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편집자] 9월을 보내는 깊어가는 가을날, 김진명 작가의 신작소설 '직지-아모르 마네트'를 읽었다. 통찰력 풍부한 역사의식과 시공을 초월한 독창적인 상상력이 돋보였다.

잠시 여운이 남는 한 문장이 마음 한 구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행복이 무엇인가? (중략) 인간은 때때로 행복보다 불행을 택하기도 해. 그게 더 의미가 있다면” ‘행복’과 ‘의미’의 가치는 다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미 있는 삶’과 ‘행복한 삶’이 동의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이 지나치는 풍경이 다를 것이다. 일상과 평범 속으로 눈을 돌리니 문득 ‘행복’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에서 나오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는 첫 구절이 떠오른 것도 그런 맥락이다. 행복의 조건은 다양하지만 불행에는 천차만별의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행복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듯 보였지만, 채워지지 않은 마음 한 구석의 공허함이 그녀를 불행으로 이끌었던 이유다. 결국 행복의 수준이란 열 가지 즐겁고 기쁜 일이 있어도 한 가지 아픈 일이 있으면 딱 그것에 맞춰지게 된다.

높이가 서로 다른 여러 널빤지를 잇댄 물통에 물을 부으면 가장 낮은 높이까지만 물을 채울 수 있어 평균이란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이처럼 행복을 이해할 때 얻게 되는 값진 깨달음이 행복은 지극히 일상적이라는 것이다.

소설 속 그녀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그의 저서 '총,균,쇠'에서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을 좀 더 발전시켜 이야기 한다. 그는 “흔히 성공의 이유를 한가지 요소에서 찾으려 하지만, 실제 어떤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먼저 수많은 실패원인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창한다. 그 예로 야생동물이 가축화되기 위해서는 식성, 성장성, 습성, 성격, 예민성, 사회성 등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했다.

조건을 모두 갖춘 동물들은 가축화됐지만, 조건을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한 동물들은 야생동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큰 숫자를 여럿 곱해도 그 중 ‘0’이 하나라도 있으면 곱의 결과는 ‘0’이 된다. 실패요인으로 꼽는 ‘최소량의 법칙’도 같은 맥락이다.

생물학자 리비히가 발견한 “식물의 생산량은 가장 소량으로 존재하는 무기성분에 의해 지배 받는다.”는 원리다. ‘최소량의 법칙’으로 가장 약한 고리가 사슬의 전체 강도를 결정하듯이, 가장 부족한 것이 결과를 결정하게 된다. 특권과 반칙 없이 도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건강한 이유다.

‘행복’의 감정처럼 조직의 생산성도 구성원의 ‘최소량의 법칙’에 따라 좌우된다. 역설적이지만 개인의 ‘행복’이나 기업의 ‘강점’은 치명적 약점을 극복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칼럼리스트=이치한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