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성장 동력으로 항공산업 '찜'... 만만치 않은 인수 대금·부채 우려도
정몽규 HDC 회장이 12일 용산CGV에서 열린 BT프로젝트 워크숍에서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HDC현대산업개발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 인수 카드를 꺼내며 항공 사업 참여에 적극적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사업 다각화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무모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 인수 대금이 수조 원에 이르는 데다, 아시아나가 보유한 부채 또한 만만치 않아 추가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금액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그룹 지주사 HDC는 지난 23일 삼양식품 보유지분 17%(127만9890주)를 전량 매각했다. 주당 단가는 이날 종가에서 5% 할인한 7만4000원으로 총 매각금액은 947억 원이다. HDC의 이번 결정를 두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위한 종잣돈 마련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05년 경영난을 겪던 삼양식품에 백기사(우호 주주)로 참여하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고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이 실향민이라는 공통분모로 인연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선대로부터 이어온 각별한 인연을 저버리면서까지 주식 매각을 한 까닭은 아시아나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앞서 3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당초 건설사 가운데 호반건설이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으나,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인수 후보로 언급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먹거리 발굴로 수익성 제고를 시도해 왔던 정 회장의 의중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으로는 미래성장 동력을 가져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 유통과 관광사업을 융합해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 회장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전히 정 회장이 던진 승부수에 물음표가 붙는다.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호텔과 리조트 사업과 달리 아사아나 항공 인수에는 1조 원의 인수대금이 필요하는 등 리스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사아나 항공의 부채는 9조5988억 원으로 어느 기업이든 인수를 하게 되면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아시아나가 보유한 항공기 85대 가운데 19대를 제외한 대부분이 리스(임대) 항공기란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현재 리스 계약에 따라 1년 안에 지급해야 할 운용 리스료만 9000억 원에 육박한다. 증권계는 다각적 이유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에 우려를 나타내는 분위기다.  

김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HDC가 항공산업을 운영해 본 경험도 없고, 실제로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며 “특히 주력인 주택사업에 쓰여야 할 자금이 인수전에 투입되다 보니 수익성 하락에 직면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아시아나의 인수 우선 협상자로 뽑히거나 인수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주가 하락이 지속될 수도 있다"라고 주가 하락 등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KTB투자증권 한 관계자는 “인수 시 아시아나항공과 HDC신라면세점 간에 사업 시너지가 나올 수는 있겠으나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와 불안정한 잉여현금흐름(FCF) 등을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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