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웅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배우 박기웅이 MBC 수목극 '신입사관 구해령'을 종영한 소감을 전했다. 박기웅은 극 중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투지 넘치는 세자이자 내면에 슬픔을 가진 이진 역으로 활약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진중한 목소리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2005년 데뷔 이래로 매 연기마다 '재발견' 평가를 받은 박기웅은 이번에도 역시 비슷한 이야길 들었다. '재발견'이라는 말이 14년 동안 꼬리표처럼 달라붙었지만 그는 전혀 아쉽지 않다고. 박기웅은 "오히려 감사하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를 목표로 둔 나에게 '재발견'이라는 말은 계속해서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라며 좋아했다.
 
-이번에 안정적인 연기로 호평이 많았다. 늘 악역에서 화제성이 높은 편이었는데.
"사실 올바른 성군의 목소리를 내는 왕세자 역할은 처음이었다. 무게 있고, 신뢰를 줄 수 있는 목소리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앞서 선한 역할도 많이 했다. 그런데 악역이 승률이 좋다 보니까 많이 기억해주는 것 같다. 실제로 악역 캐릭터 제의가 더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살면서 언제 또 왕 역할을 맡아보겠나' 생각이 들어서다. 연기자 중에 왕세자 역할을 못 해보는 경우도 많다. 작품을 제작하는 분들이 그만큼 저를 믿고 택하신 거라 의미가 있었다."
 
-작품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가.
"일단 극이 재밌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흥미가 있는지를 본다. 이번 '신입사관 구해령'은 캐스팅 제의 때 6부까지 대본을 받아봤는데 재미있고 신선했다. 물론 요즘 사극들이 다양해지곤 있지만 보통 권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 이번 작품은 달랐다. 왕은 틀 안에 있는 하나의 장치였다. 다른 어떤 소규모의 그룹들이 주가 되니까 재밌더라. 원래 저는 주인공에 욕심이 없다. 대신 신선한 거에 끌린다. SBS '리턴'(2018) 할 때도 고현정 선배가 캐스팅됐다고 해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는데, 막상 대본을 읽어보니 누가 주연인지 모르겠더라.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게 인물들의 관계나 내용이 다양해지는 게 좋다."
  
-다양성에 주목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KBS2 '각시탈'(2012) 끝나고 주원이가 출연하는 KBS2 '굿닥터'(2013)에 특별 출연을 한 적이 있다. 그 작품에 출연하면서 처음으로 '주인공이 다양해질 수 있구나' 느꼈고, 그게 너무 멋있었다. 배우 역시 연기를 하는 플레이어이면서 시청자잖아. 볼거리가 다양해지는 게 재밌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극의 장르뿐만 아니라 구조의 다양함이 반가워서 그때부터 마인드가 바뀌었다."
 

박기웅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배우들과는 어땠나.
"사실 왕세자를 연기하면서 외로움을 느꼈다. 높은 사람은 외로운 거구나 생각했다. 예문관에서 제 또래 또는 어린 동료 배우들을 만났을 때 그 순간이 짧아도 반가웠다. 아무래도 동궁전에서 고뇌를 하고, 대전에서 선배님들하고 기싸움을 펼치는 장면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즐거운 신, 소통하는 신이 찍고 싶었는데, 그런 점에서 차은우 씨가 진짜 살갑게 다가와 줘 즐거웠고 고마웠다. 하는 행동이나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안 예뻐할 수가 없는 친구였다. 극이 진행되고 자신이 맡은 인물로 돼가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막판엔 은우와 부딪히는 장면이 있었는데, 둘 다 감정이 과잉돼서 조절하기 힘들었다. 둘 다 눈물을 많이 흘려서 NG도 나고 그랬다."
 
-신세경 씨와는 어땠나.
"신세경 씨는 정말 노련한 배우였다.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왜냐하면 세경 씨와 대사를 주고받는 신이 적었다. 연기는 서로 보완이 될 때 신이 상승하잖아. 근데 그걸 세경 씨와 연기하면서 느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함께 연기해보고 싶다. 실제로 작품 끝나고도 '같이 한 신이 많지 않아 아쉽다'고 연락을 했었다.(웃음)"
 
-신세경 씨는 '신입사관 구해령'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높던데.
"저 역시 마찬가지다. 배우들이 하나같이 모난데 없이 좋은 분들이었다. 연출, 제작자는 아니지만 참여하는 배우로서 구성원이 좋아야 하더라. 연기 역시 상호적인 작업이라, 팀 스포츠 같은 느낌이랄까. 축구선수 메시가 10명 있어도 좋은 팀이 아니잖아. 좋은 배우, 스태프들이 적재적소에 잘 배치돼 케미가 잘 맞았다."
 

박기웅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느덧 연기 경력이 15년 이상이 됐다. 현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어느 순간부터 현장에서 형, 오빠, 선배 소리 듣기 시작했다. 비교적 어릴 때 연기를 시작했다 보니 현장에서 무조건 '형'이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거꾸로 됐다. 배우들도 그렇고 스태프들도 저한테 '선배님'이라고 하는데, 아직 어색하다. 마음의 준비가 안된 것 같다. 감독님을 제외하고는 저를 기점으로 반말과 존댓말이 오갔다. 제 밑으론 다 반말하면서 지내는데 그것도 좀 외롭더라.(웃음) 연기도 그렇다. 배우로서 무게감이 많아졌다. 어느 순간부터 디렉션을 못 받고 있다. 예전엔 감독님들이 '기웅아 이렇게 연기해줘'라고 조언을 해줬는데, 이제는 '기웅 씨 편하신 대로'라고 한다. 저는 누가 잔소리해주는 게 편한데 그런 게 줄어들어 약간 부담된다. 저를 대우해주고 인정해주는 건 너무 감사하다. 그런데 동시에 책임감이 많아졌다."
 
-매 연기마다 시청자로부터 '재발견' 소리를 듣는 건 좀 아쉬울 텐데.
"오히려 감사하다. 처음 연기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스펙트럼 넓은 배우'를 목표로 잡았다. 여전히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봐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사극도 KBS2 '추노'(2010)에서의 모습과 영화 '최종병기 활'(2011), 이번 '신입사관 구해령'에서의 모습이 다 다르다. 특히 이번엔 목소리까지 다르게 냈다. 사극이어서, 현대극이어서 새롭다기보단 캐릭터에 따라 넓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걸 알아봐 주고 인정해주셔서 감동적이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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