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회사·부서 간 경쟁 과열로 해외 사업자에 빈틈 노출
국내 증권사들의 미흡한 준비로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KB증권 사태로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의 성급한 해외 투자 상품 판매가 소비자들의 손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현지 사업자들이 준비가 미흡했던 국내 증권사의 빈틈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3264억원 어치를 판매한 호주 부동산펀드가 원금 손실 위기에 처했다. 현지 투자회사인 LBA캐피탈의 계약 위반 때문이다.

LBA캐피탈은 KB증권의 펀드 자금으로 호주 정부의 장애인 주택 임대 사업에 투자하겠다던 당초 계약을 위반하고 엉뚱한 토지에 투자를 진행했다.

KB증권은 LBA캐피탈 측의 계약 위반을 확인하고 즉시 현금과 기타 자산을 동결했다. 이 상품의 판매와 운용을 맡은 KB증권과 JB자산운용은 금융당국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투자금 회수 절차에 들어갔다.

KB증권 관계자는 "현재 투자원금의 89% 가량은 확보한 상태"라며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소송 등의 절차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최근 만기 상환에 실패한 독일 부동산펀드 기반 파생결합증권(DLS)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8월 말 독일 부동산펀드 기반 DLS의 만기를 연장했다. 이 상품은 국내의 개인과 법인 고객들에게 판매됐는데 현지 개발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일부 발행분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신한금융투자는 3개월 이내에 부동산이 매각되거나 인수되면 원금 회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개발 사업에 대한 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아 이후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처럼 해외부동산 펀드가 원금 손실 위기에 빠지는 것은 성과에 집착한 국내 증권사들을 해외 사업자들이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부동산 개발이 완성되지 않은 사업 추진 단계에서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부동산 개발 사업엔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고 만약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상당한 규모의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이 성과 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해외 부동산 투자 상품을 우후죽순 만들어내기에만 열중하며 제대로 된 실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를 해외 사업자들이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외 다른 증권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과 내기에 급급한 증권사들이 세밀하게 따져보지 않고 상품을 찍어내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사 내부 부서 간의 무리한 경쟁도 원인으로 꼽힌다. 각 증권사의 기업금융(IB) 부서가 회사의 실적을 견인하자 타 부서도 경쟁적으로 상품 기획에 나서면서 지금과 같은 사태를 만들었다.

실제로 문제가 된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상품 기획을 주도한 부서는 그동안 대체투자 부문에서 활약해온 IB 관련 부서가 아닌 리테일, 파생상품 등의 부서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성급하게 시장에 뛰어들다 보니 투자 자원 대한 검증 역량 등에서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내부경쟁에 치중하다 보니 투자자원을 검증하는 절차에서 치밀함이 부족했고 결국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KB증권 부동산 펀드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로 모집하는 해외부동산 투자 상품에 너무 성급하게 뛰어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성이 높은 해외부동산 상품은 대부분 기관투자자가 거액으로 투자해 가져간다”며 “개인 투자자에게 공모로 모집하는 나머지 투자 상품은 기관들이 투자를 꺼리는 상품들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해외부동산 펀드 순자산총액은 49조5048억원이다. 2014년 8월 말 6조3462억원에 불과하던 해외부동산펀드의 순자산총액은 8배 가까이 불어난 상황이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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