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은 기념비적인 해지만 극장가 가뭄은 계속되고 있다. 상반기 ‘극한직업’ ‘기생충’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크게 흥행했으나 하반기 한국영화의 성적은 부진하기 이를 데 없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관객의 흥미를 끌 만한 작품들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극한직업’ ‘기생충’뿐? 위기의 한국영화

올 초 한국영화의 시작은 좋았다. 형사 코미디물 ‘극한직업’이 참신한 소재와 오락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천만 고지를 넘어섰다. 설날 극장가 가족 관객층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고, 한동안 영화에 나온 ‘갈비치킨’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후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역시 국내 관객들의 호풍에 힘입어 가뿐히 천만 문턱을 넘었다. 빈익빈부익부 문제와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다루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두 편의 한국영화 흥행으로 2013년 이후 6년 만에 한국영화 스크린 점유율이 52%를 기록하며 외화를 제쳤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괄목할만한 성적은 여기에서 그쳤다. 하반기에는 극심한 한국영화 가뭄이 이어졌다. 조정석, 임윤아 주연의 ‘엑시트’가 940만 명을 돌파하며 대박을 터트렸지만, ‘중박’에 해당하는 흥행물은 찾기 힘들었다.

올해 개봉해 흥행 성적이 상위 50위 안에 든 한국영화 중 손익분기점이 넘은 작품은 절반도 되지 않는 14편뿐이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상위 10위 중 900만~1000만 영화를 제외한 500만 관객 동원 한국영화는 찾아볼 수 없다. ‘엑시트’와 동시기 개봉한 ‘봉오동 전투’는 478만2450명을 동원하며 500만 관객을 돌파하지 못했다.

제작비 100억 원 규모의 작품들은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자전차왕 엄복동’ ‘나랏말싸미’는 흥행에 참패했다.

추석 시즌을 겨냥해 개봉한 한국영화들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나쁜 녀석들-더 무비’가 400만 관객을 넘으며 체면치레를 했고,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100만 관객을 겨우 돌파했다. 제작비 100억 원 규모의 ‘타짜: 원 아이드 잭’ 역시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좀처럼 흥행하지 못하고 있다.

■ 13년 전 ‘곽철용’ 소환..관객 트렌드 읽어야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타짜1’(2006)의 건달 곽철용(김응수)이 갑자기 재조명되고 있는 것 역시 현재 영화 속 인기 캐릭터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최근 개봉한 ‘타짜3’의 영향으로 네티즌이 과거 ‘타짜’ 관련 영상을 찾아보면서 열풍이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곽철용 출연 장면 동영상은 29일 기준으로 유튜브 조회 수가 166만 건에 달한다. 영화 속 곽철용의 명대사를 응용한 패러디 역시 쏟아지고 있다. 곽철용이 역주행 인기를 모은 건 그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전형적인 한국영화 속 건달의 모습이지만, 순정적인 면모와 감칠맛 나는 대사로 차별화된 매력을 선사했다.

수없이 많은 한국영화들이 새롭게 제작되고 개봉하지만 여전히 과거 캐릭터가 사랑 받는 현실이 사뭇 씁쓸함을 자아낸다. 관객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스토리와 캐릭터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흥행이 될 만한 작품에만 공을 들이다보니 매번 비슷한 내용과 캐릭터의 영화가 반복되는 것 같다”며 “관객이 진짜 원하는 스토리가 어떤 것일지 모두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 역시 “시대의 흐름과 관객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며 “빠르게 변해가는 관객의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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