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한민국 유산기부의 날’ 선포 이후 첫 사례... 복지시설 퇴소 청소년 자립에 사용
고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오른쪽)이 생전에 손자·손녀와 함께 있는 모습. 사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스경제=조윤성 기자] 우리 이웃에 크고 작은 행복과 희망의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함께하고 배려하고 따뜻함을 나누는 모습에서 내일의 행복과 희망의 싹을 틔우고 키웁니다.<편집자 주>

고(故)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 가족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0억원 상당을 기부했다.

24일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최 전 부회장 가족은 상속 받은 주식 10억5400여만원을 기부했다. 기부자는 최 전 부회장과 최진혁(51), 최경원(49)씨 남매 명의로 이뤄졌다.

기부금은 최씨 남매의 뜻에 따라 부모님과 함께 자란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추억을 담은 ‘구산기금’으로 명명했다. 최진혁씨는 “유치원 시절부터 분가할 때까지 쭉 구산동에서 부모님과 같이 살았기 때문에 고심 끝에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구산기금은 앞으로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하는 청소년들의 자립과 장학 사업에 사용된다. 특히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그룹홈이나 제3국 출신 청소년들을 돕는 데 쓰일 예정이다.

기부자는 세 사람은 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게 됐다.

이번 기부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매년 9월 13일을 ‘대한민국 유산기부의 날’로 선포한 이후 첫 결실이다.

최 전 부회장은 생전에도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고 한다. 이에 두 남매는 아버지의 확고한 뜻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 큰 금액임에도 망설이지 않았다고 한다.

최 전 부회장의 장남인 최진혁씨는 “아버지께서 젊을 때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 분들을 많이 도와주고 싶어했다. 마침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 했다. 좋은 일 해라’고 유언처럼 해서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기부 의사를 밝혔고 금액까지 언급했다. 기부 자체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고, 오히려 기부처를 찾고 구체적인 기부 방안을 결정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기부금 전달식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최씨는 “아버님이 살아 있었으면 이런 걸 한다고 화냈을 거 같다. 직접 기부를 못 하고 저희가 대신 하니까 전달식이라도 연 것”이라면서 “아버지는 아예 행사를 안 하고 조용히 넘어갔을 테지만 유산 기부가 다른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윤영석 서울 사랑의열매 회장은 “아버님의 유지를 받들어 쉽지 않은 결정을 한 두 분께 감사를 드린다. 이번 유산 기부를 계기로 더 많은 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약속인 유산 기부를 실천할 수 있도록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최 전 부회장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1962년 한국일보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72년 중앙일보로 옮긴 후 편집국장·논설위원 등을 거쳐 주필을 역임했다. 1995년 삼성경제연구소장을 맡은 후 사장·부회장 등을 지내며 10년 가까이 연구소를 이끌었다.

조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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