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한국스포츠경제 채성오] “개원하자마자 전국에서 너무 많은 연락을 받아 전화가 먹통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국내 전문 어린이재활병원이 부족하다는 뜻이겠죠. 하루 500여명의 어린이들을 치료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론 적자도 예상되지만 여기 모이신 분들처럼 기부문화에 열심히 동참해 주신다면 더 좋은 병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재춘 푸르메재단 실장은 지난 4월 말 개원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현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장애 어린이가 전문적으로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 넥슨 스페셜데이 관계자들이 만원의기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재춘 푸르메재단 실장, 은총이 아빠 박지훈씨, 가수 션, 이윤원 롯데자이언츠 단장, 강민혁 넥슨 커뮤니케이션 대외 홍보 이사. 채성오기자

‘희망의 아이콘’ 박은총군(14)이 가족과 ‘기부천사’ 션, 그리고 넥슨 및 롯데자이언츠가 함께한 ‘넥슨 스페셜데이’는 장애 아동들에 대한 관심과 기부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지난 4월말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문을 연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장애어린이들의 재활과 자립을 돕기 위해 건립된 국내 최초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이다.

▲ 푸르메재단 제공

장애어린이들이 신체·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사회에 독립된 자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의료+사회+직업’ 재활을 연계한 ‘장애어린이 전인재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은 지상 7층과 지하 3층(연면적 1만8,557.73㎡, 약 5,560평), 입원 병상 91개, 낮 병상 40개 규모로 건립됐다.

▲ 넥슨어린이재활병원. 푸르메재단 제공

넥슨은 병원건립에 필요한 전체 440억 원 중 절반에 달하는 총 200억원을 기부했다.

기금조성에는 넥슨 임직원과 유저들이 뜻을 모아왔다. 병원 개원 후에도 모바일 게임 ‘영웅의 군단’의 캐릭터로 제작한 페이퍼토이를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고, 유저들이 마련한 ‘넥코제’ 행사에서 팔찌와 ‘영웅 망토’ 등을 판매한 수익금을 운영기금으로 전달하는 등 기금조성에 협력하고 있다.

■ ‘작은 철인’ 박은총군 가족과 션의 인연

올해로 14세인 박은총군은 뇌병변 장애를 비롯한 6가지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다. 태어났을 때 1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을 만큼 힘들었지만 그의 곁에는 가족이 있었다.

이날 은총이의 아버지는 은총이와 함께 부산 사직구장에 참석해 시구를 도왔다. 은총이와 그의 아버지는 철인 3종 경기와 마라톤을 하며 끊임없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6년간 13회나 완주에 성공하며 같은 처지의 장애 아동에게 직접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이다.

▲ 시구 행사에 깜짝 등장한 션(왼쪽)과 박은총군을 업고 있는 아버지 박지훈씨. 채성오기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건립기금 조성과 연계된 철인 3종 경기에 나서며 다른 장애어린이들을 돕는데 앞장 서왔다. 그렇다면 은총이 가족이 철인 3종 경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 아버지 박지훈씨의 등에 업혀 함께

시구를 하고 있는 박은총(오른쪽)군. 채성오기자

은총이의 아버지 박지훈씨는 “제가 유모차에 태우고 뒤에서 밀어주는 것을 은총이가 굉장히 좋아했다”며 “이후 철인 3종 경기에 함께 나가면서 다양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총 가족과 션의 첫 만남은 약 6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션이 2010년 10월 MBC 프로그램에 소개된 박은총 가족을 보고 만나고 싶다며 먼저 연락한 것. 같은 해 11월 션이 원광대학교에 강연을 하러 갔을 때 박지훈씨와 처음 만나 은총이와 함께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구 행사가 끝난 후 인터뷰룸에서 션은 “은총이를 만나 삼촌이 되어주겠다고 한 후 해줄수 있는게 뭘지 생각해 봤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재활치료라고 판단했다”며 “그렇다면 왜 일반적인 모금활동이 아니라 힘든 스포츠를 택했는지 궁금하실 텐데 장애 아동들이 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우리가 마라톤이나 철인 3종 경기를 뛰는 것 만큼 힘들다. 그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어서 열심히 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션은 2011년부터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은총이 가족과 철인 3종 경기 및 마라톤을 함께 하고 있다. 현재 푸르메재단 고액 기부자 모임인 ‘더미클라스’의 회원으로 부인 정혜영씨와 함께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기금 6억원을 기부했다.

▲ 가수 션과 박은총(왼쪽)군. 푸르메 재단 제공

은총이 아빠 박지훈씨는 “은총이와 장애어린이들을 위해 의미 있는 행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 드린다”며 “앞으로도 장애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좋은 활동에 앞장설 것이며, 많은 분들이 격려하고 응원해주신 데 보답해나가겠다”고 전했다.

■ 스페셜데이와 롯데자이언츠의 연결고리

넥슨은 지난 9일부터 스페셜데이를 통해 은총이와 장애어린이들에게 각각 1,000만원(총 2,000만원)을 전달하고, 경기장 밖에서도 특별기부부스를 열었다. 현장에서 모금된 기부금 100만원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운영기금으로 전달됐다.

▲ 부산 사직구장 야외 광장에 마련된 스페셜데이 기부 부스. 채성오기자

앞서 넥슨과 롯데자이언츠는 공식 후원 계약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됐다. 이번 스페셜데이 역시 협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행사다.

▲ 부산 사직구장 야외 광장에 마련된 스페셜데이 기부 스티커를 붙이는 어린이. 채성오기자

롯데자이언츠의 이윤원 단장은 “롯데자이언츠가 부산을 연고로 한 팀인 만큼 지금까지 부산지역 저소득 계층분들이나 야구를 잘 모르는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공헌을 해왔다”며 “이러한 특별한 행사를 통해 사회공헌 계획에 대한 생각의 범위를 좀 더 넓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롯데자이언츠 마스코트 누리(왼쪽)와 넥슨 캐릭터 배찌. 넥슨 제공

행사를 기획한 넥슨 측은 롯데자이언츠가 강력한 팬덤을 지닌 구단인만큼 스페셜데이를 통해 장애 아동들에 대한 어려움과 재활병원의 필요성을 알리는데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강민혁 넥슨 커뮤니케이션 대외 총괄 이사는 이 자리에서 “행사는 넥슨에서 기획했지만 롯데자이언츠와 은총이 가족, 션이 없었다면 이러한 프로젝트가 불가능 했을 것”이라며 “장애 아동들의 어려움과 재활병원의 필요성들을 널리 알릴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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