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다크나이트’(2008)에서 ‘와이 소 시리어스?’를 외치던 조커 역 故(고)히스 레저는 그 동안 ‘조커’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각인돼왔다. 많은 배우들이 희대의 캐릭터 조커를 연기했지만 히스 레저를 버금가는 배우는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 약 11년 만에 히스 레저를 넘어선 조커가 나왔다. 영화 ‘조커’(2일 개봉)에서 조커로 분한 히스 레저는 마치 두 얼굴을 지닌 듯한 한 인간의 양면성, 고뇌, 슬픔과 절망이 만들어낸 파국을 명연기로 표현한다.

1980년대의 고담시,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하루하루를 절박하게 살아간다. 코미디언이 꿈이지만 현실은 광대다. 분열과 불만으로 들끓는 고담시의 뒷골목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하기 일쑤고 어느 누구도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고담시에서 지원하는 무료 상담을 받고 있지만 상담사 역시 아서의 말엔 관심이 없다.

조커의 유일한 친구는 정신이 아픈 어머니 페니 플렉(프란시스 콘로이)이다. 페니는 늘 아서를 ‘해피’라고 부르며 웃으라고 말한다. 페니는 자신이 수십 년 전 가정부로 일했던 집주인인 웨인에게 늘 편지를 부친다. 편지의 내용은 ‘가난한 우리를 도와 달라’는 것. 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는다. 아서는 페니에게 미련을 버리라고 하지만, 페니는 실날같은 희망을 안고 있다.

영화 '조커' 리뷰.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는 아서지만 자신의 삶을 진취적으로 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다. TV쇼 MC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을 동경하는 아서는 그의 TV쇼를 매번 챙겨본다. 미쳐가는 세상 속에서 소통과 관심을 갈구하는 아서 플렉이지만 주변의 홀대와 멸시 속 점점 어긋날 길을 걷게 된다.

영화는 아서 플렉이 왜 ‘조커’가 되기를 바랐는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섬세한 스토리로 보여준다. 폭력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공감의 결여에 대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한 인간이 견딜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폭력 속에서 살아갈 때 어떤 비극을 맞이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 죽음이 내 삶보다 더 가치 있기를’라는 아서의 노트 속 문장이 그의 심리 상태를 대변한다.

‘조커’는 조커 이야기가 아니라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어가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때문에 조커의 액션이나 잔혹함보다는 그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메가폰을 잡은 토드 필립스 감독은 “영화에서 조커의 다층적 성격의 기원을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조커의 다양한 얼굴은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로 표현된다. 자칫 폭력적이고 그늘에 가려진 인물로만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흡인력 강한 연기로 표현한다. 뼈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앙상한 등, 어딘지 모르게 슬프고 부적절한 웃음, 광기 어린 눈빛 등으로 온전히 새로운 조커를 만들어낸다. 예측 불가능한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좀 더 보편화되고 오락적인 영화를 원한 관객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비록 상업적인 재미는 떨어질지 몰라도 쉽게 자리를 뜰 수 없는 짙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러닝타임 122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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