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시티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대표적인 최약체 중 하나였다. 적어도 2013년까지는 ‘만년 꼴찌’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1995년부터 2012년까지 매해 승률은 늘 5할 밑이었다.
그런 구단이 지난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샌프란시스코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패했다. 미국 언론은 다양한 분석을 쏟아냈다. 최강 불펜이 첫 손가락에 꼽혔다. 그리고 한국인 이성우(39)씨, ‘승리의 요정’이라 불린 남성의 이름도 거론됐다.
이 씨는 캔자스시티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0년 간 활동한 열혈 팬이다. 현지에선 한 번도 경기를 본 적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지난해 구단으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이후 캔자스시티는 이 씨가 미국에 머물던 9박10일간 8승1패의 호성적을 올렸다. 홈 팬들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여권을 압수하자”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한 이유다.
승리 요정은 국내에도 있다. 이제는 리듬 체조가 아닌 프로 볼링 선수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신수지다. 두산은 신수지가 잠실에만 뜨면 무조건 이긴다. 작년까지 9전 9승으로 이씨와 캔자스시티보다 승률이 좋다.  
신수지는 두산과 NC의 시즌 개막전이 열린 지난 28일에도 지인과 함께 잠실구장을 찾았다.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로 두산 선수들이 웃으며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두산은 4회초까지 0-4로 끌려갔지만 김현수, 김재환 등 왼손 거포가 나란히 홈런을 터뜨리며 승부를 9-4로 뒤집었다. 상쾌한 시즌 출발이었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처음에는 신수지 씨가 온 줄 몰랐다. 경기 초반 점수를 내줘 ‘오늘은 힘들겠구나’ 했는데, 관중석에 있는 신 씨를 발견했다”며 “10전 10승이다. 신수지 씨가 두산의 승리 요정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같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함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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