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최근 예능가에서 갑자기 주목받는 말이 있다. 바로 '노동 예능'이다. 노동 예능은 말 그대로 출연자들이 노동을 콘셉트로 즐거움과 힐링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이다. '일하면서 하는 예능'이라고 하면 포괄적이긴 하나,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예능들이 있다. tvN '일로 만난 사이', '삼시세끼', SBS '리틀 포레스트', 파일럿 프로그램 '맛남의 광장' 등이다. 나열된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출연자들이 특정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통과 케미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에 대해 최영일 대중문화 평론가는 "노동 예능은 최근 젊은 층의 사고를 꿰뚫어 본 것"이라며 "이는 최근 예능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tvN '일로 만난 사이' 포스터

■ '텃밭 가꾸기'부터 '돌보미'까지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는 각양각색이다. 텃밭을 가꾸며 자급자족하는 것부터 시작해 아이들 돌보미, 요리 등 기획들로 다양하다. 지난달 24일부터 시작한 '일로 만난 사이'는 일손이 부족한 곳에 가서 땀 흘려 일하고 번 돈을 나를 위해 쓰는 프로그램이다. 유재석이 친분 있는 동료를 불러 일을 하며 다양한 토크로 예능적 재미를 선사한다. 차승원, 유희열, 정재형 등 매주 새롭게 등장하는 게스트도 관전 포인트지만, 이들이 일거리에 서툴어하는 웃픈 모습이 웃음을 유발한다. 서툴지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풋풋한 즐거움과 직장인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삼시세끼'는 산촌편뿐만 아니라 이전 시즌에서도 고된 노동으로 주목을 받은 프로그램이다. 이번 산촌편을 예로 들면, 출연자들은 세 끼의 식탁을 차리기 위해 감자를 캐거나, 모종을 심는 등 쉼 없이 텃밭을 가꾼다. 집을 보수하는 작업부터 요리, 설거지, 텃밭일 등을 해나가며 산촌 살이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선한 재미와 흐뭇함을 안긴다. 

이승기, 이서진, 박나래, 정소민이 출연하는 '리틀 포레스트'는 출연자들이 자연에서 1박 2일 동안 미취학 아동 5~8명을 돌보는 예능이다. 기존 예능이 주목했던 스타들의 자녀를 돌보는 '육아 예능'이 아닌 연예인들이 바쁜 부모 대신 아이들 돌보는 '돌봄 예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출연자 중 이승기가 아동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는가 하면, 이서진이 아동요리지도사 자격증을 따며 전문적인 케어 서비스에 나서 관심을 모은다.

최근 SBS가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맛남의 광장'도 마찬가지로 노동 예능이다. '맛남의 광장'은 지역 특산품이나 로컬푸드를 이용해 기존에 맛볼 수 없었던 신메뉴를 개발하고 이를 휴게소·공항·철도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만남의 장소에서 판매하는 형식.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필두로 양세형, 백진희, 박재범이 황간휴게소에서 충부 영동의 특산물인 표고버섯으로 영표 덮밥, 영표 국밥 등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메뉴 개발만으로도 화제를 모으며 지역 농산품을 알리는 데 한몫을 했다. 비록 1회로 끝난 프로그램이지만 출연진들의 노동이 지역 농가를 살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평.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은 "정규 편성하면 볼 의향이 있다", "진심이 느껴져 좋았다"며 정규를 응원했다. 
 

tvN '일로 만난 사이' 스틸컷

■ 색다른 볼거리+젊은층 사고 간파
'일로 만난 사이'부터 '맛남의 광장'까지 최근 노동 예능은 스타들이 본업이 아닌 새로운 일을 함으로써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새 일에 어색해 하면서도 그 안에서 유쾌한 토크를 이어간다는 것이 매력이다. 그 안에서 휴식을 갖는 것 또한 소소한 힐링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최영일 대중문화 평론가는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며 "최근 젊은이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걱정이 노동 예능을 만든 것"이라고 짚었다. 최영일 평론가는 "사실 예전부터 '체험 삶의 현장' 등 유명 스타들이 고된 삶의 현장을 찾아가 직접 일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종종 있었다. 조영남부터 시작해서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배를 타기도, 건설 현장에 가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직업 체험을 다룬 예능이 대세는 아니었다"며 "어디서부터 대세 분위기가 나타났냐면, 지금은 흘러간 물이 됐으나 '무한도전'이 스핀오프로 몇 가지를 만들어냈다. 코너일 뿐이지만 '무한상사'라는 코너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샀다. 유재석 부장에 박명수 차장, 정준하 과정, 하하 사원 등으로 이루어진 직장 콩트에 몰입한 시청자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된 삶을 겪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직장 현실을 비튼 예능이 쾌감을 줄 수 있구나라는 걸 그때 깨닫기 시작했다"며 "그다음부터는 케이블을 중심으로 '노동 예능'이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최영일 평론가는 예능의 주 소비층인 젊은 층들의 관심이 예능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평론가는 '삼시세끼', '효리네 민박' 등을 예로 들며 "요즘 젊은이들의 걱정은 먹고 사는 문제, 노동과 직업의 문제다. 그런 내용을 빼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본다"며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팔아도 먹고 사는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면 관심을 받는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고객, 사장 등 사람들과 우연한 만남, 휴식을 통해 갖는 놀이 문화들은 하나의 삶으로 다가온다. 소확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층의 사고를 꿰뚫는 것이 요즘 트렌드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평론가는 당분간 이러한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영일 평론가는 "경기가 살아나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면 새로운 순수 예능의 황금기가 올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기가 좋아질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한동안 이러한 트렌드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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