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PC게임만으로 근근히 버텨... 노조 지적에 이정헌 대표 "직원에 신뢰줄 것"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국내 게임업계를 이끄는 넥슨이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6월 말 매각 무산 이후 조직 개편과 각종 프로젝트들의 중단, 지스타 불참과 노사 갈등 문제 등 넥슨에게 산적한 여러 상황에 대해 업계 내·외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현재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신규게임 준비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출시한 신작들의 반복된 흥행 실패와 노사 갈등 등의 위기를 직감한 넥슨이 해결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허울뿐인 타개책만 거듭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첩첩산중'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넥슨 코리아 판교 사옥. /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김정주 NXC 대표이사의 넥슨 매각 결정으로 회사 내·외부가 매우 흔들렸다. 결과적으로 시장가격과의 괴리로 인해 매각에 실패했고, 그 과정 속에서 내부 조직 개편과 일부 경영진의 퇴진, 산적해있던 게임 개발 프로젝트 여럿이 중단되거나 방향키를 잃게 되는 등의 위기를 맞이했다.

또한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2019' 불참을 일찍이 확정했고,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가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단단할 것만 같던 넥슨이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모바일 히트작 실종, 조직 개편 단행 

넥슨의 현재를 이끄는 것은 '던전앤파이터', '피파온라인4' 등이다. 이와 같은 게임들은 출시한지 10년이 넘은 오래된 지식재산권(IP) 게임들이다. 실제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넥슨의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다.

국내에서도 신작 게임들이 아닌 '피파온라인4', '서든어택',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기존 게임들의 흥행으로만 버텨가고 있다. 특히 넥슨은 PC 온라인게임 부분에서는 명실상부 탄탄한 기반이 있어 흔들리지 않고는 있지만, 모바일 부분에서의 흥행작이 없는 것이 큰 문제다.

넥슨이 서비스하고 있는 모바일게임들. / 사진=넥슨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와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PC·모바일 신작 프로젝트들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김정주 회장의 넥슨 매각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며, 회사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일어난 결과다. 기존 회사 운영 체계를 개편하고, 인사 이동을 통해 변화를 꾀하겠다는 김 회장의 의중인 것이다.

넥슨은 지난 8월 기존 PC온라인사업본부와 모바일사업본부를 통합해 통합사업본부 산하에 실무그룹을 두는 형태로 운영 방식의 변화를 줬다. 플랫폼의 구분이 사라지는 현 게임업계의 트렌드에 맞춘 변화다. 또한 '페리아 연대기' 등의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흥행 부진에 허덕이는 게임들도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실제 박지원 GCCO(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와 정상원 개발총괄부사장 등이 넥슨을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의 구조 조정이 거듭되고 있다. 

구조 조정 우려와 구원투수 등판?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 포인트'가 최근 잇단 게임 개발 무산으로 구조조정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3일 첫 장외 집회를 열어 사측에 고용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 사진=연합뉴스

매각 시도 실패가 불러온 넥슨 구성원들의 걱정과 피해도 상당하다.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는 지난 3일 넥슨 코리아 사옥 앞에서 게임업계 최초로 집회를 열고, 매각 실패 후 발생되고 있는 조직 개편과 구조 조정으로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언제든 재매각 시도가 일어나거나, 대대적인 구조 조정을 통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본지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조직 개편 등으로 발생한 프로젝트 드랍은 고용불안과 직결되는 것이 현재 게임업계의 현실이다"며 "프로젝트 드랍 자체가 경영권의 영역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회사가 노동권을 존중하고자 한다면 고용안정에 대한 확실한 계획과 약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넥슨의 구성원으로써 '지스타2019' 불참, 연내 흥행작의 부족 등에 대해서는 "노동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아니라면, 회사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경영권과 노동권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했다.

노조 집회 후, 넥슨은 빠르게 움직였다. 넥슨은 지난 9일 현재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의 창립자인 허민 대표의 '원더홀딩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총 투자액은 3500억 규모, 취득 지분율은 11.1%이다.

넥슨은 지난 9일 현재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의 창립자인 허민 대표의 '원더홀딩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총 투자액은 3500억 규모, 취득 지분율은 11.1%이다. / 사진=넥슨 제공

그동안 허민 대표의 넥슨 재합류설이 끊임없이 흘러 나왔지만, 공식적인 내부 합류가 아닌 외부 고문으로 넥슨의 전반적인 게임 개발에 나서는 모양새다. 넥슨의 글로벌 히트작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허민 대표의 역량을 믿고, 다시 한 번 히트작 개발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같은 날인 9일, 이정헌 넥슨 코리아 대표이사는 사내 공지를 통해 "현재 개발되고 있는 내부 신규 프로젝트들에 대해 이달 중 리뷰 검토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회사가 우선 집중해야 할 프로젝트에 대한 신중한 선별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모든 이해관계와 히스토리를 배제하고 원점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현재 분명 대성한 게임들, 걸출한 IP들을 여럿 서비스하고 있다"며 "우리는 현재 이와 같이 성공한 게임 IP를 다시금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상태일까. 경영진은 지금의 방식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게임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프로젝트는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중단될 수도, 축소될 수도, 혹은 2~3배 이상 지원이 강화될 수도 있어야 하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연성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한 전제는 임직원 여러분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지 않다는 신뢰를 회사가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전환의 과정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안전망을 고민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결정에서도 넥슨이 성장하기까지 함께 땀 흘리며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준 직원 여러분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같은 넥슨의 행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 맏형 넥슨의 행보가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넥슨이 현재 처한 위기를 잘 극복해낼지, 아니면 더 깊은 어려움에 빠질지 향후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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