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채훈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비엔날레에 외국인 예술감독 섭외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예술가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울산북구)이 문체부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4개년 국내 비엔날레 예술 감독 섭외 현황’에 따르면, 국내 비엔날레 총 6곳 중 4곳에서 줄 곧 외국인 예술 감독을 선정해 진행해왔다는 것.

이 의원은 "뿐만 아니라 ‘2020년 국내 비엔날레 예술 감독 선정 현황’ 자료를 보면 문체부에서 지원하는 대형 비엔날레 2곳(광주, 부산)이 모두 내년 개최를 앞두고 외국인 예술 감독만을 선정했다"며 "국내 비엔날레가 외국인 감독의 네트워크만 바라보고 진행한다면 행사 취지가 퇴색될 뿐만 아니라 외국 감독의 커리어 중 하나로만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형 비엔날레에는 1995년에 시작된 광주비엔날레와 2000년에 시작된 부산 비엔날레가 있으며 각각 2년 주기로 개최되고 있다. 모두 해당 지역의 도시·문화·지정학적 특성에 바탕을 둔 행사 취지와 달리 ‘국제적 네트워크’를 이유로 외국인 예술감독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국내 개최 행사지만 국제행사이기 때문에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외국인 감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다양성을 수용하는 개방적 시각은 필요하지만 이것이 국내 미술계 인재들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또 "각 비엔날레의 예술감독 선정은 모두 위원회를 통해 결정되는데 심지어 위원장의 추천에 의해 위촉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데도 외국인 감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건 국내에서조차 인재들을 인정하지 않고 발전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문체부는 지난해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2018~2022)’을 통해 △자생력을 높이는 창작환경 △일상에서 누리는 미술문화 △지속가능한 미술시장 육성 △미래를 위한 미술 기반 조성 등 4대 발전 전략을 내세운 바 있다.

이 의원은 “미술계가 진흥하기 위해서는 국내 미술 인재가 국내 비엔날레를 통해 국제적 명성을 알리도록 하는 게 문체부 과제”라며 “국내 미술계 부흥을 위해 실효적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문체부에 당부했다.

이채훈 기자 lchoon@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