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인도·일본·사우디까지 현장에서 글로벌 해답 찾아
일본 5G 수출 등 글로벌 행보 속에서 경영 성과 이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삼성전자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사내이사 직을 포기하고 현장 경영에 몰두하면서 삼성 총수로서의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오후 항공편으로 인도에 입국해 서부 대도시인 뭄바이를 찾아 현지 법인 관계자 등에게 5G와 모바일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 현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인도를 찾은 것은 지난해 7월 인도 노이다 휴대전화 공장 준공식으로 방문한데 이어, 올해에는 지난 3월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한 이후 약 7개월 만에 재방문이다.

이 같은 잦은 방문은 글로벌 사업에서 인도는 스마트폰과 TV 등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등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중국 내 마지막 남은 휴대전화 공장인 후이저우 공장을 닫고 중국 생산 물량을 인도·베트남으로 재배치하는 등 인도는 중요한 생산 기지이자 소비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해외 출장이 잦아지고 있다. 인도 외에도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직접 일본 출장길에 올라 핵심 소재 확보에 나섰고, 9월에는 비(非)전자 계열사인 삼성물산의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을 찾아 미래 먹거리 사업 확보에 발 벗고 나섰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광폭 행보에는 ‘삼성 총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오는 26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신사업 발굴과 대규모 투자 관리를 위한 총수로서의 현장 경영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배경에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류 되면서 횡령·뇌물죄 등 혐의를 두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2심 재판 결과를 대법원이 파기 환송함에 따라 오는 25일 재판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점이 깔려있다.

이 부회장이 파기 환송심을 앞둔 시점에서 사내이사 임기 연장을 위해 주주총회를 열면 자칫 부정적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이 따른다. 이에 부담을 최소화 하면서도 총수로서 경영 전면에 나서 위기관리를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파기 환송심을 앞두고 재판 준비를 하면서도 삼성 총수로서 직접 글로벌 현장을 챙기며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글로벌 경영에 나서면서 성과도 속속 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5G 장비 수출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NTT도코모, KDDI 경영진과 5G 상용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그 결과로 삼성전자는 일본 2위 통신사인 KDDI에 향후 5년간 5G 기지국 등에 들어갈 통신 장비를 공급하기로 하고 납품을 시작했다.

KDDI는 4조7000억원 규모의 5G 네트워크 구축사업의 공급업체로 삼성전자와 에릭슨, 노키아를 선정했다. 이 중 삼성전자는 전체 물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2조4000억원 규모 기지국 장비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일 관계가 정치적 입장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이뤄진 성과여서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교두보 역할에도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최근 방문한 인도에서도 글로벌 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과 회동하는 일정도 계획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삼성전자는 인도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그룹 계열사인 릴라이언스지오의 4G 네트워크 사업에서 이동통신 설비 공급 업체로 선정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릴라이언스는 5G 이동통신 구축 사업도 추진하고 있어 이번 회동에서 양측이 향후 5G 활성화 및 기술 협력 방안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을 나눴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나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속에서 최악의 경영환경에 놓여 있다”며 “빠른 의사결정과 글로벌 네크워크를 활용한 이 부회장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직에 물러남에 따라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았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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