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게임업계, 비게임 사업 분야 투자로 신규 수익 창출 노린다
넷마블, 웅진코웨이 우선협상대상자 확정... 넥슨, NHN 등도 신규 사업 진출 봇물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비(非)게임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게임산업이 중국 게임산업의 빠른 성장으로 글로벌 경쟁력에서 점차 위태로운 상황을 맞고 있고, 국내 시장 또한 게임 질병코드 도입 논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변화된 근로 환경 안착 등으로 신규 게임 개발의 속도가 더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판단 속 다른 사업 군에서 수익을 찾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1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 넥슨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먼저 비게임 사업 분야 투자에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게임사는 넷마블이다. 넷마블은 방준혁 의장과 넷마블 경영진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신규 사업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통 게임 개발자 출신이 아닌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방준혁 의장의 비전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 사진=넷마블 제공

넷마블은 14일 낮 컨퍼런스 콜 형태의 IR(기업설명회)를 열고, 웅진코웨이 본 입찰에서 넷마블은 매각주간사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 자리를 통해 넷마블은 웅진코웨이에 대한 투자 목적과 비전 등 주요 경영사항을 발표했다.

넷마블 측은 "지난 5년간 게임사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 및 투자를 진행해왔지만, 최근 안정적인 수익 및 개발력이 확보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희소한 상황이다"며 "다양한 미래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물 구독경제' 1위 기업인 코웨이의 지분 25.08%를 확보, 1대 주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입찰에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넷마블이 보유한 게임사업에서 확보한 유저 빅데이터 분석 및 운영 노하우를 웅진코웨이가 보유한 모든 디바이스에 접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넷마블은 지난 10일 국내 렌털 업계를 이끄는 웅진코웨이의 본 입찰에 '깜짝'하고 뛰어들었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의 사업에서 오랜 시간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실물구독 경제 1위 기업이다. 

넷마블이 이번 웅진코웨이 인수에 참여하게 된 배경으로는 웅진코웨이의 스마트홈 구독경제를 최근 떠오르고 있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와 연계해 자사의 게임들의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사업분야 확보를 통해 신규 수익 창출을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전망된다.

넷마블은 이날 "넷마블은 게임산업 강화와 더불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했고, 이에 실물 구독경제 1위 기업인 웅진코웨이 인수 본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구독경제는 최근 글로벌에서 고속 성장중이며, 자사가 게임사업에서 확보한 IT 기술(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및 IT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글로벌에서의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량 자회사 확보로 인해 넷마블의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비게임 사업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췄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 사진=넷마블 제공

넷마블의 비게임 사업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넷마블은 올해 3월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지분 25.71%를 총 2014억 원을 주고 인수했다. 방준혁 의장과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사촌 관계로, 실제 지분 확보는 넷마블이 올해 상반기 선보인 3연작 중 하나인 방탄소년단 매니저게임 'BTS월드' 출시로 이어졌다.

또한 넷마블은 주력 사업인 게임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게임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 투자를 진행해왔다.

지난 2015년 7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캐주얼 게임 분야 세계 2위인 잼시티(Jam City, 舊 SGN)에 1억3000만 달러를 투자에 최대주주에 올랐고, 2017년 2월에는 미국 애플 앱스토어 10위권 내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MARVEL 올스타 배틀(현지명 MARVEL Contest of Champions)의 미국 개발 스튜디오 카밤(Kabam)을 80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넷마블의 사업 분야 확장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은 올해 상반기 동종업계 경쟁자인 넥슨을 인수하기 위해 자금을 확보해두었고, 이에 그 자금력이 웅진코웨이 인수 입찰로 이어진 것"이라며 "방준혁 의장의 비사업 투자 광속 행보는 웅진코웨이 인수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더욱 다양한 사업 분야로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넷마블 뿐 아니라 넥슨, NHN 등도 비게임 사업 분야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넥슨의 지주사인 NXC는 교육, 유통·커머스, 콘텐츠, 핀테크 등의 사업 분야에서 유모차 회사 '스토케'와 레고 거래 사이트 '브릭링크',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 '코빗' 등을 인수를 진행했다. 

NHN도 온·오프라인 겸용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를 앞세워 비게임 사업 분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이 국내 게임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비게임 사업 투자를 단행, 4차 산업 혁명과 연관된 산업에 게임사들이 앞장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넷마블 등 국내 게임사들이 비게임 사업에 투자하는 것 자체로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게임사들이 투자하는 사업들이 게임과 연관이 없다는 측면에서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신규 게임 개발이 뒤쳐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한정된 장르로만 수익을 내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이 다양한 장르를 발굴하는데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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