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AI면접 통해 채용비리 없애... 해외인재 영입에 총수도 직접
취준생 위한 기업 홍보 BLOG나 유튜브 제작도 활발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등 주요기업들이 지난 4일부터 하반기 채용에 본격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취업준비생 권모씨(25세)는 추석을 맞아 고민에 휩싸였다. 고향에 내려가야 하는데 벌써 대학을 졸업한지 1년이 훌쩍 뛰어넘어 부모님은 물론 친척들 얼굴 보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권씨는 “하반기 대기업 취업시즌에 다시 재도전해보려 한다”며 “경기가 어려워서 인지 채용규모는 더욱 줄어들고 있어 솔직히 자신은 없다”고 전했다.

권씨처럼 추석을 맞아도 고향에 못가고 취업준비에 한창인 취업준비생들은 또 다시 사회 진입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주요 대기업들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들어감에 따라 권씨처럼 고향을 찾지 못하는 취준생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취업의 고개를 넘는게 어찌보면 귀성길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기업을 찾는게 현 경기 둔화국면에서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등 주요기업들이 하반기 채용에 본격 나섰다.

삼성계열사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 4일부터 대졸 신입사원(3급) 공채에 나섰다. 지난해 8월 향후 3년간 180조원 투자, 4만명 직접 채용 계획을 밝힌 삼성그룹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약 1만명의 신입사원 채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류 접수 마감은 오는 16일까지며, 직무적합성 평가를 거쳐 다음달 20일 모든 계열사가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를 진행한다.

올 상반기부터 수시채용에 돌입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부터 채용사이트를 통해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올리고 있다. 건설과 물류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글로비스는 각각 지난 2일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LG그룹도 지난 2일부터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가 채용에 나섰다. 서류 마감일은 이달 중순이며, 지원자는 3개 계열사까지 중복지원가능하다. 인적성검사는 다음달 12일 시행한다.

SK그룹은 이달 2일부터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서류 마감은 오는 16일까지며 필기전형(SKCT)은 다음달 13일 진행된다.

주요대기업을 비롯해 건설업계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 나섰다. 주요그룹 계열 건설사들은 대부분 그룹 공채 형태로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한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 롯데, SK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월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서 구광모 LG 대표(앞줄 왼쪽 세번째)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LG

해외인재 모시기에 총수까지 나서

주요기업들은 하반기 채용 시즌의 막이 오르며 기업들도 ‘인재 모시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  최근 인재채용 방식이 경력위주로 바뀌다 보니 해외에 있는 유능한 경력사원 확보를 위해 CEO가 직접 나서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인재'의 중요성에 공감, 국내는 물론 해외로 새 식구 맞이에 나섰다.

국내 주요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래 신사업 발굴을 위한 인재중용을 통한 조직혁신이 필수라는 인식하에 글로벌 인재채용에 적극적이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등이 배터리시장에서 인재확보를 놓고 소송전을 펼치는 등 기업들간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 지면서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사업과 관련한 인재유치전에 그룹 총수까지 뛰어든 형국이다.

현대차는 성장동력인 자율주행차 육성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자율주행 전문업체 오로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등 방법 등을 통해 관련 인재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등과 관련 인재 영입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LG그룹 총수에 오른 구광모 회장은 지난 4월 첫 해외출장으로 인재발굴 현장을 찾았다. 지난 2012년 시작된 해외인재발굴 행사인 ‘LG 테크 컨퍼런스’에 참여해 글로벌 인재채용을 직접 참관했다. LG 테크 컨퍼런스는 우수 R&D 인력 유치를 위해 최고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LG의 기술혁신 현황과 비전을 설명하는 행사로 매년 국내와 미국에서 한차례씩 열린다.

SK그룹도 지난달 15일 미국 뉴저지주와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인재 발굴 포럼을 열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임원들이 참석했다.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등 6개사가 공동 주최하는 2019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가 2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AI기술 적용한 채용방식 적극 도입

하반기 주요기업의 채용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다양한 AI(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채용방식의 도입이다. AI면접은 지원자가 직접 면접관을 만나지 않고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PC를 이용해 일대일 면접을 치른다는 게 특징이다.

인공지능은 학습된 데이터에 따라 지원자의 표정, 어휘 등을 바탕으로 직무 능력, 진실성, 인성 등을 평가하게 된다. 채용과정에 AI시스템을 도입하면 대외적으로는 평가의 공정성을, 대내적으로는 채용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AI시스템 도입을 거부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1차 면접에서 AI기술을 활용해 서류심사를 할 경우 표절 여부 등 부정행위를 감별하기 쉽고 몇 만명이 넘는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단 하루 만에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췄다.

인공지능 면접은 금융권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은행업계는 채용비리 문제 등으로 곤혹을 치룬 만큼 인사 담당자의 선입견이나 주관을 배제할 수 있어 논란의 여지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이 가장먼저 도입한 이래 KEB하나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이 AI면접을 도입·시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챗봇을 통한 채용설명회 상담을 가지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기업들, 취준생 위한 홍보채널 다양화

기업들도 채용에 참여하는 취업준비생을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한 홍보에 나섰다. 최근 기업들은 주 구직자 연령층이 20~30대인 것을 고려해 직원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로 기업과 직무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브이로그(VLOG)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짧게는 5분, 길게는 30분 하루 일과를 담아낸다. 학생, 직장인, 연예인, 주부 등 콘텐츠 주체도 다양하다.

삼성SDI는 직원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의 누적 조회 수가 40만 회를 넘었다. 영상은 기술엔지니어, 구매팀, 영업마케팅 각 직무를 맡은 직원들이 나와 출근부터 퇴근까지의 일상을 담았다. 통근 버스를 타고 움직이거나 사내 식당을 이용하는 등 평범한 일상이지만 영상을 본 취준생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진짜 꾸밈없는 브이로그’, ‘사내 분위기를 알 수 있어 좋다’, ‘요즘 대기업에서 브이로그로 회사도 소개하고 바람직하다’ 등의 댓글이 달리며 호응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운영하는 ‘한화 TV’도 직원들의 일상을 공유해 높은 호응도를 받았다. 특히나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대규모 공장을 소개하거나 ‘후배들을 위한 조언’ 등을 영상에 담아 직무 이해도를 높이고 취준생들의 궁금증 해결에 나섰다.

이밖에 SK텔레콤은 지난 7일 유튜브에서 실시간 채용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설명회의 콘셉트는 '캠핑'으로 기존의 딱딱하고 형식적인 설명회에서 벗어나 야외를 배경으로 입사 5년 차 이내의 주니어 구성원들과 채용담당자가 채용 전형과 직무 관련해 소개했다. 김상호 SK이노베이션 인재개발실장은 “보다 스마트하고 친숙한 방식을 도입해 지원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앞으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 갈 인재들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유튜브 '한화 TV' 갈무리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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