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업여신 자동심사시스템 등 '사람' 대체하는 'AI'
시중은행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AI를 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기술의 발달과 함께 사람의 자리를 AI(인공지능)가 대체하면서 금융업계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다. 은행, 카드, 보험, 증권사들은 AI를 활용한 업무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 은행권, 디지털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AI 도입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AI를 활용한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쏠메이트 오로라' 서비스를 출시했다. 고객 개인 성향과 행동을 분석해 AI가 첫인사부터 상품을 제안하고 상세한 설명을 해준다.

지난 5월 시스템 구축에 나선 'AI 몰리'는 직원용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AI 몰리'를 이용하면 상담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조회하고 고객에게 전송까지 한다.

부동산 담보 취급 업무에도 AI가 도입된다. AI가 부동산 담보물을 평가하고 빅데이터·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부동산 담보 대출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부동산 담보 운영체계 개선 프로젝트'를 2020년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다.

또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컨택 서비스' 도입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콜센터에 전화를 건 고객이 버튼 입력이나 상담원 연결없이 '카드 분실 신고' 등을 말하면 AI가 자동으로 관련 상담원을 연결해준다. 기존 번호를 누르는 ARS 음성 서비스를 대신해 신속하게 금융 업무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AI를 활용한 '상시감사지원시스템' 구축에 한창이다. 여신취급과정에서 이상징후를 조기탐지하고 부정대출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계획이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유형의 사기패턴 탐지를 위해 이상거래 유형을 지속 발굴하고 학습할 수 있는 AI 이상거래 탐지시스템 아키텍쳐를 설계할 방침이다.

지난달 '기업여신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한 우리은행은 향후 AI 머신러닝 기술을 추가해 심사 프로세스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AI가 도입되면 기업여신 심사 과정에서 판단 오류를 최소화하고 리스크가 높아지는 업종과 차주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KEB하나은행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의 일환으로 인공지능을 추가했다. 하나은행은 인공지능 기반의 신 FDS 고도화 사업을 통해 사기계좌 659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8월 8일부터 AI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실시간 차단 앱 'IBK피싱스톱'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함께 개발한 'IBK피싱스톱'은 통화 도중 보이스피싱 사기 확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경고 음성과 진동으로 알려준다.

기업은행은 지난 3월 진행된 시범운영에서 총 7만4000여건의 통화를 분석, 총 339건의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를 탐지하고 30억8000만원의 피해를 예방했다.

부산은행이 지난 7월부터 운영 중인 '보이스피싱 이상거래 탐지시스템'은 고객의 금융거래 패턴과 자금흐름 등을 빅데이터로 실시간 분석해 보이스피싱 징후를 탐지한다. 대포통장을 통한 인출사기 뿐만 아니라 고객의 직접 이체를 유도하는 사기거래도 검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은 디지털 전문 기업들과 손잡고 AI 강화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지난 5월 한글과컴퓨터와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 추진 및 중장기 R&D(연구개발) 협력 기반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B금융그룹은 네이버와 손잡고 네이버의 AI 기술 '클로바'를 활용해 별도의 금융 전용 AI 분석 엔진을 개발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네이버 '라인'과 지난 4월 '우리은행-라인 AI협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중장기적인 협업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인공지능 전문가로 구성된 'AI 공동 랩(Lab)'을 신설했다.

KEB하나은행은 AI나 빅데이터·블록체인 등과 관련된 총 10곳의 스타트업과 업무협약을 체결, 디지털 혁신을 일으키는 실제 사업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달 AI를 이용해 암에 대한 위험도를 예측하는 상품 'KB 암보험과건강하게사는이야기'(왼쪽 사진)를 출시했고, 삼성화재는 업계 최초로 장기보험에 AI 계약 심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각사 제공

◆ 보험, AI 활용 신상품 출시…카드사, 부정결제 탐지

보험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한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달 2일 'KB 암보험과건강하게사는이야기'를 내놓았다. 암 발생 전 예방 자금부터 암 발병 후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AI를 이용해 암에 대한 위험도를 예측하는 게 특징이다.

질병예측시스템을 도입해 고객이 가족력과 생활습관 등을 입력하면 예측되는 15가지의 질환에 대해 발병확률이 높은지 낮은지 알려주고 우리가 흔히 부르는 내시경 검사에 의해 나타나는 대장용종이나 위용종 등이 확인되는 암 전 단계부터 진단비를 지급한다.

AI로 학습된 알고리즘을 통해 가입자 개인의 생활습관 등을 분석해 상대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암을 예측해 암보험의 담보를 특정해 설계할 수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8일 업계 최초로 장기보험에 AI 계약 심사 시스템을 활용했다. 그동안 질병 이력이 있으면 심사자가 하나씩 확인해 승인을 해야했지만 AI 계약 심사 시스템 도입으로 심사자 별도 확인 없이 가입이 가능해졌다.

NH농협생명은 지난 7월부터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서 고객과 문자 대화 등으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AI 기반 챗봇 '코리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리봇'은 보험 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해주고 콜센터처럼 보험 관련 문의도 받기 위해 주요질문 1000개를 학습했다.

최근 카드 결제 단말기(POS)를 통해 신용카드 정보 약 57만건이 유출된 사건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사건 발생 인지 직후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의 가동을 강화하는 등 긴급조치를 시행했다.

카드업계는 간편결제 수단이 많아지고 전자금융거래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자 AI를 활용한 FDS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자동으로 신규 사고패턴 재학습이 가능한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의 FDS시스템이다.

업계에서 딥러닝 기법을 가장 빨리 도입한 신한카드는 2017년 6월 해외 오프라인 결제 영역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국내외 온·오프라인 및 현금융통 등 불법 사금융 영역 부정거래 등에 활용 중이다.

이어 KB국민카드가 딥러닝 기반 FDS로 신용카드 관련 이상 거래를 탐지하고 적발하고 있다. 올 3월 딥러닝 기법이 적용된 FDS 구축을 완료한 NH농협카드는 부정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해외 전체 거래내역 등에 활용 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사기가 지능화되고 대형화되고 있어 신규 사고 패턴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AI를 기반으로 딥러닝된 FDS 시스템이 카드사용의 중요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왼쪽에서 네번째) 및 그룹사 CEO들이 신한AI 출범식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제공

◆ 투자자문도 AI로 

신한금융그룹은 지난달 초 금융권 최초로 인공지능 기반 투자자문사 '신한AI'를 공식 출범하고 16번째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지난 2016년부터 인공지능 도입을 위해 주요 자회사와 IBM 및 국내외 전문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보물섬 프로젝트'를 가동시킨 신한금융은 '신한AI'를 통해 고객 관점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차별화된 투자 전략 제공 및 상품추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일반 고객들도 고객자산가들이 받던 투자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신한AI'가 AI투자자문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신한의 금융노하우와 디지털 신기술을 총 동원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기존의 시각을 탈피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를 성장시켜 신한AI를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과 사업성을 갖춘 전문 AI회사로 다같이 만들어 가야 한다"며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제공하는 디지털 혁신의 상징이 돼달라"고 말했다.

권혁기 기자

관련기사

키워드

#AI #인공지능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