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 MBC '겨레말모이' 2부에서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을 찾는다. 방송은 현지 취재를 통해 고려인들이 우리말을 지켜온 과정을 탐구한다.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한 고려인들은 땅속에 굴을 파거나 깔로 흙집을 짓고 살았다. 고려인들은 타고난 근면성 하나로 버티면서 갈대밭을 개간해 벼농사를 지었다. 구소련 체제의 종식 이후 고려인들은 러시아어, 우즈베크어, 고려말이라는 3중의 언어환경에 놓이게 됐는데. 제작진은 고려인 가족의 추석맞이와 성묘 나들이를 동행, 고려인 청소년들이 한국에서의 유학과 취업을 위해 타슈켄트에 있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식 한국어'를 따로 배우고 있음을 확인한다.

남·북한과 해외동포의 말을 모으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작업이 얼마나 진행됐는지도 살핀다. 서울 중심지에서 만난 국어학자와 9명의 학생들. 이들은 광화문 일대에서 한글의 역사를 탐방한다. 세종대왕 동상에서 시작해 조선어학회의 뿌리가 된 국어연구학회의 창립터 봉원사를 찾고, 서울 북촌에 있는 조선어학회 터를 돌아본다. 또 광화문 한글회관의 묵은 서랍장에서 낱말카드를 직접 찾아본다. 청소년들이 찾은 단어는 주시경 선생의 염원이었던 '말모이'였다. 끝내지 못한 최초의 사전 말모이는 조선말큰사전으로 이어졌고, 이는 겨레말큰사전의 뿌리가 되고 있다.

'겨레말모이'에서는 통일 후 30여 년이 지난 독일의 사례를 통해 언어의 차이를 극복하고 공존하는 방법도 모색한다. 40여 년의 분단, 그리고 통일 30년. 그들의 말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동·서독은 분단 시기에도 가족방문, 수학여행 등이 가능했고 TV 등 방송이 개방돼 있었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정치 체제로 인해 많은 영역에서 상이한 어휘가 생겨났다. 그러나 통독 이후 독일에서 표준어는 공적인 자리 또는 외국어로 사용할 뿐 대다수의 독일인은 자신의 지역 방언을 사용하고 있다. 독일은 한반도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8개월 전인 1989년 3월, 한반도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민주화 운동과 통일 운동의 길을 걸어온 문익환 목사가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만난 것. 그 자리에서 문목사는 남북의 말이 너무 달라지고 있으니 통일국어대사전을 남북공동으로 편찬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겨레말큰사전의 씨앗을 뿌리고 온 것이다. 이후 2005년 금강산에서 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결성되었고, 지금까지 25차례에 걸쳐 공동편찬위원회 회의를 실시했다. 이 사전은 분단 이후 남북의 국어학자들이 함께 편찬하는 첫 사전이며 겨레가 함께 볼 최초의 사전이다.

'겨레말모이' 2부 '다시 말이 모이다'는 14일 오후 10시 55분에 방송된다.

사진=MBC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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