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이숙 / 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맡은 역할마다 확실한 존재감을 뽐내며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는 배우가 있다. 바로 서이숙 말이다. 서이숙은 최근 종영한 tvN '호텔 델루나'(연출 오충환, 김정현, 극본 홍정은, 홍미란)에서 12자매의 마고신으로 등장해 작품의 중심을 잡았다. 실제 등장하기로는 4~5명의 다양한 능력의 마고신으로 분장한 그는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귀엽고 차분한 면모로 인물을 표현하며 1인 다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연극계에서는 이미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서이숙은 앞으로 브라운관에서 시청자들을 자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비슷한 역할이라도 묘하게 다른 감정을 찾아낼 테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판타지 소재의 '호텔 델루나'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제안을 받고 나서 '홍자매 작품을 드디어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웃음) 스타 작가이지 않나. SBS '주군의 태양'(2013)도 그렇고, tvN '화유기'(2017)도 모두 홍자매 작가 작품이더라. 글을 참 잘 쓰는 것 같다. 말하기 민망한 대사에도 나름의 철학이 있고, 가볍지가 않은 게 특징이다. 나중에 뒷조사를 해보니 MBC 예능 '신기한TV 서프라이즈' 작가 출신이더라. 그걸 알고부터는 작품을 단순히 기획한 게 아니구나 생각했다."
 
-마고신으로 1인 12역에 도전했다. 12명의 자매를 연기할 때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사실 12역인지 몰랐다. 첫 미팅 때 작가님이 3~4명분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어쨌든 1인 다역으로, 배우에게 판을 깔아준 거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흥미로웠다. 첫 대본 리딩 때는 다들 제 연기 톤을 보고 긴가민가했다. 힘이 많이 들어갔나 싶어 톤을 바꿨더니 훨씬 좋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여러 자매를 연기할 때 목소리 톤을 다양하게 냈다. 예를 들어, 약방에서 약을 만드는 둘째 마고신은 음계 중 '솔' 톤을 잡아 연기했다. 그리고 그 인물을 연기할 땐 톤을 안 놓치려고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 뒤로는 작가님의 별다른 코멘트가 없었다. 의상 콘셉트는 전적으로 오충환 감독의 선택이었다. 콘셉트가 잘 잡혀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다만 2시간씩 걸리는 분장은 꽤 힘들었다. 미술 팀도 고생이 어마어마했을 거다."
 

배우 서이숙 / 임민환 기자

-마고신 자매들이 주옥같은 대사들을 남겼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명대사가 있다면.
"마지막에 장만월(이지은)이 유도교를 건널 때 나오는 내레이션이 기억에 남는다. '사라지는 것에 아쉽고 슬프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나. 꽃이 지면 다시 피어남을 꿈꾸듯 그렇게 다시 살고 다시 만나고 다시 사랑해주거라. 그것이 오만하고 어리석고 자기 연민에 빠진 아름다운 너희가 선택한 답이기를...'이라는 대사다. 마고신이 오만하고 자기 연민에 빠진 인간을 '아름다운 너희'라고 지칭한다. 신이지만 인간을 아름답게 본 것 같아 좋았다."
 
-가장 애정하는 마고신은 누구인가.
"다 좋은데, 그중 첫째 마고신이 가장 묵직하게 자리를 지켜줘서 좋았다. 백발 분장은 힘들었지만 중심을 잘 잡아준 것 같다. 시청자들 반응을 보니 각자 좋아하는 마고신이 다르더라. 셋째 마고신이 가장 인기였던 것 같다. 편안하고 부담 없는 성격에 사랑을 연결해주니까. 심판을 하는 넷째 마고신을 좋아하는 분도 계시더라. 신기했다.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보는 게 작품을 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다.(웃음)"
 
-매회 시청률이 오르더니 12.0%로 종영했다. 이렇게나 성적이 좋을 거라고 예상했나.
"CG로 객잔이 만들어지는 영상을 보고 되겠구나 싶었다. 우리나라 CG 기술이 일취월장했구나 느꼈다. 또 장만월이 전 지배인인 노준석(정동환)을 떠나보내는 모습에서도 남다른 조짐을 봤다. 감정을 억누르며 슬픈 연기를 펼치는 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막판에 촬영이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갔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던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주인공인 이지은과 여진구는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 내적 감성이 단단한 이지은과 정직함이 큰 무기인 여진구가 극을 잘 이끌어줬다."
 

배우 서이숙 / 임민환 기자

-주연이든, 조연이든 출연하는 작품마다 존재감이 확실하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이 역할이 짧게 나와도 임팩트가 있는지,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지를 본다. 작품에서 내뱉는 대사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지도 살핀다. 함축적인 의미가 있거나 작품에 힘을 줄 수 있는 역할이라면 무조건 오케이다. 최근 MBC '웰컴2라이프'에서도 홍우식품 사모 신정혜 역을 맡았는데, 대한민국 악질 여자들은 다 모아놔서 부담됐지만 내가 그런 역할을 해줘야 정지훈 씨가 자극을 받아 드라마가 진행된다고 하니 할 의무가 있었다."
 
-악역으로 자주 등장했었다. 시청자로 하여금 앞으로 어떤 모습을 기대하면 좋을까.
"그동안 비슷한 캐릭터라도 다르게 연기해서 많이 보여줬다. 이제 뭘 보여드릴까 걱정되긴 하는데 죽기 살기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기존 역할과 비슷할지라도 최선을 다해서 다른 감정을 찾아낼 테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선택한 차기작이 있나.
"자세히는 알려드릴 수 없으나 현재 MBC, JTBC, KBS에서 작품 제안이 들어왔다. 현재 검토 중이다. 내년 1월에 방송되는 '아무도 모른다'에도 특별출연을 한다. '아무도 모른다'는 김서형 씨가 액션을 펼치는 드라마다. 또 연극으로도 찾아뵐 것 같으니 많은 관심 주셨으면 좋겠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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