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국제송금, 혁신은 언제?...블록체인 도입 눈치보는 은행들
답답한 국제송금, 혁신은 언제?...블록체인 도입 눈치보는 은행들
  • 김동호 기자
  • 승인 2019.09.2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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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JP모건 등 국제송금 시장 혁신 추진...국내 은행들은 '눈치만'
리플사와 JP모건 등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국제송금시장 혁신에 나섰다./픽사베이 제공
리플사와 JP모건 등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국제송금시장 혁신에 나섰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1. 최근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시중은행을 찾은 A씨는 너무도 느린 국제송금 시스템에 놀랐다. 몇초, 늦어도 몇분이면 가능한 국내 송금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1주일 전후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시차나 업무시간 등을 감안한다해도 너무 오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 송금이 완료될지 모른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것도 너무나 불편했다.

2020년이 몇 달 남지 않는 지금도 국제송금은 여전히 느리고 불편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은행과 외국 은행간에 직접적인 자금 이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간 송금은 국제송금망(SWIFT)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는 영문과 숫자를 조합한 8자리 또는 11자리의 코드로 이뤄졌다. 전세계 은행이 사용 중인 국제송금망은 지금으로선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해외송금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소 2~3일에서 많으면 1주일 이상 시간이 필요한 국제송금망이 가장 빠른 현금이체 수단이라니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국제송금망이 거의 유일한 국가간 송금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은행끼리 직접 자금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송금망은 거래 당사자들끼리 직접 자금이체 거래를 하지 않고 각국 중앙은행과 청산기관, 타금융기관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거쳐 이뤄진다.

이 때문에 송금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수수료도 비싸다. 또한 송금에 따라 요구하는 정보도 많다. 비싸고 불편하지만 믿을 수 있다는 것, 그 이유 하나로 국제송금망이 유일한 국제 송금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있다. 바로 블록체인 업계다. 국제송금 시장 혁신을 외친 블록체인 기업 리플사는 소수의 관리자가 거래 검증을 하는 허가형 블록체인이다. 리플사는 리플넷(Ripple Net)이라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 다수의 상대방과 자유롭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리플넷은 이미 각국 은행과 지불업체, 송금업체 등 100여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또한 리플넷은 가상통화인 리플코인(XRP) 기반의 결제 플랫폼 엑스래피드, 엑스커런트 등을 선보였다. 이는 국제송금에 특화된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리플사와 손잡고 시스템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미국에선 이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결제 및 송금시스템 도입이 활발하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은행간 정보네트워크(IIN, Interbank Information Network) 플랫폼을 선보였다. IIN은 글로벌 시총 2위의 가상통화인 이더리움 기반의 프라이빗 블록체인 쿼럼(Quorum)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시험사업으로 시작한 IIN은 블록체인을 통해 각국 은행 간의 결제 시간 및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JP모건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모든 참여 은행이 접근할 수 있는 공동 원장을 통해 해외 결제 과정이 간소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국제송금을 위한 수수료를 대폭 낮출 수 있으며 송금시간도 혁신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보안도 강화된다.

존 헌터 JP모건 글로벌 청산결제 총괄책임자는 "IIN은 의미 있는 은행 사용자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개발됐다"며 "특히 국가 간 지급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슨 골드버그 JP모건 애널리스트 역시 "해외 송금과 지급 결제는 시중 은행들이 '은행이 사라지는 시대'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라며 "블록체인은 은행 비즈니스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IIN 플랫폼엔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와 프랑스 최대 금융그룹인 소시에테제네랄, 독일의 도이체방크 등 전세계 330개 이상의 은행이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이 같은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은행들이 리플사와 협업에 나서거나 JP모건의 IIN 참여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실제 서비스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이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리플과 JP모건이 내놓은 여러 블록체인 서비스 도입을 검토했지만 실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출시하지는 못했다"면서 "계속 상황을 보면서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 서비스를 안할 생각은 아니다"라며 "향후 관련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