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해외에서 제작한 첫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들고 부산을 찾았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특유의 위트 있고 섬세하게 그리며 연출력을 뽐냈다.

5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참석했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열네 번째 장편이다. 전설적인 여배우(까뜨린느 드뇌브)가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록을 발간하면서 그녀와 딸(줄리엣 비노쉬)사이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다. 배우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가 출연했다.

올해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영화 100주년이라는 축하할만한 해에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됐다”며 “부산영화제는 내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후부터 줄곧 같은 시간을 걸어왔다. 숱한 고난을 극복하면서 함께 걸어오고 발전해왔다. 그런 부산영화제에서 상을 받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에는 프랑스어, 영어 등이 주 언어로 사용된다. 고레에다 감독은 “배우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될 수 있을지 과제로 느껴졌다. 그런데 뛰어난 통역사를 만나게 됐고 6개월 간 함께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한 직접적인 언어로 소통하지 못하기 때문에 손편지를 많이 써서 배우들에게 전달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글로 남겼다”라며 “일본에서도 평소에 잘 쓰는 방식인데 의식적으로 손편지 분량을 늘렸다”라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또 배두나와 호흡을 맞춘 당시를 떠올리며 “공통 언어가 없었지만 촬영을 거듭해나갈수록 언어가 필요 없이 의사 소통이 가능해졌다”라며 “언어를 넘어 서로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보조를 맞출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는 “10여 년 전부터 줄리엣 비노쉬와 쭉 교류가 있었다”라며 “언젠가 한 번 영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제안을 줄리엣 비노쉬에게 받았다. 거기에 보답할 수 있는 형태로 이야기와 스토리를 만들어봤다”고 밝혔다.

고레에다 감독의 특기인 가족 영화와는 다른 결을 자랑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연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영화”라고 소개하며 “여배우를 중심으로 놓고 묘사를 했을 때 여배우가 되지 않았던 딸의 존재와 젊어서 세상을 떠나게 된 라이벌이라는 존재를 등장시킴으로써 세 인물 가운데 있는 한 명이라는 축으로 영화를 그리고자 했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ㅍ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한일 관계 악화 속 부산영화제에 방문했다. 부산영화제 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여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부산영화제가 정치적 압력을 받고 개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시기에 직면한 적이 있다”라며 “그 때 전세계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를 지지했다. 저도 목소리를 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리고 연대 의지를 표명했다. 그런 어려운 시기를 거쳐 잘 극복했고 내가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됐다”라며 “그 당시 부산영화제가 대응을 잘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치적 문제라든지 여러 고난을 겪었을 때 영화인들이 연대하고 내다본다. 이런 형태(한국 방문)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의 힘을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사진=OSEN

(부산)=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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