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문화 콘텐츠 산업은 여타 분야에 비해 압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대중문화의 즐거움을 누리는 수요자에서 부가가치의 혜택을 누리는 공급자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에 한국스포츠경제 연예문화부 기자들이 나서 그 동안 전문가들이 미처 다루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경제학 이면을 찾아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코너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열한 번째 순서로 다음 달 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에 670억 원을 상환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 YG엔터테인먼트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를 전망해 봅니다. <편집자 주>

YG엔터테인먼트 CI.

YG엔터테인먼트에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으로부터 받은 투자금 610억5000만 원을 갚아야 하는 날이다. 상환 청구일은 다음 달 16일. 빅뱅의 승리, 아이콘의 비아이 등이 각각 원정 도박, 횡령,, 마약 등의 혐의로 팀에서 탈퇴하고 회사와 계약도 해지한 상황.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었던 양현석이 성매매, 도박 등의 혐의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며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악재가 겹친 YG엔터테인먼트. 결국 해답은 지드래곤을 위시한 빅뱅 뿐일까. 가요계 3대 기획사로 군림했던 YG엔터테인먼트가 끝내 이렇게 추락할지 아니면 11월 지드래곤 등 빅뱅 멤버들의 제대에 힘입어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할지 업계는 물론 대중의 시선도 쏠리고 있다.

■ '670억 상환 코앞' YG, 위기관리가 아쉽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위기관리만 잘했어도 YG엔터테인먼트가 이렇게 최악의 상황까진 몰리지 않았을 거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리는 그룹은 단연 빅뱅. 그 그룹의 멤버 승리가 몰두했던 사업인 클럽 버닝썬에 대해 YG엔터테인먼트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지드래곤, 탑, 박봄 등 소속 연예인들이 연이어 마약 논란에 휘말렸을 때부터라도 소속 연예인들을 상대로 한 철저한 예방 교육과 관리를 했더라면 승리도, 뛰어난 프로듀싱 능력으로 '제 2의 지드래곤'이라 불리며 주목을 받았던 비아이도 YG엔터테인먼트는 잃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런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YG엔터테인먼트의 빈약했던 위기관리로 인해 상환하지 않아도 됐을 670억 원이란 금액을 돌려주게 생겼기 때문이다. 앞서 2014년 10월 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은 산하 투자회사인 그레이트 월드 뮤직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에 상환전환우선주(RCPS) 인수 방식으로 투자했다. 이에 따르면 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은 5년 뒤 YG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을 주당 4만3754에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원금에 연 2% 이자를 더한 약 670억 원을 돌려받기로 했다. 결국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4만3754원보다 높을 경우 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은 주식 전환으로 차익을 챙기고, 그렇지 않을 경우 원금에 이자를 더한 금액을 상환받기로 한 것이다. 24일 종가 기준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2만3750원. 전 거래일보다 3.06% 떨어진 수치다. YG엔터테인먼트가 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에 투자금을 상환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약 20일 동안 주가가 90% 가량 급등해야 하는데, 그럴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 실제 YG엔터테인먼트가 4만3754원 이상의 주가를 기록했던 때는 종가 4만4800원을 기록했던 지난 2월 27일이 마지막이다. 이 이후로 주가는 또 반토막이 났다. 결국 YG엔터테인먼트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으로부터 받은 610억5000만 원에 이자 2%를 합한 670억 원을 마련해야 하게 됐다.

6월 말 기준 YG엔터테인먼트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466억 원, 단기금융자산은 1060억 원이다. 때문에 상환금 670억 원을 마련하지 못 할 처지이거나 상환한 뒤 즉각적으로 자금난에 시달릴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이번 2분기 영업이익이 2억 원으로 지난 해 같은 분기 대비 84.4%나 감소하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고, 여기에 당기순이익은 -64억 원으로 적자를 나타낸 상황에서 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에 670억 원까지 상환하게 되면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투자심리는 자연히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다. NH투자와 유진투자는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목표가를 직전 목표가 대비 각각 52%, 30.95% 하락한 2만4000원과 2만9000원으로 수정했다.

빅뱅 멤버 태양, 탑, 지드래곤, 대성(앞줄 왼쪽부터).

■ '11월 줄제대' 빅뱅, YG의 구원투수 될까

매년 해외 투어를 통해 매출액 1000억 원 가량을 올린 대형 그룹. 마약, 횡령, 도박 등 여러 논란을 일으켰지만 그래도 빅뱅은 매출의 측면에선 YG엔터테인먼트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승리의 탈퇴로 그룹에는 변화가 생기는 게 불가피해졌지만 지난 7월 제대한 탑에 하반기 지드래곤, 태양, 대성 등이 제대해 4인으로 뭉치기만 한다면 그 파급력은 여전히 어마어마할 것이란 전망이다.

남은 빅뱅 멤버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제대일을 받은 이는 다음 달 26일 사회에 돌아오는 지드래곤이다. 지드래곤은 빅뱅으로서 뿐만 아니라 솔로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높은 매출액을 올린 멤버. 실제 지드래곤은 병역의 의무를 한창 수행하고 있던 지난 8월에도 아시아 5개 도시를 순회하는 전시회를 열어 영리활동 논란에 사로잡힌 바 있다. 육군은 당시 지드래곤의 전시회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지드래곤이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인쇄한 작품들을 팔아 번 것으로 예상되는 돈은 한화 12억7800만 원 수준이다. 지드래곤은 군대에서도 수십 억 원 대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실제 재계약 이슈만 순탄하게 넘어간다면 위기에 처한 YG엔터테인먼트에 큰 힘이 될 가수임이 분명하다.

오는 11월 10일에는 태양과 대성이 나란히 제대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올 11월이 되면 승리를 제외한 빅뱅의 완전체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장 앨범을 내는 것은 어렵겠지만 투어나 팬미팅 등 여러 활동 방향성이 열려 있으므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클럽 버닝썬 사태 이후 승리, 비아이, 양현석 등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과 관련된 논란이 커지며 해외 투어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블랙핑크도, '음원 깡패' 위너나 이하이도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정상화시키는 데 연이어 실패한 상황. 지드래곤을 위시한 빅뱅은 현재 YG엔터테인먼트에 남아 있는 거의 마지막 회생 기회일지 모른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OSEN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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