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배우 김상중이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이하 '나쁜 녀석들')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2013년 개봉한 '우리 선희' 이후 약 6년 만이다.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13년 여 간 진행하며 매 주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는 김상중은, 그 때문에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장에 나가도 자신이 제일 고참인 중년 연기자. 자신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김상중이 선택한 건 '아재 개그'다. 촬영 현장, 인터뷰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 김상중의 '아재 개그'는 경직된 분위기를 말랑말랑하게 하고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특효약이다.

-식사는 하셨나.

"아직 안 했다."

-아직 1일 1식 하시나 보다.

"아니, 요즘은 하지 않고 있다. 1일 1식을 하려고 하니 하루에 한 번은 꼭 일식(日食)을 해야할 것 같더라. 그래서 요즘은 1일 한식(韓食)을 한다. (웃음)"

-언론 시사회 때도 '마동석이 동석하지 않아 아쉽다'는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재미를 즐기나 보다.

"앞에서는 다들 웃어주던데? (웃음) tvN에서 '어쩌다 어른'이라는 특강 쇼를 한 적이 있다. 보통 거기 오시는 분들은 그 옛날 국어책에 나오는 영희와 철수 같은 분들이다. 그만큼 연배가 있었다. 특강을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그 분들 마음을 편하게 해드릴까 하다가 '아재 개그'를 떠올리게 됐다. 현장에서 반응이 꽤 좋더라. 그래서 그 이후로 계속 연구하고 발췌하면서 써먹는다."

-'나쁜 녀석들' 촬영 때도 많이 했겠다.

"아무래도 그랬지. 12월, 꽤 추웠을 때 영화를 찍었다. 주된 촬영지 가운데 한 곳이 폐성당이라 먼지도 많은 곳이었다. 그래서 내가 '아재 개그'를 하면서 후배들에게 웃음을 주려고 했다."

-'나쁜 녀석들'은 OCN 드라마가 원작이다. 그 때도 오구탁 반장 역을 맡아서 박웅철 역의 마동석과 호흡을 맞췄다.

"그 당시에 드라마를 찍으면서 (마)동석이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거 영화화되면 재미있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게 5년 뒤에 현실이 된 거다. 드라마는 조금 다크한 분위기였다면 영화는 조금 더 유쾌하게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에서는 마동석이 보여준 존재감이 컸다고 생각한다. '마동석의 나쁜 녀석들'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라고 본다."

-완성된 영화를 어떻게 봤나.

"드라마를 안 보신 분들은 '나쁜 녀석들'이 왜 뭉치게 됐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에서 드라마 소개를 조금 하게 됐다. 드라마에 나왔던 캐릭터들 가운데 왜 일부만 영화에 나오게 됐는지, 그런 설명들도 들어갔다. 그 덕에 많은 관객들이 더 잘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와 또 다른 캐릭터들이 잘 조합이 됐다고 생각한다."

-오구탁을 연기함에 있어 5년 전 드라마 때와 변화된 점이 있었다면.

"드라마에서는 오구탁이 멀쩡했는데 영화에서는 아픈 사람으로 나온다. 그 부분에 신경을 썼다. 그 외에는 영화 연기나 드라마 연기나 차이를 두고 하지는 않았다. 아, 맞다. 내가 원래 화장을 잘 안 한다. 드라마를 찍을 때는 메이크업을 안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픈 사람처럼 보이게끔 메이크업을 했다. 내가 피부가 좀 좋다. 이대로 그냥 찍으면 너무 화사해 보이겠더라. (웃음)"

-오랜만의 영화 출연이었다. 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던가.

"스태프들의 연령이 낮아졌고, 여성 스태프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내가 꽤 고참이 돼 버렸다. (웃음)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후배들과 스태프들을 보면서 '내가 선배라고 선배 대접을 받으려고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히려 선배로서 모범을 더 보여야겠더라. 사실 고참의 기분에 따라 현장 전체의 분위기가 좌지우지 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래서 내가 '아재 개그'를 더 한 것도 있다."

-'아재 개그'에 상당한 자부심이 있는 것 같다.

"사실 배우 인생 30년인데 그 절반 가까운 13년을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하면서 보냈다. 그걸 하면서 어느 정도 어쩔 수 없이 정형화된 이미지가 생겨버렸다. 그걸 희석시키려고 '아재 개그'를 더 하는 것도 있다. '김상중의 이면에는 저런 허당 같은 면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 주면 좋겠다. 그래서 아마 앞으로도 계속 할 것 같다."

-말이 나와서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제 김상중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 됐다.

"그 덕에 얻은 점도 많다. 프로그램에 대해 내가 갖는 애정도 크다. 언제까지 이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걸 하면서 대중문화인, 혹은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자세와 책임감, 의무감 같은 것들을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됐다. 물론 배우로서 부딪히는 벽도 있다. 뭘 해도 ''그것이 알고 싶다'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까. 비약하자면 조선시대 천한 시종 분장을 하고 사투리를 써도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상중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쁜 녀석들'의 오구탁을 보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 그건 배우로서 내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마동석, 김아중, 장기용 등 후배들과 호흡은 어땠나.

"호형호재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마동석이 성장하는 과정을 아주 자랑스럽게 지켜봤다. 그래서 마동석이 영화에서 박웅철을 연기한다는 데 대해 기대감이 컸다. 마동석은 현장에서 겸손했고 줄곧 자신이 모범을 보이려고 했다. 다른 작품들을 같이 촬영하고 있었는데도 힘든 내색을 안 하더라. 앞으로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아중의 경우에는 상당히 디테일한 배우다. 연기를 하면서 사실 매 신, 매 컷을 다 힘을 주고 하기가 어려운데 김아중은 '대충'이란 게 없어 보였다. 매 신 최선을 다하고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장기용은 영화가 처음이라 어색할 수도 있었을 텐데도 자신의 몫을 훌륭하게 해 줬다. 내가 처음 영화를 했을 때와 비교해 만 배는 더 잘한 것 같다. 다음 행보가 굉장히 기대가 되는 배우다."

-'나쁜 녀석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미친개 다시 풉시다'라는 대사가 촬영 첫 대사였다. 그리고 거의 마지막에 했던 장면에선 '제발 예의 좀 차리면서 살자'라는 대사를 했다. 그 두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과 끝이 내겐 굉장히 기억에 남는 신이었다."

사진=임민환 기자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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