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내버려둬!'...지속되는 잡음에 피곤한 국책은행들
'나 좀 내버려둬!'...지속되는 잡음에 피곤한 국책은행들
  • 김동호 기자
  • 승인 2019.09.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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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지방이전 추진에 합병설까지...산업·수출입·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반발
정치권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추진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치권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추진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선 서울에 위치한 국책은행의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일각에선 국책은행 간의 인수합병을 통해 초대형자본을 갖춘 메가뱅크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당사자인 국책은행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은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성 공약으로, 정책금융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책은행 간 합병 주장 역시 전혀 논의되지 않은 사안으로 합병에 따른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구)과 자유한국당 곽대훈(대구 달서구갑) 의원 등 일부 여야 국회의원들은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위한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해영 의원은 지난 3월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한국수출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두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같은 당 김두관 의원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시에 두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정관으로 정하는 곳에 본점을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월엔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이 산업은행법과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에는 두 국책은행의 본점을 전라북도에 두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4월엔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의 대표발의로 기업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대구광역시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긴 ‘중소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출됐다. 곽 의원은 대구시가 전체 사업체 중 중소기업체의 비율이 99.95%에 달하고, 종사자의 97%가 속해 있어 8개 광역시 중 그 비율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용보증기금 본점이 대구에 있어 기업은행과의 연계를 통한 중소기업 자금지원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국책은행 노조는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국토 균형발전의 가치는 부정할 수 없으나 국책은행 지방이전이 현실성이 있는지, 금융산업에 폐해를 끼치진 않는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면서 "국책은행의 지방이전 개정안들이 대표발의 의원들의 지역구 소재지로 본점을 옮기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정략적 의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제출한 김해영 의원의 지역구는 부산 연제구다. 역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전라북도 이전을 주장한 김광수 의원의 지역구는 전북 전주시갑이다. 기업은행의 대구 이전을 주장한 곽대훈 의원 역시 대구 달서구갑을 지역구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이 국책은행의 경쟁력 강화와는 무관하게 결정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은 모아야 시너지가 발휘된다"면서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분산시킬 경우 한국의 금융경쟁력이 더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강 연구위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책결정권자들이 무리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뉴욕, 런던 등 해외의 주요 금융 중심지 사례를 들며 "금융 중심지들은 자연적으로 형성, 발전됐다"며 "비자발적인 금융기관 이전으로 금융 중심지가 된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반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 달 국책은행 지방이전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공공기관 이전은)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말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장기적인 발전상을 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책은행들의 지방이전과 별개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설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0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은과 수은이 합병하면 훨씬 더 강력한 정책금융기관이 탄생할 것"이라며 "(그렇게되면) 될성 부른 기업에 대한 지원도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산은과 수은이 통합하면 중복된 정책기능을 통합할 수 있다"며 수출입은행 합병에 대한 의지를 내비췄다.

국책은행들의 합병 주장은 과거부터 지속돼왔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를 합병해 자산 규모 550조원의 '메가뱅크'를 설립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노동계의 반발과 내부갈등,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겹치면서 무산됐다.

이번에도 국책은행 간 합병이 추진될 가능성은 매우 적은 상황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전자증권제도 시행 기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은 이동걸 산은 회장의 사견일 뿐으로,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며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라고 합병설을 일축했다.

김용범 기재부 차관 역시 지난 17일 "산은과 수은은 고유 핵심기능에 역량을 집중해야한다"면서 "이동걸 산은 회장의 언급은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