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과도 '맞짱'
인화(人和) 바탕위 과감한 사업재편과 책임경영 인사 '눈길'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그룹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40대 초반 구광모 LG회장(42)의 '경영 칼날'이 예리해졌다. 밖으로는 경쟁사와 한판 승부를 마다하지 않고, 안으로는 임직원 경각심 제고차원의 인사고삐를 옥죄면서 그의 칼에 날이 섰다. 그룹 수장으로 취임후 1년 동안 내실을 기했다면 2년차를 맞는 지금은 혁신을 향한 잰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그룹은 과거 구 회장의 선친인 고(故) 구본무 회장이나 구자경 명예회장 등에서 이어온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는 다소 보수적인 이미지였다. 구광모 회장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던 지난해 구본무 회장이 갑작스럽게 작고한 이후 등판한 당시 구 회장의 이미지는 앞선 그룹 오너 경영진의 그것처럼 인화와 은근한 미소 등으로 대중에게 다가왔다.  일각에서는 구본무 회장의 별세 이후 LG그룹 내실경영을 위한 정통성을 갖춘 적당한(?)인물 정도로 평가하기도 했다.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이런 기계적 이미지때문에 글로벌 그룹 LG의 순항을 걱정하는 우려도 적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불식하듯 최근 들어 구 회장이 눈빛이 남다르다는 평가도 곳곳에서 나온다. 그가 ‘인화(人和)’를 강조해 왔던 LG그룹의 다소 방어적인 이미지를 180도 바꿔 현안에 적극 대처하는 공격적 문화로 뒤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사안에 대한 결단력이 빨라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시장에서 나온다.

18일 LG그룹 및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LG그룹의 핵심 경영진 인사나 숙명의 라이벌격인 삼성과 SK그룹과의 여론전, 힘겨루기, 소송전을 들여다보면 LG그룹의 색깔이 "'구광모 회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까지 그룹 안팎에서는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LG그룹의 핵심인 LG디스플레이가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상황에서 타개척의 일환으로 가장 먼저 한상범 부회장이 용퇴한 것은 결국 구 회장의 고심어린 결단의 결과로 재계에서는 본다.  한 부회장은 지난 8년 동안 LG디스플레이를 이끌어 온 전문가다. 한 부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그룹내 리스크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발령냈다.  정 사장 투입후 이 회사는 곧바로 희망퇴직를 실시, 구조조정을 본격화 했다.  최고 경영자 인사에서 임직원 구조조정까지 속전속결로 치달은 배경엔 구 회장의 오너십 작동외에는 설명이 어렵다는 게 재계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발빠른 인사와 사업재편을 통해 그룹내 사업안정화 움직임은 이미 엿보였다. 그룹내 수익이 떨어지는 사업군을 매각하는 한편 생산단가가 높았던 평택 휴대폰 공장은 베트남으로 이전키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생산기지 이전과 함께 지난 1년 동안 LG그룹은 10여건의 매각을 진행하거나 완료했다. ▲LG퓨얼셀시스템즈 청산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OLED 사업철수 ▲LG전자는 하이엔텍, LG히타치솔루션 매각 ▲LG화학 편광판, 유리기판 사업 매각 ▲LG유플러스 결제사업부(PG) 매각 등은 구 회장 체제의 변혁의 산물이다.

구 회장은 과감한 사업정리와 더불어 신규사업에도 과감한 투자를 펼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를 8000억원에 전격 인수했고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전장조명업체 ZKW를 1조4440억원에 인수했다. 실용주의 경영을 펼치고 있는 구 회장은 불필요하다고 판단된 사업을 청산하고, 신규 사업을 위한 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미국 실리콘밸리·샌프란시스코 등을 방문해 미래 먹거리 전략, 글로벌 인재유치 등을 점검했다.  /사진=LG

구광모 회장은 발빠른 사업재편과 함께 인사에서도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전문인력 확보에도 잰걸음을 나타낸 대목도 눈에 띈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영입했다. 신 부회장은 미국 3M출신이다. 이후 홍범식 베인앤드컴퍼니 대표를 ㈜LG 경영전략팀장에,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인 김형남 부사장을 자동차부품팀장,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상무 출신 은석현 전무를 LG전자 VS(자동차부품)사업본부장 등을 영입하고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 출신 김이경 상무를 인사팀 인재육성담당으로 영입했다.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인재들도 지주사인 ㈜LG로 모아 구회장을 보좌토록 했다. 이방수 CSR팀장, 이재웅 LG법무팀장, 정연채 전자팀장, 강창범 화학팀장, 이재원 통신서비스팀장 등이 대표적이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이어온 내실경영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행보로 재계의 주목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동안 안팎에서 잡음이 나오는 것을 극도로 꺼리며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던 모습에서 벗어나 단호하고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경쟁사와의 불협화음도 마다하지 않고 기업간 공정경쟁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한 배터리 소송전과 삼성전자와의 초고화질 8K TV시장을 놓고 벌이고 있는 공방이다. 당초 이견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대표간 만남으로 조율되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이견으로 합의에 실패하자 곧바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관계자가 8K QLED TV와 4K OLED TV의 화질을 비교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의 8K TV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19'에서 한차례 '원정 기싸움'을 벌인 데 이어 지난 17일 기술설명회를 개최해 삼성과의 차별성을 극대화 했다. 이러한 기업간 기싸움을 볼 때 구광모 회장이 휘두르는 칼날이 갈수록 속도가 빠르고 상대방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는 재계의 펑가까지 나온다. 특히 당초 어리게만 봤던 구 회장이 50대의 이재용 부회장과 60대의 최태원 회장 등과 이른바 '맞짱'을 벌이는 형국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취임 후 1년동안 내실을 다져왔던 구광모 회장이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통해 인사와 사업재편 등을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며 “과거 인화를 강조했던 LG그룹이 구 회장의 등판에 ‘신상필벌(信賞必罰)’로 그룹 문화가 공세적이고 능동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연말께 ‘순혈주의’ 타파와 ‘책임경영’, ‘성과주의’에 따른 인사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영입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권영수 ㈜LG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의 거취가 물음표를 안고 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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