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원유시설 타격…국내 수급·가격에 '적신호'
사우디 원유시설 타격…국내 수급·가격에 '적신호'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9.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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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사우디·미국 등서 비축유 방출로 가격 안정화
삼성증권, 단기간내 시장가격 회복될 것

[한스경제=이정민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시설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두 곳이 14일(현지시간) 오전 4시께 예멘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국내 정유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16일 대한석유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사우디산 원유는 3억2317만 배럴로 전체 수입량의 29.0%에 달한다. 이번 공격을 받은 시설은 하루 처리량이 사우디 전체 생산량의 70% 차지 하는 핵심시설이다. 사우디 당국은 드론 공격을 받은 시설 두 곳의 가동을 중단하며 이번 조치가 하루 570만 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에 영향을 줄 거로 예측했다. 이는 사우디 전체 산유량 절반이며 전 세계 산유랑의 5%에 해당한다.

당장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국제유가는 개장과 함께 20%가량 폭등한 채 거래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장 초반부터 배럴당 19.5%(11.73달러)나 오른 71.9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일간 상승률로는 199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야 주요 석유 시설 무인기 공격을 받은 사태와 관련해 "당장 원유 수급에 차질이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통해 원유 수급 상황을 점검한 결과, 이번 사태로 당장 선적에 차질이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수출항도 이번에 공격을 받은 곳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선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도 만약의 때를 대비해 비축유를 방출해 계약물량을 정상적으로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시설복구가 장기화 될  경우 일부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긴급회의를 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사우디를 비롯해 미국 등이 비축유를 방출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우리 정부도 비축유를 방출해 폭등하는 시장가격 안정화에 나설 것이라는 계획이다.

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불이 나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불이 나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국내 대형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유가 상승과 원유공급의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하지만 유가 상승이 정유사 이익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정제마진에 끼치는 영향 등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것으로 정유사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상 원유가격이 올라가면 석유제품의 가격도 따라 상승하며 정제마진이 늘어나는데, 현재 세계 경기상황을 봤을 때 제품가격이 생각보다 덜 올라갈 수도 있어 예측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고유가로 소비가 줄어들며 제품 가격 상승을 늦출 수 있다"면서 "현재 정제마진 전망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정제마진이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면서 "하지만 장기적으로 계속 원유 가격이 오르는 형태가 아니라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정유업계는 정확한 피해 규모와 국제 관계자들의 대응에 따른 유가 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오일 관계자는 "현재 수급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조만간 있을 아람코 측 공식 입장을 확인해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사우디 원유시설 파괴에 따라 시장에서 공급량 감소와 가격 상승이 일정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국제유가 등 시장상황을 예의주시 하면서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의 무인기공격으로 화재가 발생, 연기가 치솟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의 무인기공격으로 화재가 발생, 연기가 치솟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편 시장에서는 국제유가 급등이 단기에 수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테러에 따른 생산 차질 물량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큰 것은 사실이나 단기에 수습될 가능성이 있고 일정 부분 대응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단기 유가 상승 요인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 연구원은 "이번 공급 차질에 대응할 방법은 세 가지"라며 "첫째 사우디가 보유한 원유 재고를 방출하는 것이고 둘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잉여생산능력을 활용해 공급을 늘리는 것, 셋째는 미국과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보유한 전략적 비축유를 방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우디와 기타 OPEC 국가들의 증산에도 이번 테러의 여파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미국과 IEA 회원국들은 보유한 전략적 비축유를 방출할 것"이라며 "전략적 비축유까지 방출될 경우 생산 차질에 대한 대응 여력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물론 이는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가능한 것으로 결국 사우디의 생산 차질이 얼마나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가장 긴요하다"며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사건 정황에 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할 때까진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 연구원은 "올해 8월 기준으로 사우디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주요 국가는 중국, 일본, 인도, 이집트, 한국, 미국 순으로 이들 국가가 이번 공격에 따른 공급 차질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