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 나서
11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정부가 특정 국가 의존형 산업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맞선 본격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합동 경쟁력 강화 콘트롤타워인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를 가동하고, 100+α 전략품목 공급 안정, 기업 간 협력모델 구축, 특별회계 신설 등 3가지 전략을 강력히 추진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1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주재하고, 이런 내용의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중점추진전략 등 4개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홍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가 100여일이 지나도록 원상회복되지 않고 있다"면서 "오늘 경쟁력위원회라는 강력한 추진체계가 완비된 만큼 우리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대적 소명의식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먼저 소재·부품·장비산업 100+α 전략품목 중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기초과학 등 6대 분야에서 수급위험이 크고 전략적으로 중요해 기술확보가 시급한 20대 품목에 대해서는 즉각적 공급안정화와 조기 기술개발을 병행 추진한다. 여기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이 포함됐다.

업종별 밸류체인상 취약품목이면서 중장기 기술개발이 필요한 80대 품목에 대해서는 연구개발(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해외 인수합병(M&A) 등으로 전방위 기술획득에 나선다.

화학연구원 등 4대 소재 관련 연구소를 소재·부품·장비 개발 실증 양산 테스트베드로 확충하고, 신성장동력 세액공제 대상 확대, 해외 M&A시 법인세 감면 등 세법 정비도 추진한다.

정부는 또 경쟁력위원회 산하에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 등을 둬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직적 수평적 상생협력 모델을 구축, 예산·자금·규제 특례 등을 맞춤형 패키지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홍 부총리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수요·공급기업 간 또는 수요기업 간 윈윈(Win-Win) 구조 및 대·중·소 분업적 상생 협력을 정착하는 것은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년부터 5년 한시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를 설치,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매년 2조원 이상의 재정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3가지 핵심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추진 체계를 완비하기 위해 경쟁력위원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고 경쟁력 강화 대책의 주요 내용의 법적 근거가 되는 특별법의 연내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런 3대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경쟁력위원회를 가동하고, 소재·부품·장비 특별법의 연내 개정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한편 그동안 범정부 차원에서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한 결과, 수입선 다변화와 민간투자 등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3대 품목 중 하나인 불산액의 경우 중국과 대만 등의 국가로 수입국을 다변화해 일부 생산공정에 투입 중이고, 국내 특정기업 불산액 생산능력이 2배 이상 확대되는 등 국내생산에도 박차가 가해지고 있고, 주요 소재와 부품에 대한 민간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효성은 1조원을 투자해 내년부터 전주 탄소섬유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고, 현대모비스도 2021년 친환경 차 부품 양산을 목표로 3000억원 규모의 공장 투자를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또 삼성은 7년간 13조1000억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부문 투자계획을 내놨다.

반도체 소재·부품 등 3개 프로젝트에 대한 외국인투자기업의 국내투자 의향도 확인됐다고 정부는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소재·부품·장비 100+α 핵심전략품목과 관련해서는 "20개 품목에 대해서는 2년 이내에 성과가 있도록 하겠다"면서 "나머지 80개 품목도 5년 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간담회에는 홍 부총리를 비롯해 황철주 대·중·소 상생협의회 대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박선호 국토부 1차관, 박천규 환경부 차관, 김영주 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박천홍 기계연구원장, 김창균 화학연구원 원장 대행,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강진아 서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비위원 자격으로는 진교영 삼성전자 사장,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 이재호 테스 대표, 여문원 미코 사장 등이 자리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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