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편집자]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최근 대규모 원금손실을 낸 DLS·DLF(파생결합증권·펀드) 판매사태에 대한 얘기다. 10년 전 겪었던 ‘키코사태’의 악몽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DLS는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 채권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상품으로 DLF는 DLS를 사모펀드 형태로 만든 파생결합펀드이다. DLS는 증권사가 발행해 자산운용사가 DLF라는 펀드형태로 상품을 만들고, 은행이 투자자(고객)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판매된다.

현재 문제가 불거진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동된 DLS다. 판매금액 전체가 ‘원금 손실’구간에 진입한 데다 원금피해액이 최대 100%에 이른 상품도 발생했다.

평생 모은 재산을 한 순간에 날릴 위기에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키코사태’ 때처럼 파생상품이 또다시 ‘파산상품’으로 전락할 위기다.

환율과 연계된 ‘키코’상품이나 금리와 연계된 DLS·DLF 상품의 공통점은 모두 파생상품과 결합한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이다. 당초 파생상품은 금리(예금), 환율(통화), 주가(주식)의 가격변동의 위험을 회피(헷지)하기 위해 보험적 성격의 금융수단으로 탄생했다.

금리, 환율, 주가, 유가, 원자재 등과 같은 기초자산의 가격변동 움직임을 상품화한 것이 파생상품이다. 기초자산에서 파생된 대표적인 1차 상품을 선물, 옵션, 스왑 거래라 부른다. 이러한 파생거래계약을 주식, 채권, 예금 등 일반적 금융상품에 연계한 형태가 파생결합상품이다.

파생결합상품은 DLS, DLF, ELS, ELT, ELF 등 구조와 종류가 각양각색이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의 확산과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증대로 파생결합증권의 발행과 투자가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파생결합상품은 시장참여자 누구나 수익을 올리는 ‘플러스게임’의 전통적인 금융거래와 다르다.

파생상품은 본질적으로 누군가의 이익이 다른 누군가의 손실로 귀결되는 ‘제로섬게임’이다. 따라서 원금보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구조적 한계다. 그런데 투자에 대한 원금손실의 위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으로 인해 정규분포상의 꼬리위험(손실발생)이 너무 길고(롱테일), 두꺼워(팻테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꼬리위험이란 발생빈도가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자산가치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요인이다. 금융시장을 자극하는 돌발악재들이 겹겹이 쌓여 평균(이익기회)에 집중될 확률이 낮아지고 이를 통한 예측도 잘 맞지도 않아 꼬리위험의 발생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꼬리(극단치)가 몸통(평균치)을 흔들어대는 격이다.

파생상품에는 과도한 복잡성과 투자의 보편적 원칙을 벗어나는 위험성이 늘 존재한다. 최빈값의 확률로 추정되는 기대값만 믿을 경우 ‘평균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파생상품의 꼬리 속에는 아무도 출현을 예상 못하는 악마가 숨어있다. 

칼럼리스트=이치한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