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승원 / YG엔터테인먼트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배우 차승원이 다가오는 추석에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이하 '힘내리')로 극장가를 찾는다. 11일 개봉하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하루 아침에 딸 벼락을 맞은 철수가 자신의 미스터리한 정체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반전 코미디다. 차승원은 극 중 소문난 칼국수집의 수타면 뽑기 달인이자 지적 장애를 가진 아빠 철수를 연기한다. 철수는 과거 소방관이었으나 지하철 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을 구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후유증을 앓게 된 인물이다. 차승원은 "코미디와 감동의 경계가 어려웠다"면서도 "대구 지하철 참사 사고를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따뜻한 웃음과 반전 감동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오랜만에 코미디로 돌아왔다. 웃음과 감동이 담긴 '힘내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대구 지하철 참사 내용이 있어서 선뜻 참여 의사를 밝히지 못했다. 국민 모두가 가슴 아파했던 사고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택한 이유는 감사함이 있어서다. 소방관, 경찰분들은 생명의 위험,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분들이지 않나. 그들도 사랑하는 가족 있는데, 용기가 대단한 것 같다. 또 이계벽이란 감독 때문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정말 따뜻한 사람이다. 영화 '독전' 촬영 현장에서 처음 만났는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톤부터가 좋았다. 1년 넘게 봐온 결과 평상시에도 좋은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감독 이계벽은 모르겠는데 인간 이계벽은 오래 보고싶다.(웃음)"
 
-작품이 마냥 웃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웃음과 감동을 둘 다 그리기가 힘들었을텐데.
"코미디 장르인데 뒤에 '이러한 사고가 있어서 이렇게 흘러갔다'를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됐다. 가장 큰 우려는 커다란 사고가 왜곡되거나 훼손되면 어쩌나였다. 그래서 지하철 장면을 가장 신경 써서 만들었다. 다만 작품이 신파로 가진 말자고 감독과 얘기했다. 시나리오에서는 딸 샛별이와 스킨십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실제 촬영할 땐 정면으로 안아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너무 감정적으로 가면 '코미디인줄 알고 왔는데 뭐야?'라고 받아들일까 봐. 그런 점에서 약간의 딜레마가 있었다. 뒷부분을 어떻게 그릴까 생각하다가 '둘이 나름 잘 살아가겠구나', '아빠가 조금은 힘이 되겠구나', '딸도 저런 아빠한테 마음의 위안을 주고 사랑을 주겠구나'를 보여주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 점은 잘 보인 것 같다. 작은 목적을 달성했다."
 

배우 차승원 / YG엔터테인먼트

-샛별 역을 맡은 엄채영과 부녀 케미가 좋았다.
"솔직히 자기 자식이 예쁘지 남의 자식이 예쁜가.(웃음) 그런데 채영이는 어머니가 너무 좋으시다. 어떤 어머니는 카메라 뒤에서 '이렇게 해, 저렇게 해' 조절하시는 분이 계신데, 채영이 어머니는 그런 게 전혀 없다. 더우면 몰래 와서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는 정도였다. 일상에서 볼 법한 엄마와 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 채영이가 집중력이 대단해 호흡이 잘 맞았다."

-50대에 접어들었다.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나.
"좋은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좋은 사람이란 남한테 잘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피해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누가 나한테 잘해주면 호의로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의심스럽다.(웃음) 생각해보면 '밥이나 한 번 먹자'라고 말하는 것도 피해다. 희망고문이지 않나. 누군가는 이걸 진짜 기다릴 수가 있다. 식당에서 의자를 사용했으면 다시 집어넣고 가는 그런 사람이 좋다."
 
-30년의 연기 생활을 돌아봤을 때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좀 더 잘 하지 왜 그랬니. 왜 그렇게 시행착오가 많았냐. 운 좋은 줄 알아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 가지 칭찬하고 싶은 건 쉽게 못 놓는 성격. 그거 하나만큼은 인정해주고 싶다. 그 성격 덕에 50대 때 넋 놓지 않을 수 있었다. '주연을 하겠다'는 이런 마음은 없다. 뭘 못 견디냐면 3등 같은 조연은 싫다. 완벽하게 단역으로 써도 좋으니까 쓰임새가 분명했으면 좋겠다. 남한테 피해 안 줄 정도로 치열하게 살고 있는데 성실함인 것 같기도 하다."
 

배우 차승원 / YG엔터테인먼트

-'삼시세끼', '스페인 하숙' 등 예능으로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 어떤가.
"사실 예능에 출연하면서 얻은 게 많다. 동료들과 좋은 추억을 쌓았기 때문에 출연에 대한 반감이 없다. 예능에서의 모습을 좋아해주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도 커졌다. 예전에는 예능에서의 이미지가 고착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지금은 크게 걱정 안 한다. 나이가 50인데 무슨 걱정을 할까. 하던 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웃음)"
 
-올 추석 땐 영화 홍보로 바쁘겠다.
"성묘도 미리 하고 왔다. 아버지께 영화 잘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생각해보면 돌아가셨어도 빚지는 것 같다. 부모 자식 간의 연은 빚이라고 하잖나. 꼭 이럴 때만 가서 죄송스럽지만, 추석 때 못 가니까 미리 인사를 드렸다. 벌초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앞으로 배우로서 혹은 인간 차승원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너무 잘 되지도, 안 되지도 않고 지금처럼만 가고 싶다. 출연한 작품이 잘 되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것만 바라보면서 일하고 싶진 않다. 안될 때를 대비하자는 거다. 충격의 갭이 크기 때문이다. 잘 되면 즐거워하고 안 되면 '그래그래'하며 적당함을 유지하려고 한다. 인간 차승원으로서는 일단 건강검진을 받아 보고 괜찮으면 이대로 가고 싶다. 아직까진 내 식솔을 끝까지 잘 챙기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건강하고 오래 살고 싶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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