스를 건넸다. 공격 패턴이 계속 중앙으로 쏠리다 보니 역습도 쉽게 허용했다”고 짚었다. 이어 “지금까지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선수들이 항상 다득점으로 이겨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던 것 같다. 여유 있게 경기하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은 "패했지만 의미 있는 90분이었다"고 이날 경기를 자평했다. 황 감독의 포커페이스에서 흔들리지 않는 서울을 볼 수 있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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