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취재진에 역으로 질문한 감독... 졌지만 전북이 '최강'인 이유
[현장에서] 취재진에 역으로 질문한 감독... 졌지만 전북이 '최강'인 이유
  • 전주월드컵경기장=박종민 기자
  • 승인 2019.09.2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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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모라이스 전북 현대 감독이 대구FC와 K리그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역으로 질문을 하며 열변을 토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조세 모라이스 전북 현대 감독이 대구FC와 K리그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역으로 질문을 하며 열변을 토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축구 취재를 하면서 잘 마주할 수 없는 꽤나 이례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25일 하나원큐 K리그1(1부) 2019 전북 현대와 대구FC의 경기가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감독실에서다.

“(취재진에게) 질문해도 돼요?”

조세 모라이스(54ㆍ포르투갈) 감독은 모국어로 이 같은 말을 던진 후 “새로운걸 접하고 배우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곁에 있던 통역관은 이를 듣고 “갑자기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정확한 의미를 잘 모르겠다”고 어리둥절했다.

내막은 이랬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 오는 기자들은 그때그때 바뀌지만 매번 ‘스리백(3-back)’에 관한 질문이 나와서였다. 모라이스 감독은 전북이 과거 쓰지 않던 스리백을 최근 구사하고 있는데 기자들이 매번 스리백을 쓰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질문한 것으로 오해한 것이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심지어 종이컵을 가지고 스리백 등 전북이 구사하려는 전술의 효용에 대해 설명을 늘어놨다. 마치 농구단 감독이 라커룸에서 전술판을 들고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사령탑에 오른 지 한 시즌이 다 돼 간다. 많은 팀들이 전북을 꺾기 위해 고민하고 준비한다. 나 역시 그에 대한 대책을 꾸준히 준비하고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북은 교체 출전한 대구 에드가(32)와 세징야(30)에게 골을 얻어 맞으며 0-2로 패했다. 전북은 18승 9무 3패 승점 63으로 여전히 리그 선두권을 유지했다. 대구는 11승 13무 7패 승점 46으로 중상위권을 마크했다.

전북은 그러나 내용 면에서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전반까지 슈팅 수(6-3)와 유효슈팅 수(3-2), 코너킥 수(2-1), 프리킥 수(12-9)에서 모두 앞섰다. 로페즈(전반 4분)와 호사(전반 25분), 문선민(전반 30분ㆍ32분ㆍ45분) 등이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대구의 골 결정력에 한 골 차 리드를 내줬다.

전북은 후반에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들을 날려 버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7분 이동국(40)이 문전 경합 과정에서 김우석(23)을 상대로 페널티킥을 얻어냈으나, 페널티킥 공은 아쉽게 골대 위쪽을 때리고 튕겨져 나갔다. 곧바로 문선민(27)과 호사(28)가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으나 그 조차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공은 상대 수비수에 가로 막히거나 생일을 맞은 골키퍼 조현우(28)의 손에 걸렸다.

전북은 후반 중반 이후 공격에 보다 힘을 실었지만, 대구가 워낙 공간을 좁히는 수비를 잘 해내서 좀처럼 틈이 나지 않았다. 시즌 9골을 기록 중인 전북 로페즈(29) 역시 촘촘한 수비 라인에 막혀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럼에도 전북의 공세는 식지 않았고 후반 끝까지 주도권을 가져갔다.

전북은 이날 후반 추가시간에 세징야에게 다시 한 골을 더 허용하며 2골 차로 졌다. ‘전주성’에 모인 1만1238명의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전술적인 시도와 전반적인 경기 내용 면에선 여전히 최강팀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그 뒤에는 ‘타도 전북’을 외치는 다른 팀들을 맞기 위해 끊임없이 전술적 고민과 시험을 이어가는 모라이스 감독의 노력이 있었다.

취재진에게 역으로 질문하는 열정적인 감독, 열세 상황에서도 기세를 잃지 않고 분주히 뛰는 선수들, 이 모든 게 전북의 저력이자 전북이 리그 최강 팀 중 하나인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