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희 / 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520억 원 제작 규모에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tvN '아스달 연대기'가 지난 22일 막을 내렸다. 초반에 약세였던 '아스달 연대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송중기, 장동건 등 구 캐릭터와 신 캐릭터들의 조화가 어우러지며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그 가운데는 배우 황희도 한몫을 했다. 황희는 '아스달 연대기'에서 타곤(장동건)의 명령이라면 무엇이든 행하는 대칸부대의 전사 무광 역을 맡았다. 도덕적 갈등 없이 잔인한 행위를 일삼는 모습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하림(조승연)의 가족을 몰살하려다 뇌안탈의 힘을 가진 눈별(안혜원)에게 살해될 때마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황희는 이번 역할이 본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기억에 남을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활해서라도 시즌2에 참여하고 싶다"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아스달 연대기'가 종영했다. 촬영 당시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
"일단 '아스달 연대기'는 제 땀과 피, 관절을 모두 내준 작품이다. 정말 재미있게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작품 들어가기 2달 전부터 운동을 과하다시피 했다. 말을 타는 장면이 있는데,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헬스장에 다니면서 몸을 동물적으로 크게 키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닭 가슴살 1kg을 삶아 도시락 5~6개를 싸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운동이 끝나면 수원에 가서 말을 3시간 정도 탔고, 이후엔 파주 액션스쿨에 가서 3시간 동안 훈련을 받았다. 그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다. 그래서 '아스달'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크다. 비록 파트3에서 죽었지만, 다시 살아나던가 다른 캐릭터로 시즌2, 3를 하고 싶다."
 
-고대 판타지라는 장르가 생소하진 않았나. 국내에서 참고할 작품이 없어 힘들었을 것 같다.
"아무도 가 본적 없는 고대 판타지였기 때문에 개척 정신이 있었다. 상상할 수 없어서 어려웠던 건 없던 것 같다. 미술팀이 열심히 준비한 현장에서 열심히 연기만 잘 하면 됐었다. CG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상상력과 집중력을 발휘해서 연기했다. 정말 힘들었던 건 혹독한 겨울 촬영을 이겨내야 했다는 점이다. 갑옷 안에 핫팩을 8~10개를 붙여도 추위가 해결되지 않더라. 그렇게 2~3일을 촬영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또 그 추위에 200명 가까이 되는 인물들을 보며 샤우팅을 해야 했다. 허투루 할 수가 없어서 광분과 함께 샤우팅을 했더니 성대결절이 왔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배우 황희 / 임민환 기자

-배우 장동건과 송중기 곁에서 연기한 소감이 어떤가.
"처음엔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 오랫동안 지속됐다. 두 분 다 너무 잘생기셔서 대본 읽다가도 얼굴을 훔쳐보곤 했다.(웃음) 함께 지내다 보니 굉장히 인간미 넘치는 형들이라는 걸 느꼈다. 장동건 선배는 힘든 액션 촬영을 끝내고 나면 항상 밥을 사주셨다. 저녁 자리에서는 최고급 한우를 사주셨고, 따라주는 술이 굉장히 달았다.(웃음) 송중기 선배도 배려가 넘치셨다. 제가 너무 예의를 차렸는지 편하게 하라고 하시더라. '장동건 선배는 너한테 선배일 수 있지만, 나한텐 편하게 형이라고 해도 된다'고 해서 형이라고 불렀다. 제가 운동하는 것도 알고 계셔서 프로틴 두 박스를 보내주셨다. 저뿐만 아니라 추운 날 미처 패딩을 챙기지 못한 배우들에게 패딩을 사주기도 했다. 가진 게 많아서라 아니라, 주변을 챙기는 세심한 마음이라는 게 느껴졌다."
 
-'아스달 연대기'뿐만 아니라 올해 SBS '의사요한'으로도 시청자를 만났다.
"그렇다. 여기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았다. '아스달' 촬영 막바지에 '의사요한' 촬영이 한 달정도 겹쳤었다. 그때 '아스달' 현장에서 '의사요한' 대본을 보기도 했는데, 마침 저를 목격한 대칸부대 형들이 '왜 여기서 그 대본을 보느냐'고 엄청 놀렸다. 감독님께도 들킨 적이 있는데 그때 박해준 형이 '감독님, 무광이 스브스 대본을 본다'고 일렀다.(웃음) 그래도 감독님께선 저를 많이 응원해주셨고, 비록 송출된 메이킹 영상엔 담기지 않았지만 '의사요한 화이팅!'까지 외쳐주셨다."
 
-'의사요한'에서는 마취통증의학과 펠로우 이유준으로 분했다. 굉장히 매력적이었다는 평이 있는데.
"매력적이게 만들려고 열심히 연구했다. 의사로서 어떤 것을 결정할 때, 본인의 생각을 고집부리지 않는 유연함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러한 성품에 위트가 있었으면 해서 그런 점을 첨가했다. 또 지성 선배, 이세영 씨, 정민아 씨, 레지던트와 관계를 다 다르게 잡았고, 그 색을 명확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다행스럽게도 시청자분들이 매력을 느껴주셔서 감사하다."
 
-캐릭터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쓸데없이 진지한 편이고, A형의 성격을 그대로 갖고 있다. 이유준과 비슷한 점이 있다면 장난기가 많다는 것. 말은 많지 않지만 은근히 유치한 장난을 즐긴다.(웃음)"
 

배우 황희 / 임민환 기자

-정민아와 러브라인도 그렸다. 멜로라는 장르에 관심이 생겼을 것 같다.
"지성 선배와 세영 씨가 그리는 멜로와는 다른 따뜻한 멜로를 보여주려고 했다. 시청자들이 봤을 때 '이 둘은 잘 될 것 같아'라는 안심을 줄 수 있는 멜로를 보여주자고 했는데, 민아 씨가 아이디어를 너무 잘 내시더라.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실 처음엔 멜로가 있는 걸 알고 감독님께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그래, 꽃미남은 아니지'라고 말씀하시니까 오기가 생기더라. 저만의 멋을 보여주려고 애썼다.(웃음) 이번에 솜사탕 같은 달콤한 멜로를 보여줬다면 다음번엔 가슴 절절한 멜로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영화 '노트북' 같은 사랑을 그려보고 싶다."
 
-본래 김지수 본명으로 활동했다가 '아스달 연대기'부터 활동명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드라마 '내일 그대와' 촬영을 끝내고 나서 이범수 대표님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 그때 '배우로서 임팩트 있는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고 가볍게 얘기했는데 진지하게 받아주시더라. 그 자리에서 이름을 열 개 정도 던져주셨다. 역사를 굉장히 사랑하셔서 그런지, 삼국지에 나오는 장수들 이름을 나열하셨다. 그중 하나가 '황희'였다. 마음속에 품고 있다가 굵직한 작품을 할 때 이 이름을 내걸자고 생각했다. 그게 '아스달 연대기'였다. 부모님께 의견 여쭙고, 대표님과 대화를 통해 활동명을 새겼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드라마든, 영화든, 연극이든, 포스터에 걸린 이름만 봐도 신뢰가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름 석자만 봐도 본능적으로 신뢰가 가는 배우들이 있지 않나. '황희'라는 이름을 보고 '이 배우가 참여하는 데는 그만한 재미가 있기 때문일 거야'라는 그런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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