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차 구광모 LG회장, 인사 키워드는 '신상필벌'
취임 2년차 구광모 LG회장, 인사 키워드는 '신상필벌'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9.17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년차 한상범 부회장 용퇴시키고 정호영 사장 투입... SK와 배터리 전쟁 중에도 '혁신인사'
구광모 회장 /사진=LG그룹
구광모 회장 /사진=LG그룹

[한스경제=이정민 기자] 취임 2년 차를 맞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신상필벌' 원칙을 내세우며 파격적인 인사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구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그동안 구본무 회장까지 이어온 LG그룹의 가풍인 '인화'에서 더 나아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혁신'을 주창하는 모양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실적 악화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구 회장은 8년 동안 LG디스플레이의 살림을 도맡아 온 한 부회장의 후임으로 LG그룹내 리스크 전문가로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투입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신임 사장은 2008년부터 6년 동안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재직한 재무통으로 꼽힌다. 정 사장은 LG전자 영국 법인장을 거쳐 주요 계열사에서 CFO 및 COO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재계에서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인재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호영 사장을 LG디스플레이로 긴급 투입한 구 회장의 결정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관측이다. 구광모 회장은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정 사장을 LG디스플레이로 투입했다. 그만큼 LG화학 보다는 LG디스플레이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호영 사장은 LG디스플레이로 전격 투입되자 마자 '희망퇴직' 카드를 들고 나섰다.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3일부터 3주간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내달 말까지 퇴직을 완료할 예정이다.

1차 희망퇴직 대상은 근속 5년 차 이상의 기능직(생산직) 직원들이다. 내리막에 접어든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인력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도 예고됐다. 정 사장은 사업별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임원·담당조직 축소 등 조직 개편도 단행할 계획이다.

구광모 회장은 정호영 사장을 LG디스플레이로 투입하면서 차동석 S&I 코퍼레이션 전무를 LG화학의 새로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했다. 차동석 전무는 LG화학 재무세무회계팀으로 입사해 ㈜LG, LG경영개발원 등에서 근무했고 서브원 CFO, S&I CFO를 거쳤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 가운데 /LG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 가운데 /LG

구 회장은 근본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영입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다. 3M 출신의 신 부회장은 화학 전공이 아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출신이다. 최근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에서 신소재,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등 첨단 소재·부품과 바이오 분야로 빠르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LG화학이 CEO 역시 소재·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인물로 교체했다는 분석이다.

지주회사인 ㈜LG에도 새로운 인물을 데려다 앉혔다.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담당하는 경영전략팀 사장으로 베인앤컴퍼니 홍범식 대표를 영입했고,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인 김형남 부사장을 자동차 부품팀장으로 데려왔다.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을 지낸 김이경 상무는 인재육성 담당으로 영입했다.

구 회장이 보여주고 있는 최근의 깜짝인사는 구 회장 색깔이 보이는 움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소 구 회장은 형식과 절차를 벗고 실용주의를 앞세우는 경영 스타일을 선호하고 있다. 회장 취임 이후 별도의 취임식 없이 조용히 출근했으며, 복장 자율화를 전면 실시하면서 실용과 개방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 취임 1년 차에 대대적인 인사 변화는 부담이 되었겠지만, 취임 3년 차를 앞두고는 좀 더 대담한 변화의 시도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