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자율주행차 기술 확보위해 합작법인 설립... 글로벌 메이커에 관련기술 전수 포부도 밝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총괄부회장(가운데)의 미래 자율차 기술 확보를 위해 2조원의 통큰 투자를 단행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닮아 배짱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모양새다. 정 수석부회장은 앞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자율주행 전문 기업 앱티브(ATIV)와의 합작법인(조인트벤처, JV) 설립을 발표했다. 정 부회장은 미래 자동차시장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를 것으로 판단하고 2조원을 들여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5년 내 자율주행차 양산 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에도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계획까지 세웠다.

정몽구 회장이 10조를 들여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부지를 매입할 당시의 통큰 투자와 견줄 정도로 정 수석부회장의 배짱도 만만치 않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선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보고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확보와 인재양성에 전력해 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생산 역사 100년이 안되는 한국 메이커가 이제는 글로벌 선진 자동차 메이커에 앞선 기술을 전수하겠다는 포부까지 밝힌 셈이다.

그동안 선진 기술을 답습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게임체인저로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게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생각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가 아닌 혁신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가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왼쪽)과 케빈 클락?앱티브 CEO가 합작법인 설립 계약에 서명한 후 악수하는 모습/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 현금+현물 투자
조인트벤처 설립을 위해 현대차그룹은 2조 원이 넘는 ‘통 큰’ 투자를 감행했다. 현대차그룹 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현금 16억 달러(한화 약 1조9100억원) 및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적재산권 공유 등 4억 달러(한화 약 4800억원) 가치를 포함 총 20억 달러(한화 약 2조3900억원) 규모를 출자했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명에 달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JV에 출자한다.

합작법인은 이사회 동수 구성 등 양측 공동경영 체계를 갖추게 된다. 한마디로 현대차그룹의 자산이 대거 투입돼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이날 정 수석부회장은 "자율주행 기술을 오는 2022년 말쯤 완성차에 장착해 시범 운행에 들어가고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 오른쪽)과 송창현 코드42 대표. 사진=현대차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 전환 앞둬
앱티브와 지분투자가 아닌 조인트벤처로 결정한 건 미래 시장을 위한 가능성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성능뿐만 아니라 원가의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워야 한다"면서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SW) 솔루션이 뛰어나다면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에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 늦어도 2030년대에는 자동차 제품과 기술서비스의 융합회사로 진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2030년을 자율주행 시대로 꼽았다. 그러면서 "인도는 조금 느릴 것이고, 미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같은 곳은 빠를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간쯤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도심형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을 개발한 코드42에도 투자했다. 코드42가 개발한 UMOS는 자율주행차, 드론, 자동 배달 로봇 등 다양한 자율주행 이동수단을 하나로 통합해 차량호출, 카셰어링, 로보택시, 스마트 물류, 음식 배달 등 모든 모빌리티 서비스를 아우르는 차세대 플랫폼이다.

'오로라 드라이버'가 탑재된 현대차 수소차 넥쏘. 사진=현대차

자율주행+수소차로 시너지 극대화
자율주행과 수소전기차의 ‘시너지 개발’을 예고하기도 했다. 자율주행시스템은 전력소모가 급격히 늘어나 현재 배터리 전기차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에 적격인 플랫폼"이라며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는 서로 맞물려 개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전기차는 2020년 이후에 계속 성장해 머지않아 자동차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관심이 많은 드론 택시(플라잉카)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플라잉 카보다는 '드라이빙 에어플래인'(Driving Airplane) 개념에 가깝다"면서 "비행 자동차가 레벨5(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 단계)의 자율주행차보다 먼저 상용화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드라이빙 에어플래인은 공중으로 날아 오른 뒤 자율주행하는 방식으로, 지상과 달리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자율주행에는 더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자율주행 개발 경쟁은 누가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해 다양한 환경에서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핵심 관건”이라며 “현대자동차그룹은 신설법인과의 우선적 협력을 통해 현대·기아자동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더욱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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