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3일 개막했다. 아시아의 화합을 도모하며 소외, 소수 계층을 품은 이번 영화제는 여느 때와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영화제를 찾은 아시아인들이 많았으나 지난 해 대비 톱스타의 발길은 뜸했다. 아시아가 하나되는 공감의 장, 글로벌 도약을 향한 영화제라는 정체성은 명확했다. 다만 국내외 라인업이 풍성하지 못했다는 점과 미흡한 완성도의 작품들이 공개된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 개막작부터 엇갈린 평가..미흡한 작품 혹평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 포스터.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의미의 영화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개막식 행사 역시 국가, 종교, 성, 장애를 뛰어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소통과 공감을 강조하며 소수, 소외계층을 포용한 이번 영화제의 개막 공연도 여느 때와 달랐다. 미얀마 카렌족 난민 소녀 완이화가 ‘나는 하나의 집을 원합니다’를 불렀다.

영화제의 취지만큼이나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카자흐스탄 출신의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과 일본 감독 리사 타케바가 협업한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였다. 말도둑들에게 남편이 살해당한 뒤 가부장적인 동네에 남겨진 한 여자와 그의 아이들에게 묘령의 남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개막작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국가의 작품을 다룬다는 점은 의미 있지만, 미흡한 완성도가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진부한 소재와 어색한 연기력이 오점으로 남았다.

영화제의 라인업 역시 풍성하지 못했다. 빼곡한 라인업으로 관객들과 소통했던 기존 영화제와 달리 소통할 수 있는 행사가 극히 드물었다. 오픈토크, 야외무대인사, 관객과의 대화(GV)를 제외하고는 소통의 창구를 찾기 힘들었다.

■ 톱스타의 부재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MC로 선정된 배우 정우성(왼쪽)과 이하늬./임민환 기자 limm@

이번 영화제는 ‘영화제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톱스타들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지난해와 사뭇 대조되는 풍경이다. 지난해에는 현빈, 장동건, 이나영, 유아인 등 다양한 스타들이 영화제를 찾아 신작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번 영화제는 과거의 화려하고 떠들썩했던 축제의 분위기를 잃은 모습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개막식 당일 해운대 포차도 한산했다. SM엔터테인먼트 식구인 임윤아와 마카오국제영화제 홍보대사 김준면(엑소 수호)이 술잔을 기울였다. 또 ‘극한직업’의 이동휘, 공명 등이 모습을 비췄고 정해인, 정지우 감독 등도 포차에서 시간을 보냈다.

■ 다채로운 부대행사..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성공적

지난 4일 영화의 전당 광장을 찾은 관객들 모습./양지원 기자 jwon04@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마련한 다채로운 부대행사는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영화의 소재로 이용되는 만화가 차별화된 마케팅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영화의 전당 내 광장에서 진행되는 ‘마나캐릭터 인 비프’ 행사에는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A존에서는 디즈니 영화 속 악당을 중심으로 한 ‘디즈니 빌런전’이 특별 전시됐다. 또 마나가게 전시 존에서는 마블, DC 등 캐릭터 굿즈를 선보였다.

B존에서는 BTS(방탄소년단 상품관), 부산 애니메이션 협회, 참돌, 꿈아트, 히어로 칸타테, 시공사, 부남서적 등 전시와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 글로벌 프로젝트를 만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osen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작품과 사업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부산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고레에다 감독이 해외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고레에다 감독은 해외 배우들과 소통 방법에 대해 “직접적인 언어로 소통하지 못하기 때문에 손편지를 많이 써서 배우들에게 전달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글로 남겼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매니지먼트 및 제작사 사람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프로젝트도 소개됐다. ‘글로벌 오픈 세미나 with 사람’에는 소속배우 이하늬와 그의 할리우드 에이전시 ‘아티스트인터내셔널그룹(Artist International Group, AIG)의 데이비드 엉거 대표, 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 마이크 피기스 감독이 참석했다.

이소영 대표는 마이크 피기스 감독과의 옴니버스 프로젝트 ‘셰임’ 제작을 발표했다.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다양한 감정을 그려낸 옴니버스 프로젝트다. 영국 출신의 마이클 피기스 감독은 아시아의 작가, 스태프들과 의기투합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미국 에이전시 AIG 대표 데이비드 엉거와 에이전트 및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 이하늬는 “미스 유니버스가 시험의 장이였다. 원 없이 한국적인 소스를 풀었을 때 그들의 반응이 흥미로웠다”라며 “한국적인 문화가 갖고 있는 가치와 특수성을 버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 할리우드 활동 방향성에 대해 “함께 동등한 자세에서, 그들의 영감이 되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12일까지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롯데시네마센텀시티, CGV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동서대 소향씨어터, 롯데시네마 대영 등에서 열린다. 6개 극장 40여 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부산)=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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