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또 한 번 K팝의 새 역사를 썼다. 이들은 11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3만 여 명 규모의 단독 콘서트를 진행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스타디움에서 단독 공연을 개최한 해외 가수는 방탄소년단이 유일. 최초의 역사를 만들어냈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이 공연은 방탄소년단과 나아가 K팝 전체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 K팝의 꾸준한 해외 시장 개척… 국가도 나섰다

11일 자유한국당 성일종 국회의원(충남 서산·태안)은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국내 뮤지션들의 해외 공연을 지원하기 위한 내용을 골자로 한 이번 개정안은 K팝이 전 세계에서 일구고 있는 경제적 성과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음악산업 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 관련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법률은 음반 유통과 표준화, 기술 개발 등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지원 근거를 담고 있는데, 공연과 관련한 부분이 부족해 아쉬움이 있었다.

성일종 의원은 개정안 발의에 대해 "현행법은 국내음악인의 음반 등에 대해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음악 공연에 관해서는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성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하여금 음악 공연의 해외 시장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외국과 공동 제작을 하는 등 수출 관련 체계의 구축에 관한 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국경을 넘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현재 많은 K팝 스타들은 높아진 위상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꾸준히 해외 투어를 진행한다. 유명 팝스타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젠 K팝 스타들이 앨범을 내고 프로모션에 해외 투어를 추가한다. 아시아에 집중됐던 공연 일정도 이제 미주, 유럽 등으로 다양해졌다. 해외 투어는 국내와 달리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여러 전문 인력들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블랙핑크, NCT 127 등 많은 스타들이 현지 에이전시와 협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정부의 전문적인 지원이 있다면 K팝 스타들이 새로운 공연 활로를 개척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것임은 분명하다. 성일종 의원은 "K팝은 '듣는 음악'을 넘어 '보는 음악'을 지향하고 있다"고 짚으며 "음반의 해외 진출 지원보다 중요한 건 음악 공연의 해외 진출 지원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K팝의 영역 확장은 계속

방탄소년단은 오는 26일, 27일, 29일에 걸쳐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진행, 지난 5월부터 시작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의 스타디움 투어를 마무리한다. K팝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스타디움만 돌며 투어를 연 가수로 기록되게 된 것이다.

이번 투어 기간 동안 방탄소년단은 팝의 본고장 미국을 비롯해 브라질,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 전역을 돌며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환기했다. 단일 팀의 공연이지만, 이들을 통해 많은 세계인이 K팝의 존재를 인지하고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뒤를 잇는 새로운 K팝 아이콘이 탄생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실제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 입성한 이후 몬스타엑스, NCT 127, 블랙핑크 등 많은 K팝 스타들이 미국 현지에서 공연을 열고 유명 토크쇼에 출연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시장에서의 활약도 기대된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공연은 사우디 아라비아가 앞으로 해외 문화에 대한 개방, 개혁에 나설 것을 시사한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올 초 한화 약 수조 원의 예산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투자할 것이라 선언, 미국 프로농구 NBA 관련 전시를 여는 등 세계 주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유치에 적극적이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사우디 아라비아 공연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 예측되는 이유다.

지난 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매체 아랍뉴스는 한류와 관련한 보도에서 한류에 대한 현지의 열기를 'K-피버(열병)에 걸린 사우디 소녀들'이라 표현했다. 또 그룹 비아이지는 지난 6월 청와대에서 진행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공식 오찬에 초대된 데 이어 다음 달 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를 찾아 공연을 진행할 계획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이 개척한 길이 다른 많은 K팝 아티스트들의 새로운 문이 되고 있다.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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