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하반기 물량 몰려 있어 반등 가능성"
쌍용건설 본사 사옥 전경./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동남아 건축 시장에서 강호로 군림하고 있는 쌍용건설이 올해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중동·아프리카에서 쌍끌이 수주에는 성공했지만, 그간 강세를 보여온 동남아에서는 신규수주를 기록하지 못하는 등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연말에 입찰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 건설업 특성상 당장 동남아 시장의 성적을 예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2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4일까지의 해외수주액은 3억2357만달러다. 이는 전년 동기(6억599만6000달러) 대비 47%로 큰폭의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세부적으로 올해 신규 수주 내용을 살펴보면 아프리카의 적도기니에서 '바타 국제공항 신축 공사'와 아랍에미리트 '키파프 복합개발Phase II - Plot 5' 2건이다. 총 계약금액은 3억2357만달러로, 중동·아프리카에서 상반기 쌍끌이 수주에 성공했다. 이 외에 이라크에서 2016년에 수주한 '할랍자 정수장 운영관리사업' 프로젝트 등에서 계약금액 변경이 있었다.

반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는 신규수주가 없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를 필두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고난도 건축물 시장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지닌 전통 강호로 꼽힌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쌍용건설은 '동남아 강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동남아 시장에서만 9억4440만달러의 수주고를 올리면서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쌍용건설의 해외 수주액(14억3545만달러)의 6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쌍용건설은 전체 해외 수주액의 절반 이상을 동남아에서 거둬들이는 등 동남아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때문에 올초 쌍용건설은 주력시장인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고급건축과 고부가가치 토목공사 수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세부 경영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동남아 시장 내 점유율 확대를 통해 해외 수주를 늘려가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동남아 시장에서 수주가 늦춰지면서 해외 수주 목표 달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앞서 쌍용건설은 해외와 국내 포함 수주 2조8300억원 및 매출 1조4500억원의 경영전략을 세운 바 있다. 이 가운데 해외 수주목표액은 1조3700억원이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은 하반기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를 통과하고 입찰을 기다리고 있는 사업장이 여럿 있고, 해외사업 특성상 입찰까지 1년 이상 장기간이 걸리기도 하는 만큼 당장 동남아 시장 부진이라 예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상반기 해외 4500억원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지만 작년 수주액 1조6000억원의 경우 대부분 하반기에 수주했었기 때문에 올해에도 하반기 수주가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이는 건설업의 특성상 입찰 결과가 연말에 발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쌍용건설은 지난해 12월에만 싱가포르에서 '남북 지하 고속도로 102공구'와 '남북 지하 고속도로 111공구' 사업으로 6억9122만달러를 거둬들인 바 있다.

쌍용건설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서 PQ 통과 후 입찰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총 33건, 총액 약 130억 달러에 달한다. 이중 주력시장인 동남아에서는 18건 약 100억 달러 규모, 중동에서는 15건 약 30억달러 규모의 입찰에 참여 중이라는 게 쌍용건설의 설명이다.

특히 쌍용건설은 김석준 회장이 최근 추석 명절 연휴 기간에도 중동과 르완다 현장을 방문해 발주처 인사를 면담하는 등 영업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해외 신규수주보다는 높은 원가율 관리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나이스신평에 따르면 쌍용건설의 해외 주요 진행 프로젝트 예정 원가율이 95% 내외로 높은 편에 속한다. 원가율이 낮을수록 기업의 수익성은 높아진다.

김가영 나이스신평 수석연구원은 "쌍용건설의 경우 싱가폴 쪽에서 수주잔고도 있어 잔고부문에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면서 "그렇지만 높은 원가율 탓 영업수익성이 부진해, 지금은 신규수주에 신경 쓰기보다는 기존 사업들의 원가율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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