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정부는 왜 전기차 보급이 안되고 있는 이유를 모르는 것 같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전기차 보급 정책에 대한 전기차 소유자들의 생각이다.

전기차 기술이 이제 완성단계에 가까워졌다. 미국 테슬라 자동차는 항상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닛산 리프는 전세계에서 22만대 넘게 팔렸다. 국내에서도 공유차량으로 전기차가 보편화됐고 국내 최초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소비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제도는 그대로다. 여전히 충전은 어렵고 비상시 대책도 없다. 정부가 배출가스 논란을 일으킨 폭스바겐에 철퇴를 휘두른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막상 친환경차 정책에는 뒤쳐지기만 한다.

 

◆ 어쨌든 비싼 전기차

전기차에 대한 지원 정책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전기차를 경제적인 이유로 구매하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지원금을 받아도 경제성을 따지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 8일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종전 1,2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200만원 높였다. 여기에 개별소비세, 교육세 등 400만원 한도 세금 감면, 지자체별 추가 지원금까지 합치면 동급 휘발유차와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

여기에 저렴한 연료비를 감안하면 내연기관 차보다 경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급속충전기가 1kWh당 313.1원 수준이고 가정용 전기는 그보다 싸다.

하지만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이 인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휘발유보다 싸다고 보기도 어렵다. 최신식 하이브리드 차량 연비는 보통 리터당 15~20km정도. 휘발유 1리터를 전기 3kW와 비교하면 대략 20~30%저렴한 수준밖에 안된다. 거기에 서울 시내 급속충전기 대부분은 주자장에 있어서 충전비용에 주차비까지 내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해당 문제에 대해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기타 등등’ 비용도 상당하다.

일단 가정용 급속충전기를 설치하려면 수백만원이 필요하다. 지자체별로 지원금이 있지만 어쨋든 부담을 피하기는 어렵다. 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이동형 완속 충전기도 80만원이나 한다. 자차 보험료도 가솔린 차량보다 30~40%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전기차를 선택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 충전 어려워서 저렴해도 쓰기 힘들어

만약 전기차 지원금이 더 많아져서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보급률이 높아질 수 있을까. 이미 전기차를 구입해서 사용하는 사람 중에서도 이 부분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일 큰 문제는 충전 인프라다. 현재 환경부와 한국자동차환경협회가 운영하는 서울지역 급속충전소는 30~40여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대부분 1대만 충전 가능해서 보급률이 늘어나면 문제가 생길 것이 뻔하다.

게다가 최근 유료화가 되면서 절차도 복잡해지고 오류도 잦아져서 사용자들 불만이 많다. 또 결제 수단도 신한ㆍ국민ㆍBC가 서비스하는 후불 교통카드로만 사용할 수 있어서 아슬아슬하게 급속 충전소를 찾았다면 자칫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충전소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때문에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환경부가 아직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유료화를 추진한 것이라고 추측이 나온다.

한국자동차환경협회 관계자는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아서 결제가 안되고 있다. 조만간 다른 카드사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완속 충전 가능한 장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조만간 서울과 부산 등 도심에 2km마다, 전국 휴게소마다 급속충전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급속충천 역시 30여분이나 걸리고 배터리 수명에도 좋지 않은 만큼 실제 전기차를 편하게 사용하려면 언제 어디서든 완속 충전이 간편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은 충전이 어렵다. 충전소를 설치하려면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축 공공주택에는 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소식도 있지만 노후 주택 거주자들은 방법이 없다.

충전소 설치에 실패했다면 80만원 정도의 충전기를 구입해야 전기 도둑 신세를 피할 수 있다. 그런데 그나마도 전기차 사용자가 늘면서 전류량 증가 문제로 전기차 충전을 금지하는 공동주택도 생기고 있다.

 

◆’콘트롤 타워’도 없는 정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과 제주 시내에 2km마다 급속충전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1호차를 받는 등 전기차 애호가로 유명한 A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급속충전이 전기차에서 애초에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몰이해가 낳은 코미디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급속충전을 자주 사용하면 수명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많고 급속충전기 가격도 완속충전기의 20배에 가깝게 비싸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기존 사용자를 배려하지 않는 보조금 정책을 비롯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기차 업무를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너무 많은 부처가 따로 맡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규환 의원은 “7개 부처가 전기차를 다루다보니 콘트롤타워가 작동을 안한다”며 “지금이 골든타임인데 이를 놓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정부 부처 관계자도 “부처간 업무가 워낙 여러 분야로 쪼개져 있어서 각각 상황을 쉽게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