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병헌 감독→박정훈 감독' 이어 손잡은 전여빈, 신중한 연기 발걸음
[인터뷰] '이병헌 감독→박정훈 감독' 이어 손잡은 전여빈, 신중한 연기 발걸음
  • 신정원 기자
  • 승인 2019.10.10 13:18
  • 수정 2019-10-10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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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빈 / 제이와이드컴퍼니
전여빈 / 제이와이드컴퍼니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배우 전여빈은 신중함이 느껴지는 배우다. 최근 JTBC '멜로가 체질'에서 다큐멘터리 감독 이은정 역을 맡으며 첫 주연에 도전한 그는 천우희, 한지은과 함께 서른 살의 일상을 그리며 유쾌함을 자아내다가도 남자친구와 사별한 슬픈 내면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전여빈은 작품을 선택할 때도 소신을 잃지 않고 신중을 기한다. '연기자는 가는 걸음걸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야기에 납득이 가는 작품을 보게 된다고. 전여빈은 "이 일을 너무 사랑해서 해치고 싶지 않다. 떠밀려서 하는 선택보단 마음 가는 작품을 선택해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멜로가 체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브라운관에서는 첫 주연이라 부담도 됐을 텐데. 
"은정이라는 캐릭터를 보기보단 사람들의 형태가 재미있었다. 왁자지껄 떠드는 광장 같은 분위기가 났다. 또 이병헌 감독님이 영화 '여배우의 오늘들' 보고 나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고 하더라. 믿음으로 대본 주셔서 감히 뛰어들고 싶었다. 시간을 돌려서 다른 걸 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이 팀에 합류할 것 같다."

-이병헌 감독과 함께 호흡한 소감은.
"우선 촬영을 A 팀 이병헌 감독님, B 팀 김혜영 감독님으로 나눠 촬영했는데 이질감이 없었다. 두 감독님 모두 배우를 사랑하는 게 느껴졌다. 배우들이 선보이는 연기를 다 좋아해 줘서 신나게 떠들고 참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각 캐릭터의 느낌도 잘 살았다."

-배우들의 나이대가 비슷했던 만큼 현장 분위기도 좋았을 것 같다.
"시끄러웠다.(웃음) 다들 투머치 토커들이었다. 누군가 떡밥을 던지면 다 회수해버리는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잘 맞을 거란 걸 예상하고 캐스팅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격이나 특징이 다 잘 어울렸다. 배우끼리 따로 회식을 해도 집에 잘 안 들어갔다. 술을 잘 마시지도 않는데도 만나면 새벽 4~5시에 헤어졌다. 차를 마시거나 한강에 가서 라면 먹고 떠들다가 노래방 가서 노래 부르고. 그렇게 놀다가 들어가곤 했다. 대체적으로 흥이 많아 잘 맞았다."

전여빈 / 제이와이드컴퍼니
전여빈 / 제이와이드컴퍼니

-기존 작품들에선 '사별한 젊은 여성'에 대한 서사가 깊이 있게 그려진 적이 없던 것 같은데.
"그 아픔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몰랐다. 남자친구 홍대가 판타지로 갈지도 예상하지 못했다. 늘 강해 보이던 사람이 그런 상황을 갖고 있고, 주변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직면하는 그런 과정들이 정말 기존에 없던 캐릭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사별한 사람에 대한 자각, 그에게 또 다른 안녕을 고하며 나름대로 삶을 시작하는 모습들이 너무 좋았다. 작가님이 캐릭터 한 명 한 명에 대한 서사를 쉽게 넘어가지 않고 그렸구나, 캐릭터를 정말 사랑하시는구나라는 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실제 이런 아픔을 겪고 있을 텐데, '나를 위해 너를 지켜줘'라는 홍대의 대사가 힘이 되고,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멜로가 체질'의 어떤 면이 가장 마음에 드나.
"전여빈의 취향으로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각 캐릭터가 갖고 있는 나름의 비극이 있잖아. 너무 무겁지 않게, 또 가볍지 않게 굴러가는 느낌이 들었고, 그게 고마웠다. 그 안에 또 농담, 웃음을 잃지 않는 것도 좋았다. 각 캐릭터의 입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말들이 마음에 들었다. 현실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 그로 인해 말수도 점점 줄어들고. 카카오톡 메신저로 시끄럽게 이야기한다 해도 그 진심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겠고. 그런 면에서 '멜로가 체질'은 수다와 그 안에 어떤 감정들이 넘실대서 좋았다."

-지금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자신을 잘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 명의 어른으로 서 있고, 생활한 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인 것 같다. 사람이 자신의 밥벌이를 한다는 건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땐 부모님의 경제 활동에 대해 당연하게 여겼다. 뒤늦게야 많은 고난을 겪고 지금 위치에 서 있는 부모님에 대한 존경을 깨달았다. 나 자신을 잘 책임지고, 나아가 믿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힘이 돼주는 게 바람이자 목표다. 살면서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서로에게 상호작용을 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전여빈 / 제이와이드컴퍼니
전여빈 / 제이와이드컴퍼니

-차기작은 정했나.
"연말에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 개봉 예정이다. 비중이 크진 않지만, 최민식 선배와 재미있게 호흡을 맞췄다. 또 박정훈 감독님의 영화 '낙원의 밤' 촬영도 곧바로 돌입한다. 촬영은 내년 초에 끝나지 않을까 싶다. 내년 초엔 또 영화 '해치지 않아'로 관객 만난다. '해치지 않아'는 동물원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에 안재홍 오빠가 동물원 새 원장님으로 등장하는데, 아주 독특한 영화가 나올 것 같다."

-앞으로 연기 방향성은.
"작품을 선택할 때 이야기에 납득이 가고, 캐릭터에 궁금증이 생기고 확신이 생기면 함께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개인적으론 굉장히 신중하고 고민하며 작품을 선택한다. 가는 걸음걸음이 중요하잖아. '천천히 가더라도 진득하게 가자'라는 장거리 선수의 마음으로 가려고 한다. 이 일을 너무 사랑한다. 그래서 해치고 싶지가 않다. 배우가 되기 전 스태프 일을 할 때도 나 전여빈이라는 사람에 대한 시간을 쓰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네이버 포털에 릴리즈되지 않는 단편에도 많이 출연했다. 제일 마음이 가고 도전 의식이 생겨 선택한 작품들이었다. 앞으로도 떠밀려서 하는 선택은 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