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노믹스] '움직이는 광고판' 키움 유니폼과 '깔끔한' 메이저리그 유니폼, 왜 다를까
[스포노믹스] '움직이는 광고판' 키움 유니폼과 '깔끔한' 메이저리그 유니폼, 왜 다를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10.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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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간판 선수 박병호의 유니폼에 많은 광고 패치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KBO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간판 선수 박병호의 유니폼에 많은 광고 패치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박대웅 기자] 한국과 미국에서 가을야구 열기가 뜨겁다. 한국 KBO리그에서는 정규시즌 3위 키움 히어로즈와 2위 SK 와이번스의 플레이오프가 펼쳐지고 있고, 미국 메이저리그는 아메리칸과 내셔널리그 우승자를 가릴 챔피언십 시리즈가 진행 중이다. 경기 내용도 흥미롭지만 야구팬들의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부분은 선수들의 유니폼 속 광고다. ‘움직이는 광고판’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한국과 달리 메이저리그의 유니폼은 깔금하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한국 프로야구에서 유니폼은 광고판 구실을 충실히 한다. 단적으로 키움의 유니폼에는 좌우 소매에 3개, 앞면에 4개, 뒷면 목덜미에 1개의 광고가 있다. 헬멧과 하의 광고를 더하면 대략 10개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키움 유니폼에 가장 많은 광고가 붙는다. 유일하게 모기업 없이 광고와 스폰서십에 수입을 의존하는 구단이 키움이다. 특히 유니폼은 구단 수입 창출의 주요 매체다. 물론 다른 구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략 구단은 30억~50억 원 가량을 유니폼 광고로 벌어들인다. 야구계 안팎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유니폼 앞면은 5억~15억 원, 목 뒤는 1억~5억 원 사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 프로야구의 유니폼은 깨끗한 편이었다. 소매 및 헬멧 광고는 한쪽에만 허용됐고, 기타 용구에는 상업적 부착물을 붙일 수 없었다. 하지만 2007년 양쪽 모두 광고를 허용하도록 규정이 바뀌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야구규칙 1.11조 h항에는 ‘유니폼의 어떤 부분에도 상업광고에 관련된 위장이나 도안물을 붙여서는 안 된다. 단, 유니폼의 상의 소매 양쪽에 한해 60㎠ 이내의 광고를 허용한다’는 조항이 있다. 규정대로라면 유니폼 앞면과 뒷면 배번 위 광고는 규칙 위반인 셈이다. KBO는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 수준에서 광고를 구단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달리 메이저리그의 유니폼에는 어떤 광고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뉴욕 양키스는 핀스트라이프(세로 줄무늬) 유니폼에 선수 이름도 적지 않는다. '뉴욕 양키스 유니폼에는 왜 선수 이름이 없을까'(2014년)를 쓴 스즈키 도모야는 "일개 선수가 구단보다 먼저일 수 없다는 양키스 구단만의 철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키스는 초창기에 유니폼에 팀명 외 선수 번호도 넣지 않았다. 1929년 양키스가 최초로 등번호를 유니폼에 삽입했지만 타순을 식별하기 위해서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규약을 보면, '유니폼에 광고와 관련한 패치나 디자인 부착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프로 스포츠 구단에서 거액의 유니폼 광고 수입을 포기하는 이유는 뭘까.

KBO리그와 달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소속 류현진의 유니폼에는 광고 패치가 없다. 연합뉴스
KBO리그와 달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소속 류현진의 유니폼에는 광고 패치가 없다. /연합뉴스

순수성을 강조하는 미국만의 독특한 야구철학이 기반에 깔려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메이저리그는 야구의 순수함을 지키면서도 어떻게 하면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메이저리그는 일찌감치 전 세계, 다양한 인종에게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메이저리그는 1940년대 중반 백인 일색이던 종전의 관례에서 벗어나 '니그로 리그'(흑인들로만 이뤄진 리그)에서 활약하던 흑인 '재키 로빈슨'을 영입했다. 이후 중남미와 아시아, 유럽 할 것 없이 재능 있는 선수라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스카우트 했다. 메이저리그는 전 세계를 상대로 무수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바탕을 이룬 건 단연 전 세계 최고 야구 리그라는 자부심이다. 깔끔한 유니폼은 이런 미국 야구만의 철학과 자부심 그리고 고집의 산물인 셈이다.
 
물론 규모의 경제도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메이저리그가 벌어들인 야구 관련 수입은 103억 달러(약 11조6000억 원)로 추산된다. 메이저리그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16년 연속 수입은 증가세다. 5000억 원 선인 한국과 비교도 안될 만큼 압도적 차이다.
 

메이저리그는 이런 막대한 수익을 공유한다. 수익은 30개 구단이 동등하게 나눠 갖는다. 이는 구단의 규모나 성적에 관계없이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또 대부분 팀은 입장수입과 중계권료만으로 구단 수입의 90% 가까이를 달성한다. 다양하고 안정적인 매출 포트폴리오가 있어 당장의 유니폼 광고가 절실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