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아름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29)이 '마약 소지'를 이유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내년 초를 염두에 두고 준비해 온 CJ그룹 경영 승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각에선 이재현 회장의 장자승계 원칙에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범 삼성가(家)의 장자 승계 원칙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그동안 이 부장이 사실상 후계자로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이 CJ그룹 오너쉽 지휘 체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해 8월 SPC그룹의 오너 3세가 마약 밀수 혐의 등으로 구속되자 그를 앞으로 경영에서 배제한다고 한 SPC그룹 사례를 비춰 볼때 CJ그룹과 오너 이재현 회장의 선택지가 그리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재벌가 후계자들의 마약 스캔들에 대한 거부감 강한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이 부장의 경영 후퇴는 물론 향후 일선 복귀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구속영장 실질심사까지 포기한 이 부장은 "어떤 처분도 달게받겠다"라 하고 있고 그룹 측은 이 부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법적 판단이 내려진 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지검 강력부는 5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 부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은 전날인 4일 늦은 오후 이 부장이 인천지검으로 직접 찾아가 죗값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진행됐다. 영장실심사는 다음날인 6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그간 재계 안팎에서는 CJ그룹의 차기 리더로 이 부장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다. CJ그룹이 범 삼성가(家)이기에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르고 있다는 이유도 있겠으나 이 회장이 올해 연말, 그룹 재편을 강행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지난 2014년 CJ시스템즈 지분을 증여받은 후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이 CJ올리브네트웍스로 합병되는 과정에서 지분 17.97% 확보했다. 이후 올해 4월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올리브영을 다시 IT사업부와 분할 해 CJ지주사에 흡수 합병키로 결정하면서 이 부장이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은 CJ지주와 맞교환 된다. 내년 초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이 씨는 CJ지주사 지분 2.8%를, 이경후 상무는 1.2%를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이 부장이 마약 밀반입은 물론이고 마약 투약 혐의 등을 대부분 인정, 실형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서 이 회장의 그룹 재편도 물거품 위기에 내몰렸다. 자연스럽게 누나인 이경후 CJ ENM 상무로 경영 승계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는 CJ그룹 회사 내규와 주주들의 움직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CJ그룹은 직원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 될 경우 징계 처분을 위한 인사위원회가 소집되는데 이 부장이 실형을 선고 받게 된다면 인사위원회 소집과 징계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주주들이 훗날 마약 사건을 빌미로 이 부장의 경영권 승계를 반대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시장에서는 내다본다.
일각에선 이 상무의 역할론도 언급하고 있다. 이 상무와 이 부장의 지분 차이가 극히 미비한데다가 CJ그룹의 문화가 성과주의는 물론, 여성친화적인 것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상무는 경영 전선에서 전방위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케이콘(KCON) 등 미국에서 달성한 해외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아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지목되는 CJ ENM 브랜드 전략 담당 상무로 발령, 여성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CJ그룹은 이 상무 역할론과 경영 승계 구도 변화 등과 관련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두 남매가 CJ지주사에 차지하는 지분이 적으며 현재까지 경영권 승계에 대한 언급은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다.
재계 한편에서도 이 부장의 도덕성에 흠집은 생기겠으나 현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기업의 경우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아도 등기임원 선임이 가능하기에 경영 승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반대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 부장이 초범이기에 실형을 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초범에다가 자진출석해 범죄 사실을 시인, 혐의 인정 등을 했기에 집행유예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부장은 지난 1일 미국발 여객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액상 대마 카트리지 등 변종 대마를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됐다. 아울러 소변 검사에서 대마 양성 판정이 나오며 마약 투약 혐의도 추가됐다.
이 부장은 모든 혐의에 대해 인정했으며 "자신으로 인해 주위의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라며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하루 빨리 구속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아름 기자 beauty@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