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 “콘텐츠 처리능력 비교” vs LG "선명도 차이 명확"
유통업계 관계자 "선명도에 크게 차이가 있는지 소비자 눈높이와 달라" 지적
삼성과 LG가 초고화질 8K TV시장 선점을 놓고 본격적인 전면전 양상을 펼치고 있다. 그래픽=이석인 기자 silee@sporbiz.co.kr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글로벌 초고화질 TV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끝내 해외에 이어 국내에서도 정면충돌했다. 초고화질TV시장을 놓고 중국과 일본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사간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LG전자는 이달초 독일 가전박람회(IFA)에서 삼성의 8KTV 화질을 놓고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17일 국내에서도 삼성제품을 대놓고 폄하하고 나섰다. 이에 LG전자의 입장에 이렇다 할 반박을 내놓지 않던 삼성전자도 이례적으로 이날 오후 긴급설명회를 갖고 정면대응 반격에 돌입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2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금액기준으로 16.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지만, 1위인 삼성전자(31.5%)에는 뒤처지고 있다. 특히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전 분기 47.7%에서 53.8%로 상승해, LG전자와 격차를 21.5%포인트에서 36%포인트로 더 확대한 상태다.

이에 LG전자가 TV 시장에서 공격 행보를 보이는 데는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내다 봤다. 여기에 8K TV시장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만큼 양사간 경쟁이 더욱 치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사의 비방전은 시연회에서 더욱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자사 QLED 8K TV를 LG전자 제품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의 스트리밍 8K 콘텐츠를 이용했는데 자사 제품에서는 문제없이 상영된 반면 경쟁사 제품은 영상을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이미지 파일을 USB에 옮겨 TV에 띄운 결과 삼성전자의 제품은 작은 글씨도 선명하게 불러왔지만 경쟁사 제품은 글씨가 뭉개지는 등 선명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반면 LG전자가 진행한 8K TV 시연회에서는 자사 OLED 8K TV를 통해 밤하늘의 별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별들이 선명하게 보였지만 삼성전자의 8K QLED TV에서는 깜깜한 화면만 연출되는 등 화질선명도를 강조한 영상을 보여줬다.

여기에 LG전자는 올레드 TV를 분해해 전시하면서 LCD TV의 일종인 QLED TV(QD-LCD TV)와 전혀 다른 디스플레이 기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8K TV는 기존 LCD TV에 퀀텀닷 시트를 추가한 것 뿐이라고 펌하했다.

삼성전자 QLED 8K TV 풀 라인업.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서울 R&D캠퍼스에서 8K 화질 관련 설명회를 통해 '화질선명도(Contrast Modulation, 이하 CM)'가 화질을 평가하는 절대기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8K 화질은 CM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밝기와 컬러볼륨 등 다른 광학적인 요소와 화질 처리 기술 등 시스템적인 부분이 최적으로 조합돼야 한다”며 “기준 정립을 위한 관련 업체간 협의가 활성화 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 상무는 최근 LG전자가 제기한 화질선명도에 대해 과거 1927년 발표된 개념으로 물리적으로 화소수를 세기 어려운 흑백 TV의 해상도 평가를 위해 사용됐던 것으로 초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의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용 상무는 “2016년도 이전에는 화질선명도가 중요해 화질 척도가 3K, 4K 등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였지만 지금은 8K의 물리적 화소수가 확보된 상황에서 CM이 중요하지 않아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 측은 양사의 8K TV를 비교해 가며 “CM이 좋으면 선명도도 좋고 화질이 또렸해야 하는데, 화질을 결정하는 여러요소가 있고 원콘텐츠에도 신호처리 능력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8K TV가 더 잘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QLED(왼쪽)와 4K 올레드 TV 화질을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앞서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를 개최한 LG전자는 8K 해상도 및 올레드 관련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전무)는 “해상도는 사람의 눈으로 어느 정도 뚜렷하게 구분 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단순히 물리적인 화소 수가 아니라 시청자 관점에서 이를 실제로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한가를 규정한 소비자 중심적 지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G전자 측은 “삼성전자가 공개한 8K TV의 화질선명도가 12%에 그쳐 ICDM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진짜 8K TV는 아니다”라고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했다.

남 전무는 “삼성 패널의 시야각이 LG보다 좋지 않아 시장에서 꾸준히 이슈가 됐다”며 “삼성이 올해 시야각이 개선된 제품을 내놓기 위해 보완하면서 부작용으로 화질 선명도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이번 설명회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정당한 알 권리를 제공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8K 규격에 부합한 제품을 소비자들이 사용하길 바란다고 취지를 전했다.

결국 양사의 신경전은 초고화질TV시장인  8K제품 선점을 위한 경쟁에 따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실제 이날 설명회를 통해 양사는 8K 시장은 이제 태동하고 있는 단계로 앞으로의 시장을 본격화하기 위해서 선의의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앞서 IFA 2019에서 LG전자의 선제 도발에도 외부 평가에 대응하지 않기로 했던 삼성전자가 직접적인 대응에 나선 만큼 앞으로 8K TV 시장에서의 신경전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외부 평가에 대응하지 않기로 했지만, 경쟁사에서 지속 의혹을 제기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는 상황에 생길 수 있어 기술적인 설명과 더불어 직접 체험으로 알아봐 주셨으면 했다”고 말했다.

한편 유통업계에서는 삼성과 LG가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초고화질 8K TV가 아직은 초기시장이라 소비자들의 선택에서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4K 이후의 고화질 TV시장은 소비자가 화질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제조사가 내세우는 '최초'나 '최고'라는 마케팅과 시장에서의 소비자 눈높이는 다르다는 점을 업체들이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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