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고생 끝에 낙이 온다 했고,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했다. 긴 무명 시절을 끝내고 대중에게 인정받기 시작한 배우 박해수와 잘 어울리는 속담이다. 박해수는 지난 해 초 종영한 신원호 PD의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주인공을 맡아 괄목할만한 연기를 펼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 해 촬영한 ’양자물리학‘(25일 개봉)에서도 ’원톱‘ 급의 주인공 이찬우 역을 연기했다. 1년 6개월 만에 TV드라마에 이어 주연 영화로 관객과 만나는 박해수는 “내가 생각해도 단기간에 이뤄진 일인 것 같다”라며 “요즘 매우 행복하지만 들뜨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양자물리학’에서 연기한 유흥계의 화타 이찬우 역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성공한 캐릭터다. 마약 사건에 휘말리며 부패한 권력의 억울한 ‘희생양’이 될 뻔하지만 굴하지 않고 극복하고 승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박해수는 이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박해수 역시 긴 무명 시절과 함께 연극배우로서 힘든 시기를 거치며 쉽지 않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생활하는데 있어 연극배우라는 게 쉽지만은 않다. 생각하지 못한 고난들도 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연극바닥이 재미있기도 하다. 그만큼 에너지를 잘 받을 수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 꿈이 있으니까 무조건 달렸다. 그냥 가는 게 아니라 ‘열심히’ 달렸다.”

쉽지 않은 길을 걸은 박해수지만, 관객에게 받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연극 무대 역시 행복하다고 했다. “연극 무대에서 관객을 만났을 때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관객과 소통할 수 있으니까. 그런 데서 활력을 얻는 편이다. 힘들었지만 순간순간 행복을 느꼈다.”

고된 시간을 거쳐 신원호 PD에게 발탁되고 주인공으로서 역량을 뽐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이제 걸음마를 걷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균형을 잡기 시작했다. 한걸음 한걸음씩 우직하게 걸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여전히 신원호PD는 그에게 ‘은인’과 같은 존재다. 서로 안부를 주고 받으며 응원을 아끼지 않는 사이다. “‘양자물리학’으로 주인공을 맡았다고 하니 너무 좋아하셨다. 시사회 때는 일이 있으셔서 오지 못하셨다. 개봉하고 돈 내고 보시겠다고 했다. 티켓 10장을 사서 2명이 간다고 하시기도 했다. (웃음) 감독님이지만 너무 편한 형이기도 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도 가끔 전화를 드리곤 한다.”

대중에게 인지도를 쌓기 시작한 박해수지만, 무명시절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점은 없다고. 박해수는 “상황은 좀 변화가 있지만 스스로 달라진 점은 못 느낀다”라며 “내면의 변화나 주변인물들과 관계의 변화는 없다. 싸가지 없어졌다는 말도 듣지 않는다”라며 웃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배우이자 통일이 됐을 때 평양극장에서 연극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같이 국립극장에서 연극도 하고, 연기도 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한다. 인지도를 얻어 좋은 작품을 하는 것 말고 다른 일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 1월 6살 연하 여자친구와 결혼하며 ‘품절남’ 대열에 합류한 박해수는 결혼 후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건강상으로도 좋다. 내가 기댈 수 있고 날 믿어주는 사람이 생기니 건강한 책임감이 생긴다. 감사하다. 그래서 행복하고 작품을 볼 때도 더 강한 집중력이 나오게 된 것 같다.”

사진=메리크리스마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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