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보험사 vs 카드사, 수수료 문제로 카드납부 평행선
보험사와 카드사가 보험료 카드납부를 두고 입장차를 보인다. 오른쪽은 생명보험협회. /연합뉴스, 픽사베이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료 카드납부를 독려하고 있지만 카드 납부율은 여전히 미미하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보험·카드업계는 2017년 협의체를 구성해 보험료의 카드 납부를 논의 중이지만 수수료율을 놓고 여전히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생명보험사 전체 수입보험료 중 카드결제분은 3.0%에 불과했다. 보장성 보험료 카드결제 비중은 5.8%지만 저축성 보험과 변액 보험 카드결제 비중은 각각 0.8%, 0.7%에 불과했다.

손해보험업계는 카드결제 비중이 26.9%로 비교적 높았다. 자동차보험의 카드결제 비중이 76.2%로 많았으며 보장성 보험 11.7%, 저축성 보험 4.8% 순으로 나타났다.

◆ 보험사, 카드결제 기피 이유는 수수료율

생보업계가 카드결제를 기피하는 이유는 카드 수수료율 때문이다. 현재 국내 생보사 24곳(재보험사 제외) 중 카드결제를 받는 곳은 18곳이다. 상위 4개사 중에서는 삼성생명과 NH생명만 카드납부가 가능하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카드를 받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2분기 전체 수입보험료 5조515억원 중 14억원만 카드로 받아 카드납부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NH농협생명은 1조7025억원 중 229억원(1.3%), 신한생명은 1조804억원 중 1376억원(12.7%), 동양생명은 1조296억원 중 483억원(4.7%)만 카드로 받았다.

카드납부가 가능해도 조건이 까다롭다. 이마저도 보장성 보험에 한해 카드납부가 가능했다.

흥국생명, 메트라이프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푸본현대생명, NH농협생명 등도 저축성 보험에 대해 카드납부를 불허했다. 변액 보험에서도 대부분 보험사들이 현금으로만 보험료를 받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적립금이 없는 순수 보장성 상품만 카드납부가 가능하다"며 "카드는 삼성카드만 받는다"고 말했다.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면 미납되는 상황이 현저히 줄어들어 보험사들에게도 이득인데 왜 카드납부를 받지 않을까.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에 예금이나 적금에 가입할 때 카드로 납부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저축성 보험 역시 같은 성격의 상품이기 때문에 카드 결제를 허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보험사들은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역마진에 2022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른 자본 확충 압박도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생보사 전체 순이익은 2조1283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1487억원 대비 32.4%(1조204억원) 급감했다. 카드납부에 따른 수수료율이 보험업계에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 카드사, 현행 2.0% 내외 수수료율 고수

현재 카드사들은 보험사 카드 결제 수수료율을 2.0% 내외로 책정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카드사들이 조금만 양보해주면 카드수납을 적극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카드사들 역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업카드사 8개사 순이익은 94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263억원) 줄었다.

올해부터 적용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 탓으로 분석된다. 전업카드사의 상반기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1년 전보다 0.2%(134억원) 감소했다.

상반기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이 426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20조5000억원)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수수료 수익 감소 폭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카드사들은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와 보험업계가 이 부분을 꾸준히 논의했지만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며 "수수료를 모두 카드사가 가져가는 것도 아니다. 중간에 밴(VAN)사 등 유통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크게 남는 게 없는 현재 형편상 수수료율을 낮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 소비자들 "카드 납부하면 연체 없을텐데…"

보험사와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놓고 대립하는 동안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아이디 'jun2****'는 "현금이체만 받는다는 보험이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cool****'는 "보험료 카드결제 때문에 설계사랑 싸웠다. 뭐를 해도 안되더라. 설계사만 중간에서 죽어나는 것 같아 양보했다"며 "불합리하니 빨리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의 누리꾼은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하게 되면 연체될 일이 없으니 보험사 입장에서도 이득이지 않느냐"며 "매월 연동 계좌에 보험료를 넣어 놓기도 번거롭다"고 하소연을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버스비, 택시비, 영화관, 식당 어디할 것 없이 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없는데 보험료는 안된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카드사도 수수료율을 낮춰도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닐텐데 서로 양보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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