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감원 지급권고에도 전체 보험사 중 '전부수용'은 59.1%
생명보험사들이 일부 암 환자들과 요양병원 입원비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놓고 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왼쪽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각사 제공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지난 2014년 금융감독원은 암(癌) 입원보험 상품의 명칭을 정확히 한다며 약관 상 암보험금 지급 범위를 '암의 직접 치료 목적의 입원'으로 변경토록 했다. 이후 생명보험사들은 약관을 근거로 암 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과 치료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암사모(암환자를사랑하는모임)와 보험이용자협회 공동행동(이하 보험이용자협회) 등은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1인시위를 하는 등 기나긴 입원보험금 미지급 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 7월 1일 기준 19개 생보사들에게 암치료를 위한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라고 권고한 건수는 873건이다. 세부적으로 지급권고가 가장 많은 생보사는 삼성생명으로 447건이다. 이어 한화생명 132건, 교보생명 128건이다. NH농협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각각 10건, 미래에셋생명은 17건이 지급권고 대상이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447건 중 196건(43.8%)에 대해 전부수용, 190건(42.5%)은 일부수용, 61건(13.7%)은 불수용 방침이다. 한화생명은 132건 중 107건(81.1%)을 전부수용하고, 4건(3%)은 일부수용, 21건(15.9%)은 불수용했다. 교보생명은 128건 중 91건(71.1%) 전부수용, 11건(8.6%) 일부수용, 26건(20.3%) 불수용했다.

농협생명은 전부수용했다. 오렌지라이프는 7건(70%)을 전부수용, 3건(30%)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래에셋생명은 13건(76.5%)에 대해 100% 지급했고, 4건(23.5%)은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 전체 보험사 기준 전부수용 건은 516건으로 59.1%에 달했다.

◆ 생보사들 "과잉진료, 과잉청구로 인한 보험료 인상을 막기 위한 조처"

금감원은 ▲말기암 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 ▲종합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 ▲암수술 직후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 등을 기준으로 암입원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2014년 변경된 약관을 근거로 요양병원에서 암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가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또 2008년과 2013년 암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한 입원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근거가 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우선 약관을 근거로 암 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비 청구 건 중 선별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암 진단을 받은 고객들에게는 암 진단비 및 수술비 등 약정된 보험금은 모두 지급했다. 그러나 일부 환자 또는 가족분들 중에는 요양병원 입원을 '포괄적인 암치료'로 봐야한다고 주장하며 입원비를 추가로 달라며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양병원에 입원하더라도 '암 치료'에 집중돼 있는지, '요양'에 집중돼 있는지가 관건이다. 보험사들이 무조건 암입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게 아니다"라며 "과잉진료와 과잉청구로 인해 보험료가 인상된다면 그 피해는 다른 보험 가입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생보사들은 이러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요양병원 암치료 입원' 특약을 출시해 판매 중이다. 암보험이나 종합보장보험 가입시 특약으로 설정하면 암으로 인한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원한다. 특약이 출시되면서 앞으로 암 치료를 목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할시 보험금 지급 분쟁은 줄어들 전망이다.

이용범 암사모 공동대표가 광화문 인근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용범씨 제공

◆ 이용범 암사모 공동대표 "보험사들 고의적으로 암입원보험금 지급 안해"

암사모는 지난달 17~21일 광화문 교보생명과 그 일대에서 미지급 암입원보험금 지급 촉구 1인시위를 했다.

이용범 암사모 공동대표는 "보험사들은 보험 계약 당시 안내자료나 약관, 보험증권에 따라 암입원보험금 청구 3일 이내에 지급해야 하지만 2~3년이 넘도록 고의적으로 암입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보험사들이 근거로 삼은 대법원 판례는 2016년 뒤집혔다. 당시 대법원은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치료는 암을 제거하거나 암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치료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암 자체, 또는 암의 성장으로 인해 직접 발현되는 중대한 병적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치료를 포함한다는 점'을 들어 암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도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한다고 판시했다.

또 '항암화학요법 치료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도 공격해 면역력 저하, 전신쇠약 등 부작용을 초래하므로 이를 연속으로 받을 수 없고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둬 그 기간이 지나 면역력 등 신체기능이 회복된 후에 다시 받을 수 있는 특성'도 이유로 꼽았다.

이 공동대표는 "민원을 제기한 대다수 암환자들은 2014년 이전 암보험가입자들"이라며 "암보험금 지급 범위를 직접 치료 목적의 입원으로 변경한 것은 암환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보험사들과 소비자들의 분쟁인 '즉시연금 과소지급'과 '암 보험금 미지급'이 단골로 등장한다. 이번 국감에서 정무위 소속 위원들은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를 대상으로 자료를 요청하고 각 보험사들에 증인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